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정태규 소설가가
안구 마우스로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감동적인 생의 기록
소설가이자 전직 국어 교사인 저자는 현재 루게릭병으로 7년째 투병 중이다. 몸에서 근육이 사라지고 전신이 마비되어 결국 호흡 마비로 사망에 이르는 것이 루게릭병. 이미 전신이 마비돼 호흡기로 숨을 쉬지만,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삶이어서 그는 오히려 자유롭다고 말한다.
이 책은 눈 깜박임만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정태규 작가가 ‘안구 마우스’라는 장치를 이용해 한 자 한 자 눈으로 써내려간 감동적인 생의 기록이다. 그토록 가까운 죽음의 곁에서 그는 건강한 육신으로 살아갈 땐 결코 알지 못했던 생의 기쁨과 희망에 대해 역설적으로 증언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의 사소한 일들이 사실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체험적 고백으로 일깨워주는 책이다.
“언제고 호흡기만 떼면 나는 생을 달리할 수 있다.”
이토록 가까운 죽음 곁에서,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이의 노래
보통 사람에게 글쓰기란 펜을 들고 쓱쓱 끼적이거나, 키보드를 톡톡 두들기면 되는 간단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글을 쓰다 고치는 일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눈 깜박임이 유일한 의사 표현 수단인 정태규 작가에겐 매 순간 혼신을 다해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다. 놀랍게도 그는 정말 눈을 깜박여서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고 한 글자, 한 문장을 완성해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매일매일 조금씩 나빠지는 병. 병세를 늦추는 것이 가장 최선인 병. 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관망할 수밖에 없는 병…. 그래서 가장 잔인한 병으로 불리는 것이 루게릭병이다. 병을 앓기 전 저자는 부산의 여러 고교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했으며, 소설가로서 꽤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보여준 작가다.
평소와 다름없던 2011년의 어느 가을 아침, 출근 준비를 하던 중 그는 처음으로 이상 증세를 느꼈다. 손가락에 힘이 없어 와이셔츠 단추를 채우지 못한 거다. 그 후로 점점 팔다리에 힘이 없어지고, 가벼운 물건조차 들지 못하고, 길을 걷다가도 맥없이 푹 쓰러지는 일들을 겪었다. 까닭을 알 수 없는 증상들의 원인을 찾아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국 1년여 만에 루게릭병임을 알았다.
처음에는 가혹한 운명의 신을 저주하며 혼돈과 방황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곧 새로운 삶의 질서를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손을 쓸 수 없게 되자 구술을 해서라도 자신에게 구원과도 같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제 그는 전신이 마비되어 먹지도, 말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호흡기를 달고 숨을 쉰다. 두 눈을 깜박이는 것 말고는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아직 깜박일 수 있는 두 눈으로 ‘안구 마우스’라는 장치에 의지해 글을 쓰고 세상과 소통하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은 생의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은 그가 안구 마우스로 힘겹게 써내려간 감동적인 생의 기록이자 작가로서 그의 문학적 성취를 보여주는 작품집이다.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나비 같은 사람’
그가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은 생의 의미
책은 전체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작가에게 루게릭병 증상이 처음 나타난 2011년 가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7년간의 기록이다. 믿기 힘들게도 ‘안구 마우스’라는 장치를 이용해 눈으로 한 자 한 자 더디게 써내려간 글이다. 증상이 최초로 발현되던 순간부터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뒤의 심경, 혼돈과 방황의 시기, 병이 날로 악화되면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참담하고 고통스런 순간들, 여러 번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마침내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돌아보게 된 생의 의미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들은 눈물겹지만 죽음조차 초월해버린 그를 보며 오히려 우리가 힘과 용기를 얻게 된다.
2부와 3부에서는 작가로서 그의 문학세계를 보여주는 소설과 에세이들을 소개한다. 특히 2부에 실린 단편소설 <비원>과 <갈증>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루게릭 환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아픔을 절절히 그려낸다. 3부는 정태규 작가의 산문집 《꿈을 굽다》(2012)에 수록됐던 작품들 중에서 뽑은 것으로, 모두 13편의 짧은 에세이들이다. 그중에서도 <감나무 연가> <아름다운 순간> <갈천리에서> 등 가슴 저미도록 아름다운 산문들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살아 있는 매 순간의 감사함을 깨닫게 해주는 책
비록 육체의 감옥에 갇혀 있지만 정태규 작가의 영혼은 자유롭다. 그 감옥에서 자유를 누리겠다고 당당히 선언하는 그를 보며 우리는 삶의 길이가 아닌 밀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보게 된다. 그래서 책을 펼쳐들 때 작가에게 가졌던 연민이 책장을 덮는 순간 오히려 용기와 감사로 바뀌게 됨을 경험한다. “죽음에 저항하며 동시에 죽음을 긍정하는” 그를 통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생의 의미와 내 곁의 소중한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해인 수녀가 추천사에서 말했듯, “당연히 누리는 일상의 사소한 일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자주 잊고 사는 우리에게 그의 글들은 다시 일어설 용기와 감사 그리고 희망을 심어준다.” 그리하여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식탁에 가족과 오순도순 머리를 맞대고 한 끼 밥을 먹는 일이,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나누는 일이, 계절의 미세한 변화를 느끼는 그 사소한 일들이 실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가슴으로 깨닫게 되기를….
작가 소개
저 : 정태규
소설가이자 전직 국어 교사, 지금은 루게릭병으로 7년째 투병 중.
평소와 다름없던 어느 가을 아침, 출근 준비를 하던 중 와이셔츠 단추를 잠그지 못해 당황한 일이 있었다. 그 후로 점점 팔다리에 힘이 없어지고, 가벼운 물건조차 들지 못하고, 길을 걷다 푹 쓰러지는 일들을 겪었다. 그 원인을 찾아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1년여 만에 루게릭병임을 알았다. 가혹한 운명을 탓하기도 했지만 곧 새로운 삶의 질서를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병이 날로 깊어가는 과정에서도 자신에게 구원과도 같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제 그는 전신이 마비되어 먹지도, 말하지도 못하며 호흡기를 달고 숨을 쉰다. 두 눈을 깜박이는 것 말고는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아직 깜박일 수 있는 두 눈으로 ‘안구 마우스’라는 장치에 의지해 글을 쓰고 세상과 소통하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은 생의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은 그가 안구 마우스로 힘겹게 써내려간 감동적인 생의 기록이자 작가로서 문학적 성취를 보여주는 작품집이다.
정태규 작가는 1958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부산대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1회 부산소설문학상과 제28회 향파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부산작가회의 회장과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을 지냈다. 소설집으로 『청학에서 세석까지』 『길 위에서』 『편지』가 있으며, 산문집 『꿈을 굽다』, 평론집 『시간의 향기』 등을 냈다. 페이스북 ssangbaektaegyujung
그림 : 김덕기
1969년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독특한 화풍으로 한국 화단에서 ‘색의 마술사’라는 평가를 받으며, 그동안 30여 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밝고 경쾌한 색채로 가족의 소박한 일상을 그려 ‘행복을 전하는 화가’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꽃이 만발한 정원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들은 꽃 속에서 함께하는 시간과 같다’는 그의 철학을 담아낸다. www.dukki.com
목 차
추천의 글
1부 영혼의 근육으로 쓴 이야기 -병상에서
단추를 채우지 못한 어느 아침
엄지와 검지의 반란
내 안의 외로운 늑대 한 마리
떠내려간 검은 고무신 한 짝
신의 충고
서 있는 것보다 중요한 것
부산에서 서울까지, 아득한 먼 길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
벌떡 일어나서 걸어라, 뛰어라!
세상에서 가장 슬픈 출판기념회와 ‘감성적인 야수’를 위한 특별한 토론회
유쾌한 방문
우체국으로 간 앰뷸런스
페이스북 스타 되다
맛에 대한 오래된 기억
아내는 힘이 세다
나를 살게 하는 것들
눈썹과 귀털
2부 모범 작문 -소설
비원秘苑
갈증
모범 작문
3부 그대 떠난 빈집의 감나무 되어 -에세이
감나무 연가
별 이야기
아름다운 순간
초발심
갈천리에서
집을 짓는 힘
꽃에 이르는 길
아이들은 자란다!
짝사랑
청사포에서
초등학교
5월에는
함박꽃밭의 축제
에필로그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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