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회피 대신 정의를 택한 너와 나, 바로 우리 ‘다섯 손가락 수호대’
길거리에서 누군가 위협을 당하거나, 실제로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위험을 무릅쓰고 적극적으로 말리는 ‘용감한 시민’이 있는가 하면 나서지는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서 신고하는 사람도 있다. 현실에서는 많은 사람이 공포를 느끼고 누군가 신고해 주길 바라며 서둘러 자리를 피한다. 도우려고 나섰다가 괜한 불똥이 튀어 폭행을 당할 수도 있고, 억울하게 신고자가 피의자로 둔갑할 수도, 목격자 신분으로 몇 번이고 똑같은 진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몹시 귀찮아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이 아직 따뜻하다고 표현한다. 『다섯 손가락 수호대』의 은혁이 아빠처럼 말이다. 은혁이 아빠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잘못된 일을 모른 척하지 못한다. 불량 학생들이 노인을 괴롭히기에 나섰다 도리어 폭행범으로 고소당해 합의한 적도 있다. 오죽하면 엄마가 아빠를 향해 정 못 참겠으면 말리다 그냥 맞고 오라고 말할 정도다. 사건이 일어나던 바로 그날도 거리에서 싸움을 말리던 아빠가 폭행을 당하고, 경찰의 미온적인 수사 속에 가해자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의식 불명에 빠진다. 은혁이는 이름 모를 가해자보다, 도움을 받은 그 누군가가 감사의 인사를 하거나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서 주지 않는 데 서운함을 느낀다. 그리고 사건을 방관하는 어른들에 실망하며 직접 범죄 지도를 그리고 사건이 나던 날 아빠의 동선을 추적해 보는 등 수사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엉뚱하지만 의협심 넘치는 태권소녀 예성이, 친구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는 문도 등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다. 처음에는 범인을 찾기 위해 얼렁뚱땅 결성된 다섯 손가락 수사대로 시작했지만, 내 주변 사람부터 지키는 든든한 ‘수호대’로 역할을 바꾸기로 한다.
용기나 의리를 무모함이나 오지랖으로 치부해 버리는 사회 분위기에서 시사성 넘치는 동화 『다섯 손가락 수호대』의 등장이 참 반갑다. 이 작품은 각박한 세태에서도 이타 정신을 실현하고 정의를 구현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 ‘그래도’ 살아갈 만한 세상이라는 걸 펼쳐 보인다.
“다른 사람 일에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게 자신을 지키는 일이야.”
곱씹을수록 가슴 뜨끔한 그 말
『다섯 손가락 수호대』에는 어딘지 무기력해 보이는 어른들이 여럿 등장한다. 은혁이를 가슴 깊이 걱정하며 범인을 찾기 위해 사방팔방 돌아다니는 예성이에게 예성이 엄마는 다른 사람 일에 적당히 거리를 두라고 한다. 담임 선생님 역시 은혁이 일에는 크게 관심도 없고 그저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깊게 들어가 보니 어른들에게는 저마다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사정과 상처가 있었고, 어른들에게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던 은혁이는 시간이 지나며 오해를 풀고 그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아빠가 ‘맞았다’는 말만 들어도 자존심이 상하고, 자신을 제외한 수호대의 활약으로 범인이 자수하는 상황에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던 은혁이의 눈부신 성장이 엿보인다.
은혁이 대신 전교 부회장 선거에 나선 예성이의 연설문은 개인주의에 빠진 어른들을 가슴 뜨끔하게 하고,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될 독자들에게 앞으로 이런 어른으로 자라길 바라는 작가의 뜨거운 메시지가 담겨 있다.
“여러분, 저는 반드시 여러분의 오른손이 되겠습니다.
제가 전교 부회장이 된다면,
첫째, 엄지손가락으로 다른 사람을 칭찬하겠습니다.
둘째, 집게손가락으로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않겠습니다.
셋째, 가운뎃손가락으로 다른 사람을 욕하지 않겠습니다.
넷째, 약손가락으로 다른 사람의 약이 되겠습니다.
다섯째, 새끼손가락으로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 이렇게 다섯 손가락을 다 펴 보십시오!
손가락 다섯 개! 기호 5번 최예성을 꼭 선택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본문 중에서
『다섯 손가락 수호대』는 문제의식을 담은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또 미처 챙기지 못했던 것을 챙기는 등 주변을 넓은 시야로 둘러보길 바라며 완성된 작품이다. 작품 속에는 대척점에 있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가족을 생각해 남의 일에 관심을 두지 말라는 은혁이 엄마와 잘못된 일을 보고도 어떻게 지나치냐는 은혁이 아빠, 원래는 소심하고 나서길 싫어하는 은혁이와 물불을 안 가리는 예성이, 정정당당히 선거에 임하는 이룸과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 하는 준형이, 친구를 위해 묵묵히 방패막이가 되는 문도와 소문내기가 특기인 해서 등 현실감 있는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연극 무대를 보는 듯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활용한 최민호 화가 특유의 장면 구성과 절제된 색 처리, 때론 발랄하고 때론 진지한 그림 속 캐릭터 묘사가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는 분위기를 생동감 넘치게 살려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상황만큼 『다섯 손가락 수호대』 속 등장인물들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조금씩 변화한다. 이들을 거울처럼 비춰 보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는 사람이 될지 긴 항해의 키를 쥐고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홍종의 작가는 세상이 급변하기 때문에 우리가 기본적으로 지키고 갖춰야 할 ‘그 무엇’을 찾기 위해 동화를 쓴다고 말한다. 은혁이 아빠처럼, 은혁이와 친구들처럼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외면하지 않고 손 내미는 사람이 늘어날 때 세상에 만연한 좌절감과 외로움은 반으로 줄고 서로 어깨를 기대어 나아갈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
길거리에서 누군가 위협을 당하거나, 실제로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위험을 무릅쓰고 적극적으로 말리는 ‘용감한 시민’이 있는가 하면 나서지는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서 신고하는 사람도 있다. 현실에서는 많은 사람이 공포를 느끼고 누군가 신고해 주길 바라며 서둘러 자리를 피한다. 도우려고 나섰다가 괜한 불똥이 튀어 폭행을 당할 수도 있고, 억울하게 신고자가 피의자로 둔갑할 수도, 목격자 신분으로 몇 번이고 똑같은 진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몹시 귀찮아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이 아직 따뜻하다고 표현한다. 『다섯 손가락 수호대』의 은혁이 아빠처럼 말이다. 은혁이 아빠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잘못된 일을 모른 척하지 못한다. 불량 학생들이 노인을 괴롭히기에 나섰다 도리어 폭행범으로 고소당해 합의한 적도 있다. 오죽하면 엄마가 아빠를 향해 정 못 참겠으면 말리다 그냥 맞고 오라고 말할 정도다. 사건이 일어나던 바로 그날도 거리에서 싸움을 말리던 아빠가 폭행을 당하고, 경찰의 미온적인 수사 속에 가해자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의식 불명에 빠진다. 은혁이는 이름 모를 가해자보다, 도움을 받은 그 누군가가 감사의 인사를 하거나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서 주지 않는 데 서운함을 느낀다. 그리고 사건을 방관하는 어른들에 실망하며 직접 범죄 지도를 그리고 사건이 나던 날 아빠의 동선을 추적해 보는 등 수사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엉뚱하지만 의협심 넘치는 태권소녀 예성이, 친구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는 문도 등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다. 처음에는 범인을 찾기 위해 얼렁뚱땅 결성된 다섯 손가락 수사대로 시작했지만, 내 주변 사람부터 지키는 든든한 ‘수호대’로 역할을 바꾸기로 한다.
용기나 의리를 무모함이나 오지랖으로 치부해 버리는 사회 분위기에서 시사성 넘치는 동화 『다섯 손가락 수호대』의 등장이 참 반갑다. 이 작품은 각박한 세태에서도 이타 정신을 실현하고 정의를 구현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 ‘그래도’ 살아갈 만한 세상이라는 걸 펼쳐 보인다.
“다른 사람 일에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게 자신을 지키는 일이야.”
곱씹을수록 가슴 뜨끔한 그 말
『다섯 손가락 수호대』에는 어딘지 무기력해 보이는 어른들이 여럿 등장한다. 은혁이를 가슴 깊이 걱정하며 범인을 찾기 위해 사방팔방 돌아다니는 예성이에게 예성이 엄마는 다른 사람 일에 적당히 거리를 두라고 한다. 담임 선생님 역시 은혁이 일에는 크게 관심도 없고 그저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깊게 들어가 보니 어른들에게는 저마다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사정과 상처가 있었고, 어른들에게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던 은혁이는 시간이 지나며 오해를 풀고 그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아빠가 ‘맞았다’는 말만 들어도 자존심이 상하고, 자신을 제외한 수호대의 활약으로 범인이 자수하는 상황에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던 은혁이의 눈부신 성장이 엿보인다.
은혁이 대신 전교 부회장 선거에 나선 예성이의 연설문은 개인주의에 빠진 어른들을 가슴 뜨끔하게 하고,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될 독자들에게 앞으로 이런 어른으로 자라길 바라는 작가의 뜨거운 메시지가 담겨 있다.
“여러분, 저는 반드시 여러분의 오른손이 되겠습니다.
제가 전교 부회장이 된다면,
첫째, 엄지손가락으로 다른 사람을 칭찬하겠습니다.
둘째, 집게손가락으로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않겠습니다.
셋째, 가운뎃손가락으로 다른 사람을 욕하지 않겠습니다.
넷째, 약손가락으로 다른 사람의 약이 되겠습니다.
다섯째, 새끼손가락으로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 이렇게 다섯 손가락을 다 펴 보십시오!
손가락 다섯 개! 기호 5번 최예성을 꼭 선택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본문 중에서
『다섯 손가락 수호대』는 문제의식을 담은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또 미처 챙기지 못했던 것을 챙기는 등 주변을 넓은 시야로 둘러보길 바라며 완성된 작품이다. 작품 속에는 대척점에 있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가족을 생각해 남의 일에 관심을 두지 말라는 은혁이 엄마와 잘못된 일을 보고도 어떻게 지나치냐는 은혁이 아빠, 원래는 소심하고 나서길 싫어하는 은혁이와 물불을 안 가리는 예성이, 정정당당히 선거에 임하는 이룸과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 하는 준형이, 친구를 위해 묵묵히 방패막이가 되는 문도와 소문내기가 특기인 해서 등 현실감 있는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연극 무대를 보는 듯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활용한 최민호 화가 특유의 장면 구성과 절제된 색 처리, 때론 발랄하고 때론 진지한 그림 속 캐릭터 묘사가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는 분위기를 생동감 넘치게 살려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상황만큼 『다섯 손가락 수호대』 속 등장인물들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조금씩 변화한다. 이들을 거울처럼 비춰 보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는 사람이 될지 긴 항해의 키를 쥐고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홍종의 작가는 세상이 급변하기 때문에 우리가 기본적으로 지키고 갖춰야 할 ‘그 무엇’을 찾기 위해 동화를 쓴다고 말한다. 은혁이 아빠처럼, 은혁이와 친구들처럼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외면하지 않고 손 내미는 사람이 늘어날 때 세상에 만연한 좌절감과 외로움은 반으로 줄고 서로 어깨를 기대어 나아갈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
작가 소개
저 : 홍종의
충남 천안 목천의 이빠진산 기슭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고, 199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철조망 꽃」이 당선되어 그 꿈을 펼칠 수 있었다, 「부처님의 코는 어디로 갔나」로 계몽아동문학상, 「줄동이 말동이」로 율목문학상, 대전일보 문학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구만이는 알고 있다』, 『초록말 벼리』, 『줄동이 말동이』, 『똥바가지』, 『반달역』, 『하늘매, 붕』, 『하늘음표』, 『곳니』, 『숲에서 온 전화』,『숲에서 온 전화』등이 있다.
그림 : 최민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했다. 만화책 《텃밭》과 《폐어》을 펴냈으며, 유럽에 번역 출간이 되기도 했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만화를 가르치고 있다.
목 차
아빠가 맞았다 9
우리 집 가훈 22
출마를 포기하다 33
참견의 끝판왕 45
범죄 지도 그리기 57
예성이 엄마 70
네 일도 내 일처럼 82
다섯 손가락 수사대 94
도와줘 106
선생님의 비밀 117
아빠의 아들 130
배신자들 143
다섯 손가락 수호대 152
담임 선생님을 지켜라 165
우리 집 가훈 22
출마를 포기하다 33
참견의 끝판왕 45
범죄 지도 그리기 57
예성이 엄마 70
네 일도 내 일처럼 82
다섯 손가락 수사대 94
도와줘 106
선생님의 비밀 117
아빠의 아들 130
배신자들 143
다섯 손가락 수호대 152
담임 선생님을 지켜라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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