책 소개
세계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파헤친 인간 삶의 비극적 본질 『셰익스피어 비극』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으로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비극이나, 4대 비극인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등을 꼽는다. 왜 비극일까? 왜 셰익스피어는 당당한 인간보다는 비극적인 인물들을 우리에게 더 많이 보여주고, 우리는 또 거기에 깊은 공감을 보내는 걸까? 인간이 간단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온갖 오만, 탐욕, 질투가 속에 들끓고 있는 복잡한 존재, 그런 오만, 탐욕, 질투 때문에 찢기는 존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의 삶에는 행복과 기쁨보다는 불행과 슬픔이 더 많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가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의 한 명으로 꼽히고 오늘 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셰익스피어가 보여주는 인간의 비극적 모습은 바로 지금의 우리 모습이고 언제나 변함없는 인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햄릿』은 복수극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복수극은 대개 해피엔딩이다. 주인공이 원수에게 시원하게 복수하는 것으로 끝난다. 원수를 갚은 주인공은 누가 봐도 훌륭한 사람이다. 보는 이의 속이 후련해지고 박수를 친다. 그 복수극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다. 거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주인공의 의지다. 그런데 『햄릿』은 다르다. 『햄릿』은 비극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삼촌 클로디어스, 그 삼촌과 불륜을 맺고 금세 결혼해버린 어머니 거트루드, 그들은 누가 봐도 큰 죄를 지은 이들이다. 햄릿은 아버지의 유령에게서 그 사실을 전해 듣는다. 상식이라면 즉각 복수에 나서는 게 옳다. 하지만 햄릿은 망설인다. 성격이 우유부단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생각이 많고 깊기 때문이다.
복수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폭력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 역시 죄가 아닐까? 죄인이 벌을 받는 건 당연하지만 과연 나에게 그 벌을 내릴 자격이 있는가? 나는 과연 깨끗한가? 나는 절대로 그런 죄를 짓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과연 내가 그 죄를 응징할 만큼 올바른 사람인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 하지 않았는가? 그 원수를 향한 복수심을 키우기보다는 원수조차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한 일 아닐까? 여기까지 이르면 복수의 문제는 뒤로 물러나고 순전히 마음의 드라마가 된다.『햄릿』은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바로 그런 마음의 드라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으로 올바르게 사는 것이냐 고민하게 만드는 드라마인 것이다.
『오셀로』는 질투의 드라마다. 가장 위험한 경우가 질투심이 사랑과 결합할 때다. 사랑과 질투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랑도 사람을 눈멀게 하 고 질투도 사람을 눈멀게 한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 심지어 사랑이 깊을수록 질투도 커진다. 『오셀로』는 주인공 오셀로가 아내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질투의 드라마다. 결국 사랑하는 아내를 자기 손으로 죽이고 마는 비극으로 끝나고 만다. 오셀로는 실제로 있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며 아내를 질투한다. 그러면서 더 절망에 빠진다. 아내가 실제로 불륜을 저질렀기에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불륜을 저질렀다고 상상하며 질투한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상상 속에서 아내의 불륜을 한껏 키우기 때문이다. 그 상상 속에서 실제로 있지도 않은 것을 본다. 보았다고 착각한다. 아내의 부정이 질투를 유발한 것이 아니라 질투심이 아내의 부정을 지어낸다.
오셀로가 질투와 분노 때문에 아내를 살해하는 악행을 저질렀다면, 『맥베스』의 주인공 맥베스는 야망과 탐욕 때문에 사촌인 덩컨 왕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하는 악행을 저지른다. 악행을 저질렀다는 의미에서 둘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오셀로는 작품 마지막에 가서야 악행을 저지른다. 그는 애당초 악인이 아니라 이아고라는 악당의 음모에 넘어가서 질투의 화신이 된다. 반면에 맥베스는 처음부터 악행을 저지른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처음부터 악인이 주인공인 셈이다.
하지만 맥베스가 악당이 된 데도 이유가 있다. 사실 그는 처음에 충직하고 용감한 장군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그의 앞에 마녀들이 나타나서 그가 왕이 되리라고 예언한다. 마녀들의 예언은 일종의 유혹이다. 왕이 되라는 유혹! 그 유혹은 과연 밖에서 온 것일까, 안에서 온 것일까? 안에서 온 것이다. 왕이 되고자 하는 맥베스 내면의 야심이 마녀들의 예언으로 바뀌어 표출된 셈이다. 맥베스는 갈등 끝에 그 야심에 굴복한다. 맥베스는 야심을 이룬다. 왕이 된다. 겉으로는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성공 끝에 몰락하기 시작한다. 용감한 장군에서 폭군이 되어간다. 당당하던 인간에서 죄에 시달리는 나약한 인간이 되어간다. 악행의 길을 선택한 것은 바로 맥베스 자신이다. 오셀로의 질투는 이아고라는 악당이 곁에서 불을 붙인 것이지만 맥베스의 야망은 자신이 안에서 키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아고의 음모에 넘어가 아내를 살해한 오셀로보다 맥베스가 더 비극적이다.
작가 소개
저 :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9세기 영국의 위대한 사상가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영국의 시인이자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는 1564년 4월 23일 런던 북동쪽의 한 소읍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 (Stratford upon Avon)에서 존 셰익스피어(John Shakespeare)와 메리 아덴(Mary Arden) 사이에서 장남이자 셋째 아이로 태어나 1616년 4월 23일에 세상을 떠났다.
셰익스피어는 '그래머 스쿨(Grammar School, 중등학교)' 정도의 교육밖에 받지 못했다. 그는 여기서 라틴어, 그리스어 기초를 배우고, 《플루타르크 영웅전》이나 영국 역사에 대해서 읽고 배울 수 있었으며, 덕분에 영국 역사극과 로마의 영웅들을 소재로 한 비극을 쓸 수 있었다. 그는 1582년 앤 해서웨이와 결혼한 후 극단에 들어가기 위해 런던으로 떠났고, 1585년에서 1592년까지 런던에서 배우, 작가로서 성공하기 시작, 1595년경, 런던 연극계에서 상당한 인정을 받았다. 20여 년 간의 작품 활동을 통하여 희곡 38편, 154편의 소네트, 2편의 이야기 시와 몇편의 다른 형식의 시를 썼다.
그가 극장가에서 두각을 나타낼 무렵에는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출신의 극작가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 중 극작가 로버트 그린은 셰익스피어에 대한 질투심에서 그의 학식이 낮음을 가지고, “라틴어는 조금밖에 모르고 그리스어는 더욱 모르는 촌놈이 극장가를 뒤흔든다”고 은근히 비꼬았다고 한다. 후대 사람들이 그들을 ‘대학 출신 재간꾼(University Wits)’ 정도로 부르고 있지만, 셰익스피어를 ‘대가(Master)’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은 위대한 예술적 정신에 대한 마땅한 예우라 할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작가로 추앙받게 된 데에는, 그가 운 좋게도 풍부한 문학적 자양분을 제공하는 시대에 태어났다는 점도 한몫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지배하던 영국의 16세기 후반은 문예 부흥기일 뿐 아니라 국가적 부흥기였다. 동시에 사회의 제반 양상들이 요동치고 변화하는 전환기이자 변혁기이기도 했다. 성숙한 문학적 또는 문화적 분위기, 역동적인 사회가 던져주는 풍부한 소재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곳곳에 녹아들었으며, 이를 통해 그의 작품들은 문학 작품 이상의 사회와 역사에 대한 참고서 역할까지 하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장르별로 크게 희극(Comedies), 비극(Tragedies), 역사극(Histories)으로 나눌 수 있다. 저작 연대는 대체로 4기로 나눈다. 1590년경 당시 유행하던 유혈 낭자한 통속 복수 비극의 특성이 있는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Titus Andronicus)>를 시작으로 한 1기(1590∼1592)는 습작기였다. <실수 연발(The Comedy of Errors)> 같은 소극(farce), 엘리자베스 여왕의 할아버지 헨리 7세가 튜더 왕가를 이루면서 장미전쟁을 종식하기 직전의 역사를 다룬 역사극 3부작을 쓰기도 했다.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선언하였을 정도로 영국의 큰 보물이었다.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리어 왕』,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등으로 세계 최고의 극작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그의 생애에 관해 확실히 알려진 것이 거의 없고 주로 짐작이나 추측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최근 그의 실존 여부의 작품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역 : 진형준
세계상상력센터 한국 회장. 홍익대학교 인문대학장, 한국문학번역원 원장 역임.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이며 교수이고 저술가다. 평론 『황석영론』,으로 문단에 데뷔하여 계간 「상상」을 창간하여 이끌었고, 홍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아주 멀리 되돌아오는 길』, 『이미지』, 『성상파괴주의와 성상옹호주의』, 『프리메이슨 비밀의 역사』, 『신비주의의 위대한 선각자들』, 등 다수의 책을 쓰고 번역했다. 또한 한국문학번역원의 원장을 역임하며, 2005년 한국이 주빈국이었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주관,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러냈고, 세계작가들과 한국작가들의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어 한국문학 및 한국문화의 세계화에도 기여했다. 홍익대학교 인문대학장을 역임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는 전형적인 인문학자의 길을 성실하게 걸어온 것 같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로 저자는 동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대학원에서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지난 10년간 강의를 해 왔고, 국제디자인 전문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인문학도가 아닌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맡은 바 있다. 또 최근에는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의 간곡한 요청으로 예술계 종사자, 기업가, 건축가, 은행장, 유치원 원장, 공연기획자, 스타일리스트, 사진작가, 도서관장 등 다양한 분야에 현업으로 종사하는 이들을 위한 강의를 맡아 진행했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에게 이처럼 각계의 전문가들이 듣고자 했던 것은 바로 ‘상상력’! 세계상상력센터 한국 회장, 한국 상상력연구소 소장, 한국상상학회 회장, 상상원 원장 등 그의 이름 앞에 붙어 있는 이런 직함의 개수만큼이나 저자는 대한민국에서 상상력 연구 분야의 1인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와 같은 상상력 공부를 해나가다보니 그는 좁은 안목에서 벗어나 툭 터진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그 결과 전공과는 꽤 멀리 떨어져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일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기도 했고, 미술대학과 경영대학원에서, 또 여러 기업체의 간부들을 대상으로 ‘상상력과 창의성’을 강의하기도 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원장을 맡으며 그간 공부해온 상상력의 이론과 방법을 조직의 운영에 접목시켜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도 얻었다. 상상력의 가장 큰 특징이 넘나드는데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문학을 전공한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뼈저린 자기성찰과 반성을 피할 수 없었다. 상상력을 공부하면 할수록 서구 문화는 지구상의 여러 알록달록한 문화들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이 더욱 뚜렷하게 이해됐던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동양의 고전들을 더 의도적으로 접하게 되었다. 틈틈이 동양의 고전신화인 산해경을 읽고 한문을 배우고 한시를 공부했다.
저자는 지난 30년간 상상력이라는 주제와 씨름해 왔고, 『상상적인 것의 인간학_질베르 뒤랑의 신화방법론 연구』, 『싫증주의 시대의 힘, 상상력』, 『상징적 상상력』, 『상상력의 과학과 철학』,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상상력 혁명』 등 상상력에 대한 책을 쓰고 번역해 왔다.
목 차
오셀로
맥베스
『셰익스피어 비극』를 찾아서
『셰익스피어 비극』 바칼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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