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노랑을 찾아 떠나는 유쾌한 소풍
‘노랑이들’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노랑으로 시작해서 노랑으로 끝나는 그림책입니다. 노랑을 찾아 떠나는 주체는 바로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 입고 있는 흰옷은 어떤 색으로도 물들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칙칙하고 단조로운 도시에 노란 버스가 오지요. 아이들은 노란 버스를 타고 노란 꽃이 핀 동네를 지나 노란 것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길을 달려 노란 들판에 도착합니다. 벼들이 익어가는 황금 들판, 탁 트인 자연을 만난 아이들은 마음을 활짝 엽니다. 메뚜기를 따라 훨훨 날아오르기도 하고 어질어질 떨어지기도 하지요. 그렇게 한바탕 놀고 난 뒤에는 노란 벼들로 꽉 채워진 들판에서 방방 뛰기도 하고 뒹굴기도 하지요. 점점 놀이에 빠져들수록 아이들도 노랑으로 물들어 갑니다. 아이들 옷에 붙은 노란 알갱이들이 점점 많아지지요.
그때 허수아비가 나타납니다. 사람의 형상을 보자 아이들은 화들짝 놀라지요. 자유로운 상상이 허수아비로 표현되는 타인의 시선으로 깨지고 맙니다. 현실로 돌아온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와 옷에 묻은 노란 먼지를 털고 잠이 들지요. 낮에 있었던 일들은 날아가는 노란 먼지처럼 탈탈 털려 가는 것 같습니다.
마음을 열면 보이는 것들
잠든 아이들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면 노랑을 찾아 떠난 흥겨운 소풍 정도로 끝낼 수 있겠지요. 작가는 여기에 살짝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엮습니다. 노란 달님이 잠든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아이들 옷을 노랗게 물들였다는 것이지요.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유머가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노랑이들』은 전통적인 기승전결 플롯과 다릅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플롯의 배치를 따라가면서도 그 나름대로 개별적인 흥과 정서를 분출합니다. 작가는 안정적인 플롯만 따라가지 말고 마음을 활짝 열어 보라고 얘기하는 듯합니다. “예쁜 것은 무릇 마음을 활짝 열 때 다가오기 마련이지.” 하고 말입니다. 때로는 “노란 들판에서 한바탕 놀고 나니 어때?” “노란 달님이 이 세상을 물들이는 것 같지 않니?” 하고 묻는 것 같기도 하지요.
책을 덮고 눈앞에서 노랑이들을 찾아봅니다. 책상에는 노란 컵, 노란 메모지가 보이고 시선을 넓히면 노란 가방, 노란 옷도 보입니다. 창밖으로 계절마다 노란 꽃, 노란 낙엽 등을 찾을 수 있지요. 노란 대상들은 참 많지요. 그 대상과 색을 천천히 바라보다 보면 색이 주는 충만함이 다가옵니다. 의미를 찾는 오랜 습관을 살짝 놓아버리면 눈앞의 형체와 색이 아름다움으로 반짝합니다.
작가 소개
저 : 조혜란
196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좋아해서 두 달이 다니는 어린이집 친구들과 함께 직접 그림책을 만들어 보는 '토끼네 그림책방' 활동을 하고 있는 조혜란은, '밥알 한 톨, 김치 한 조각도 농부의 땀이 배어 있는 소중한 것'이라며 딸들이 남긴 음식까지 말끔히 먹어치우는,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씩씩한 엄마이기도 하다. 우리 옛 그림의 맛이 살아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는 조혜란 선생님은, 어린이들이 즐겁게 보면서 세상을 새롭게 알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그림책을 꾸준히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 동안 지은 책으로는 「옥이네 이야기」시리즈,『사물놀이』『삼신 할머니와 아이들』『박씨 부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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