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복수와 사랑, 애국심과 사랑 사이의 갈등, 프랑스 대표 고전극 『르시드·오라스』
『르시드』는 11세기 스페인 남부가 무대다. ‘르 시드’는 스페인어 ‘엘시드’를 프랑스어로 표기한 것으로 ‘로드리고 디아스 데 비바르’라는 실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희곡이다. ‘엘 ’은 정관사고 ‘시드’는 아랍어로 ‘군주’를 뜻한다. 그는 수많은 공을 세운 스페인의 전설적 국민 영웅이다. 코르네유는 그를 모델로 하여 고전주의 정신을 한 편의 작품 속에 압축해놓는다. 간단하게 말해 자식으로서 복수의 의무와 사랑 사이의 갈등에 빠진 인물이 의 지의 힘으로 그 위기를 극복하는 드라마다.
작품 속 주인공 로드리그는 영웅이다. 그는 훌륭한 가문에서 태어난 뛰어난 자질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영웅이 될 소지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는 그에게 찾아온 갈등을 의지로 극복함으로써 진정한 영웅이 된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의 의지다. 아버지에 대한 복수와 사랑 사이의 갈등에서 찾아온 위기를 의지로 극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르시드』의 핵심 주제이며 고전주의의 이상이다. 코르네유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 실제 주인공 노릇을 하는 것은 바로 명예를 지켜내려는 의지인 셈이다. 코르네유는 의지의 힘을 강조하기 위해 작품 속의 갈등을 한껏 고조시킨다. 주인공을 갈등 사이에서 방황하게 만들고 마음을 찢어지게 만든다. 하지만 결국 의지의 힘으로 명예도 획득하고 사랑도 얻는다. 그래서 상황은 비극적이지만 결말은 행복하다.
『오라스』의 무대는 로마 건국 초기인 B.C 7세기경이다. 코르네유는 티투스 리비우스의 『로마사』에 나오는 호라티우스와 쿠리아티우스 집안의 전투를 소재로 채택해 작품을 쓴다. 오라스는 호라티우스의 불어식 표기이며, 작품 속 퀴리아스는 쿠리아티우스의 불어식 표기이다. 한편 퀴리아스의 조국 알바는 알바롱가를 가리킨다. 알바롱가란 로마의 창설자인 로물루스가 태어난 곳으로서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 등장하는 곳이다. 즉 로마와 알바의 전투는 한 핏줄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과 싸움인 셈이다.
바로 그 때문에 갈등이 심해진다. 본래 한 핏줄 한 민족인데 두 도시로 갈라져 내전을 벌이게 되었으니 적진 속에서 매형과 조카, 친구 모습이 보일 수밖에 없다. 사랑하던 애인 사이도 갈라질 수밖에 없다. 당사자들이 모두 갈등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처럼 『오라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사랑과 의무, 가족과 국가 사이의 갈등 속에서 찢기는 존재들이다. 그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하지만 사랑은 결국 개인적인 정념에 속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한 개인적인 정념들은 가문의 명예, 국가의 구원이라는 더 큰 의무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영웅의 영광이 영원하다면 개인적 사랑과 우정은 일시적일 뿐이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개인적 정념은 그 의무를 약화시킨다. 바로 이것이 코르네유 작품이 독자들에게 전하는 확실한 메시지다.
작가 소개
저 : 피에르 코르네유
Pierre Corneille
1606년 6월 6일 루앙의 소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루앙의 예수회학교에서 공부하고, 1624년에 법학사를 취득하여 루앙 고등법원의 변호사로 개업하지만, 단 하나의 공판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변론보다는 연극이나 시에 더 관심을 보인다. 그는 1629년 최초의 희극 <멜리트>를 시작으로, 1630∼1631년 시즌에 첫 비희극 <클리탕드르>를 발표하였고, 그 후 1636년에 <미망인>에서 <연극적 환상>까지 여러 편의 희극을 잇달아 내놓았다. 1635년에는 첫 비극인 <메데>를 상연하기도 했다.
1636년 말에 공연된 <르 시드>는 작가 자신에게도 프랑스 연극사에도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이때부터 그는 비극에 몰두하게 되고, 프랑스 연극은 고전주의 시대로 가는 확실한 길에 접어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르 시드>처럼 아름답다.”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 반면, 당시 비극에 요구되던 여러 규칙과 관련하여 비평가들의 비난을 받게 되고, 이에 실망한 그는 약 3년간의 공백기를 거쳐 규칙에 충실한 <오라스>, <시나>, <폴뤼엑트>, <퐁페의 죽음>, <거짓말쟁이>, <로도귄느>와 같은 걸작들을 연이어 발표하며, 1647년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1652년에 발표한 <페르타리트>가 실패하자 대중과 결별하고 다시는 연극계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선언하지만, 문예학술의 새로운 옹호자 푸케의 권유에 따라 1659년 <오이디푸스>와 함께 연극계에 재등장한다. 1660년에는 이제까지 발표했던 작품들을 수정하고 보완하여 3권의 작품집을 발간하면서 각 권의 서두에 “담론”을, 각 작품에는 비평적 “검토”를 첨부했다. 1661년 <황금 양털>의 화려한 성공 이후 여러 편의 작품들을 내놓았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그는 1674년 <쉬레나>를 마지막으로 극작활동을 마감한다. 결국 166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대중의 취미에 부합하는 작품들을 연이어 발표한 경쟁자 장 라신에게 완전히 자신의 명성을 넘겨주게 된 것이다. 그리 유복하지 않은 만년을 보낸 후 1684년 10월 1일, 파란 많은 일생을 마감한다.
역 : 진형준
세계상상력센터 한국 회장. 홍익대학교 인문대학장, 한국문학번역원 원장 역임.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이며 교수이고 저술가다. 평론 『황석영론』,으로 문단에 데뷔하여 계간 「상상」을 창간하여 이끌었고, 홍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아주 멀리 되돌아오는 길』, 『이미지』, 『성상파괴주의와 성상옹호주의』, 『프리메이슨 비밀의 역사』, 『신비주의의 위대한 선각자들』, 등 다수의 책을 쓰고 번역했다. 또한 한국문학번역원의 원장을 역임하며, 2005년 한국이 주빈국이었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주관,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러냈고, 세계작가들과 한국작가들의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어 한국문학 및 한국문화의 세계화에도 기여했다. 홍익대학교 인문대학장을 역임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는 전형적인 인문학자의 길을 성실하게 걸어온 것 같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로 저자는 동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대학원에서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지난 10년간 강의를 해 왔고, 국제디자인 전문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인문학도가 아닌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맡은 바 있다. 또 최근에는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의 간곡한 요청으로 예술계 종사자, 기업가, 건축가, 은행장, 유치원 원장, 공연기획자, 스타일리스트, 사진작가, 도서관장 등 다양한 분야에 현업으로 종사하는 이들을 위한 강의를 맡아 진행했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에게 이처럼 각계의 전문가들이 듣고자 했던 것은 바로 ‘상상력’! 세계상상력센터 한국 회장, 한국 상상력연구소 소장, 한국상상학회 회장, 상상원 원장 등 그의 이름 앞에 붙어 있는 이런 직함의 개수만큼이나 저자는 대한민국에서 상상력 연구 분야의 1인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와 같은 상상력 공부를 해나가다보니 그는 좁은 안목에서 벗어나 툭 터진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그 결과 전공과는 꽤 멀리 떨어져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일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기도 했고, 미술대학과 경영대학원에서, 또 여러 기업체의 간부들을 대상으로 ‘상상력과 창의성’을 강의하기도 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원장을 맡으며 그간 공부해온 상상력의 이론과 방법을 조직의 운영에 접목시켜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도 얻었다. 상상력의 가장 큰 특징이 넘나드는데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문학을 전공한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뼈저린 자기성찰과 반성을 피할 수 없었다. 상상력을 공부하면 할수록 서구 문화는 지구상의 여러 알록달록한 문화들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이 더욱 뚜렷하게 이해됐던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동양의 고전들을 더 의도적으로 접하게 되었다. 틈틈이 동양의 고전신화인 산해경을 읽고 한문을 배우고 한시를 공부했다.
저자는 지난 30년간 상상력이라는 주제와 씨름해 왔고, 『상상적인 것의 인간학_질베르 뒤랑의 신화방법론 연구』, 『싫증주의 시대의 힘, 상상력』, 『상징적 상상력』, 『상상력의 과학과 철학』,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상상력 혁명』 등 상상력에 대한 책을 쓰고 번역해 왔다.
목 차
오라스
『르시드·오라스』를 찾아서
『르시드·오라스』 바칼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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