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가 된 붉은 산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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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선스시
출판사항보림, 발행일:2017/10/10
형태사항p.302 국판:22
매장위치어린이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43311193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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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냉혹하고 처절한 동물 이야기
 동물은 아동문학에서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가장 좋은 소재 중 하나이다. 어린이들은 순진무구하며 활달한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동물들에게 친근감과 동질감을 느끼며 그들에게서 어떤 이야기든 귀 기울여 들은 준비가 되어 있다. ‘뽀로로’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의 동물 캐릭터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에서다. 또 동물들은 어린이들이 현실적인 이유로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갖가지 모험과 상실을 대신 겪어줄 수도 있다. 낯선 곳으로 위험한 여행을 떠나거나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적에게 맞서는 일 같은 건 현실의 어린이가 하기 어려운 경험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동문학이 풀어놓을 수 있는 경험의 폭을 훨씬 넓게 만들어준다는 데에서 동물 이야기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때로는 생생하고 적나라한 동물의 세계를 그려냄으로써 도리어 인간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있다. 선스시의 《유모가 된 붉은 산양》은 바로 그런 작품이다.
중국 아동문학 작가 선스시의 《유모가 된 붉은 산양》은 표제작을 비롯하여 〈쿠차이〉, 〈결함〉, 〈상모의 꿈〉 등 네 편의 중단편을 수록하고 있는 작품집이다. 네 편의 작품들은 각각 산양과 늑대, 승냥이, 공자새(중국의 시조새), 코끼리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동물의 생태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 보인다는 점에서 어니스트 시튼의 《시튼 동물기》를 떠올리게 하지만 동물 세계의 냉혹하고 처절한 질서를 묘사하는 데 있어서는 한수 위라고 할 만하다. 우선 초식 동물은 언제나 육식 동물의 폭력에 힘없이 굴복하며, 그 과정에서 가족애나 꿈이 좌절당하기 일쑤다. 〈유모가 된 붉은 산양〉에서 암양 첸루얼은 어미 잃은 새끼 늑대의 유모가 되는 수치와 굴욕을 겪고 돌아와서는 자신의 새끼들을 여느 산양과는 다른 강인한 동물로 키워내기로 결심한다. 초식 동물의 사랑과 육식 동물의 담대함을 가진 산양. 그러나 스라소니와 늑대의 습격 앞에서 산양의 우두머리인 첸루얼의 남편 구라이얼은 새끼를 버리고 달아나며, 장성한 아들 룬자는 어미를 밀치고 협곡을 빠져나간다. 연약한 초식 동물이 주어진 조건과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한편, 육식 동물이라고 해서 편하고 안정된 삶을 영위하는 것도 아니다. 〈쿠차이〉에서 승냥이 우두머리인 쒀퉈는 굶주린 무리를 위해 멧돼지 사냥을 성공시켜야 할 막대한 임무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새끼를 거느린 채 굴속에 깊숙이 숨은 멧돼지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누군가 희생할 필요가 있다. 승냥이 사회에서는 무리 중 가장 늙은 승냔이를 이른바 총알받이로 내세우는 ‘쿠차이’라는 풍습이 있다. 문제는 하필 쿠차이로 몰리게 된 승냥이가 쒀퉈를 애지중지 길러준 자신의 어미 샤투라는 점이다. 한 무리의 우두머리로서 쒀퉈는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까.
작가는 이들 동물들이 겪는 불안과 공포, 절망을 낱낱이 그려내면서 거기에 그치지 않고 약육강식의 질서 아래에서 벌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치밀하고 생생하게 묘사한다. 살점이 뜯겨 나가고 뼈가 드러나는 잔인한 싸움 장면에서 우리는 야생동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약육강식의 질서를 충격적일 만큼 똑똑히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시각을 배제하고 동물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도록 만든 것이다.

동물들, 불가능한 것을 꿈꾸다
 네 편의 이야기 모두 야생동물의 생태와 습성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데 주인공들이 좌절을 겪는 것은 바로 그들이 동물의 세계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중생대를 배경으로 하는 〈결함〉에서 ‘어느 강 어느 목에 속하는지 알 수 없는’ 초식 파충류인 징은 언제 어디에서 천적이 나타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불안에 떠는 삶을 살아간다. 어떻게 하면 굳센 이빨과 육중한 몸집을 가진 천적에게 잡아먹히지 않을 수 있을까? 징은 어미가 죽더라도 새끼들이 살 수 있도록 서로에게 냉정해지는 법을 가르치려 애쓰지만 쉽지 않다. 〈유모가 된 붉은 산양〉의 첸루얼 역시 새끼 늑대 헤이추에게 초식을 가르치다 포기하고, 아들을 용맹하고 의로운 산양으로 키우려던 시도 역시 좌절하고 만다.
〈상모의 꿈〉에서 주인공 암코끼리 모완이 두 무리의 코끼리들 사이의 평화를 이루어내기 위해 고심하는 까닭은 전쟁으로 인해 성인 수코끼리들이 모두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반목과 갈등이 얼마나 큰 대가를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는 모완은 새끼 코끼리들이 얌전하고 온순하게 지내기를 바라지만 사실 야생의 수코끼리에게는 그 나름의 야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두 어미 코끼리가 자식을 희생시켜 가며 추구했던 평화를 끝끝내 오지 않는다. 동물들에게 타고난 본성대로 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므로 주인공들의 꿈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남다른 주인공들이 갖는 특별한 희망과 꿈을 불가능하거나 가치 없는 것이라고 쉽사리 결론내리지 않는다. 첸루얼은 자신이 찾는 완벽한 산양을 찾아 홀로 높은 산을 오르고, 늙은 암코끼리들은 아들들이 그어놓은 경계를 다시금 지우기 시작한다. 끝내 완벽한 산양을 찾지 못할 수도 있고, 장성한 수코끼리들은 죽을 때까지 싸움을 그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누군가 불가능한 것을 꿈꾸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결함〉에서 훗날 공자새가 된 징이 결함으로 여겼던 어깨의 뼈를 이용해 허공으로 날아올랐던 것처럼 언젠가는 말도 안 되는 꿈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자신의 권력과 늙은 어머니의 목숨 사이에서 고뇌하던 쒀퉈도 마침내 젊고 힘센 자신이 희생하기로 결심하지만 실제로 굴속으로 돌진한 것은 어미 샤투이다. 이 지극한 모성애는 동물의 것인가 인간의 것인가. 샤투는 본성대로 자식을 보호하려 한 것인가,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젊고 힘센 아들의 희생을 막은 것인가.
《유모가 된 붉은 산양》은 철저하게 동물의 이야기 그 자체를 하고 있음에도 결국에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나은 길을 찾도록 이끌어주는 작품이다. 약육강식 대 연대와 협력,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거칠지만 강인하고, 피와 살이 튀지만 따뜻하고, 냉혹하지만 아름다운 동물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권할 만하다.


  

작가 소개

글 : 선스시
沈石溪
1952년 상하이에서 태어났다. 1969년 중학교를 마친 후 윈난 국경지대의 농촌 마을로 옮겨 가 18년을 살았다. 사방이 울창한 열대우림인 이곳에서 선스시는 대자연 속 야생 동물들을 직접 관찰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79년 첫 소설 『코끼리 무리가 이사하는 시간』을 발표했으며 1983년에는 『퇴역 군견 황호』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게 된다. 이후 동물 소설 창작의 한 길을 걸으며 『일곱 번째 사냥개』, 『어느 사냥 수리의 운명』, 『붉은 젖양 시루아』, 『사슴왕 하커』, 『새 사육사』, 『늑대왕의 꿈』 등 수많은 명작을 발표, 중국작가협회 전국우수아동문학상, 중국도서상, 타이완 양환아동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중국 최고의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며, 중국작가협회 아동문학위원회 위원, 상하이 작가협회 이사이다.

 

역 : 박경숙

국민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베이징 어언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는 명지전문대 강사이며, 글샘 중국문학 기획번역 팀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서로는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 하늘이 내린 지략가, 청칭홍』, 『늑대 박쥐』, 『다음에 다음에』 등이 있다.  

 

목 차

유모가 된 붉은 산양
쿠차이
결함
상모의 꿈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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