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사주의 탄생 : 사주의 형성과정으로 읽는 시대의 흐름
큰일을 앞두었을 때, 또는 새해가 밝았을 때, 우리는 ‘철학관’을 찾는다. 이름은 ‘철학관’이지만 그 장소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바로 ‘사주’이다. 생년월일시를 알려주면 술사는 만세력을 보고 종이 한 장에 여덟 글자를 써낸다. 술사는 그 여덟 글자를 보며 우리의 물음에 답을 해준다.
이사를 어디로 가야할지, 이 일을 해도, 그만 둬도 괜찮을지, 자식이 결혼을 상대를 데려왔는데 상대는 괜찮은 사람인지…. 우리는 궁금했던 것들을 상대에게 쉴 새 없이 쏟아낸다.
답답함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결국 다른 술사들을 만나 같은 생년월일시를 내놓고 똑같은 질문을 한다. 처음에 만난 사람과는 다른 답변을 듣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분명히 하나의 생년월일시가 만들어 낸, 다를 수 없는 여덟 글자인데. 왜 저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것일까?
현재 우석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이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민속학)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김두규는 중국에서 시작한 사주학이 변용되어 한반도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을 하나씩 되짚어가며 이를 토대로 그 물음에 저서 『사주의 탄생』으로 답한다.
권력과 학문의 밀월 관계로 발전해
김두규의 『사주의 탄생』은 한국과 중국에서 나온 모든 술서와 역사서를 하나하나 번역하여 분석하고 해석해 낸 작업의 완결판이다. 그에 따르면 중국에서 시작된 사주이론은 당과 송대 사이, 즉 ‘오대십국(五代十國)’의 약 60년(907-960년) 동안에 그 초기적 모습을 갖추었다.
중국 역사에서 사주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한(漢)대의 동중서는 유가와 음양가를 연결해 ‘천인합일설’을 정치이념으로 제시하였다. 그 발전의 시작은 위정자들의 권위를 세우기 위함이었다.
사주는 시대상을 반영하며 수그러들었다가 다시 살아난다. 주로 별점을 치는 유목민족이 중국 대륙의 권력을 잡았던 원나라 때는 사주의 발전도 그만큼 더뎌졌다. 그러나 원을 멸하고 주원장에 의해 명나라가 들어섰을 때는 달랐다. 원나라의 별점을 흡수하면서 빠르게 발전해 나갔다. 이때 생긴 것이 흔히들 ‘도화살’ ‘역마살’이니 말하는 ‘신살’의 개념이다.
조선조 ‘명과학’, ‘사술’로 변질되다
자생 발전한 중국의 사주와는 달리 한반도의 사주는 조선시대에 학문으로 받아들여졌다. 신생 왕조인 조선은 성리학을 받아들여 빠르게 왕권을 강화해나갔다. 세조 12년인 1466년 음양학을 명과학으로 개칭하여 공식적으로 사주를 받아들였다. 세조의 스승인 정인지는 비문에 당당하게 자신의 사주가 소동파와 같다며 이를 새기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에 사주의 변용인 오주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 것은 중종 3년(1508년)의 일이다. 조선시대에는 ‘국복’이라 불리는 사람이 등장해 세자빈(훗날의 순조비)의 사주를 보기도 하고, 왕권에 칼을 대는 역모 가담자를 미리 색출하기 위해 사주를 이용하기도 했다. 사주는 왕이 보는 것이지만, 일반 백성들이 궁금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토정비결’이 그렇다. 이지함의 이름에 가탁하여 만들어진 이 운명감정서는 좋은 글들이 더 많아 일반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역할을 했다.
사주의 학문적 명맥은 조선시대까지였다. 조선이 멸망하고 일제강점기를 지나자 관학으로서의 사주술은 다른 ‘명과학’과 ‘풍수학’과 마찬가지로 사라졌다. 사주를 공부해서 관리로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후학이 양성될 수 없었다. 광복 이후 1980년 이전까지 사주술과 풍수학은 자본주의와 서양철학 발달로 인해 새로운 사회 적응에 실패한 ‘좌절한 인생’들의 호구지책으로 활용되며 사술로 타락하게 된다. 이들은 조선조 명과학 고시과목 내용을 수용하지도 않았다.
이후 박재완이라는 사람이 등장해 유명인의 사주 풀이를 하기 시작한다. 그의 통찰력은 유명세를 얻는다. 그는 1970년대 중국의 사주학자 위천리의 『명학강의』와 『팔자제요』를 바탕으로 『명리요강』과 『명리사전』을 간행해 처음으로 소개했으나 ‘명과학’ 시절의 내용을 온전히 수용한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사주의 미래 갈림길
1990년대 이후 음지의 사주가 양지로 나오기 시작했다. 한글세대가 ‘전통사상’으로서 사주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학에서 운영하는 사회교육원과 각종 문화센터에서 ‘사주명리학’ 강좌가 개설,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이 흐름은 2000년에 접어들어서도 줄어들지 않았다. 몇몇 대학의 특수대학원에서 사주명리를 전공과목으로 개설하기도 하고, ‘사주명리학과’를 개설한 대학들이 생겨났다. 이는 입학생 감소로 인한 학과의 위기를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 내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중국에서 위정자와 손을 잡고 살아남았다면, 현대 한국에서는 학교의 위기를 붙잡아 살아남게 된 셈이었다. 사주학에 대한 석박사 논문이 양산되고 있는 현실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기인한다.
시대가 통섭과 융합을 요구하면서 사주에서도 다양한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증권 전문가나 부동산 전문가가 사주를 통해 고객 상담을 해주거나, 학생이나 구직자의 진로탐색에 사주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미래의 사주는 다양한 학문과, 분야와 함께 발전해나갈 것이다.
작가 소개
1959년 전라북도 순창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대학원에서 독일어를 전공했다. 이후 독일 뮌스터(Munster) 대학교에서 독문학·사회학·중국학 수학 후 박사학위(Dr. phil)를 취득했다(1991). 1994년부터 우석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0년에 공식적으로 독일문학에서 풍수지리로 전공을 바꾸었다.
전라북도 도시계획심의위원(2000~2002),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원회 자문위원(2004~2006), 전북혁신도시입지선정 및 자문위원(2005~2009), 경상북도 도청이전 자문위원(2007~2012) 자격으로 국가 및 공공 기관의 입지선정 및 건설 관련 풍수 자문을 하였다. 2007년부터 2017년 4월까지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풍수지리)으로, 2017년 5월부터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민속학)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조선일보에서 「김두규 교수의 국운풍수」 칼럼을, 2017년부터 현재까지 월간조선에 「우리 땅 우리 풍수」를 연재하고 있다. 『한반도 풍수학 사전』(2005, 비봉출판사), 『조선 풍수, 일본을 論하다』(2010, 드림넷미디어), 『국운풍수』(2016, 해냄출판사) 등 총 21권의 역서와 저서를 집필했다. 또한 「신지비사를 통해서 본 한국풍수의 원형-우리민족 고유의 ‘터잡기’ 이론 정립을 위한 시론-」(『고조선단군학』 제31집, 2014. 12),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과 풍수」(『영남학』 제28호, 2015. 12), 「사주이론들의 사회사적 배경 연구 시론」(『사회회사상과 문화』 2017. 6.) 외 10여 편의 풍수와 사주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목 차
들어가기 : 학교 수업 중에서
1. 사주이론을 발달시킨 선구자들
2. 사주이론의 완성자들
3. 사주이름과 그 사회적 함의
4. 한반도 사주술의 수용과 전개
마무리하며
[부록]
용어해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연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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