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의 역사

연극적 관점에서 바라본 종교개혁

 이러한 문제의식을 중심에 두고 저자는 이 책에서 ‘배우’(Akteurs), ‘연출’(Inszenierung), ‘연출하기’(inszenieren)와 같은 눈에 띄는 어휘들을 사용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연극의 필수 요소는 대본, 연기자, 연출이다. 그렇다면 ‘종교개혁은 연극이었나’라는 의문이 생긴다. 누구도 처음부터 종교개혁을 계획하지는 않았다. 루터나 다른 어떤 인물도 어떤 의도와 계획을 가지고 종교개혁에 착수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종교개혁은 연극이 아닌가? 그러나 미리 쓰인 대본을 필요로 하지 않은 즉흥극이 있다. 그러므로 종교개혁을 일종의 연극으로 본 저자의 의견이 틀린 것은 아니다. 대본이 없는 종교개혁은 루터라는 연기자 한 명이 등장하는 1인극이 아니었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는 종교개혁을 많은 연기자들 ― 황제, 제후, 시민, 농민, 수공업자 등 ― 이 연출하는 대규모 즉흥극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므로 저자는 각 연기자의 행위를 분석하고 기술한다.

한편으로 연극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예술이기도 한데, 종교개혁은 당시 중세의 가을로 접어든 유럽의 변화를 반영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종교개혁 이전에 이미 가톨릭교회는 쇠퇴기로 접어들었고, 많은 문제로 곪아터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런 가운데 루터는 면죄라는 한 가지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였다. 그러므로 종교개혁이 중세 교회에 몰락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세 교회의 몰락은 기정사실이었고 종교개혁은 그것을 확인한 사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점을, 종교개혁은 중세의 연속선상에 있고, 다른 한편으로 보면 중세와의 단절을 나타내는 사건이라고 표현한다.

각별히 저자는 독일의 종교개혁 역사를 서술의 중심에 놓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 카우프만은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 유럽 연관성을 포기할 수 없을 경우에만 그 관계를 다루고자 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종교개혁 당시, 독일 민족의 신성로마제국의 수장 카를 5세가 종교개혁의 결정적 단계에서 유럽적, 세계정치적 규격의 군주였고 제국에서 종교정책이나 외교적 이해관계에 얽혀 영향력을 행사하던 사실을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일을 제외한 유럽 각국의 종교개혁의 전개과정을 염두에 둔다면, 비판의 소지도 엿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이 책은 전통적인 종교개혁 연구가 루터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그를 영웅시하는 전반적인 경향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면서 당대 유럽 전반의 상황 속에서 고찰해야 함을 서술의 최우선 순위로 둠으로써,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저자가 애써 제1부 전체를 할애하여 종교개혁의 전제들로 정치적, 사회적, 교회사적, 경건사적, 신학사적, 문화사적, 교육사적, 커뮤니케이션사적 전제를 훑어낸 의도도 바로 그 연장선상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저 : 토마스 카우프만

Thomas Kaufmann

 독일의 루터파 교회사가이다. 쿡스하펜에서 태어나 1981년 김나지움을 졸업했다. 1981~87년 뮌스터, 튀빙겐, 괴팅겐 대학에서 개신교 신학을 공부했고, 1987년 하노버에서 첫 번째 신학 시험을 통과했다. 1989~93년에는 괴팅겐에서 베른트 묄러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1990년 그는 괴팅겐 대학에서 스트라스부르 종교개혁가들의 성만찬 신학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3~94년에는 연구조교로 일했으며, 1994년 역시 괴팅겐 대학에서 교회사로 하빌리타치온을 받았다. 1996년 뮌헨 대학의 교회사 교수로 부임했다가, 2000년 괴팅겐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베른트 묄러의 후임으로 지금까지 그곳에서 교회사를 가르쳐오고 있다. 2003/05년에는 이 대학 신학대학의 학장직을 맡았고, 2005년 바젤 대학, 2011년 에를랑겐 대학으로부터 초빙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했다.

그의 주요 연구 주제는 종교개혁기와 근대 초기의 교회사, 신학사, 그리스도교사이다. 마르틴 루터의 일대기, 유럽 종교개혁의 역사, 독일 종교개혁의 역사를 다룬 책을 썼다. 괴팅겐 과학아카데미의 정회원이며, 2012~16년에는 아카데미의 첫 번째 부의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2016년 5월 5일, 요아힘 링레벤의 후임으로 부르스펠데 수도원의 원장직을 맡았다. 그 밖에 2011년부터 지금까지 종교개혁사학회의 회장으로 있기도 하다. 2017년 1월 13일 카우프만은 노르웨이 오슬로 신학대학으로부터 종교개혁사 연구에서 이룬 성과를 인정받아 명예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루터의 신앙고백에 대한 그의 해석은 스칸디나비아에서 큰 주목을 얻었다.

저서로 Die Abendmahlstheologie der Strassburger Reformatoren bis 1528(1992), Das Ende der Reformation: Magdeburgs “Herrgotts Kanzlei” 1548~1551/2(2003), Konfession und Kultur: Lutherischer Protestantismus in der zweiten Halfte des Reformationsjahrhunderts(2006), Luthers Juden(2014), Erloste und Verdammte: Eine Geschichte der Reformation(2016), Geschichte der Reformation in Deutschland(2016) 등이 있다. 

역 : 황정욱

1950년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한신대 대학원에서 신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독일 부퍼탈 신학대학(Kirchliche Hochschule Wuppertal)에서 교회사를 전공하여 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부터 2015년까지 한신대 신학과 교수로 있었다. 저서로 『칼빈의 초기사상연구 1』(한신대학교출판부, 2000), 『칼빈의 초기사상연구 2』(한신대학교출판부, 2002), 『예루살렘에서 장안까지』(한신대학교출판부, 2005)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교회교의학 Ⅱ/1』(칼 바르트, 대한기독교서회, 2010), 『교회교의학 Ⅱ/2』(칼 바르트, 대한기독교서회, 2007), 『교회교의학 Ⅳ/3-2』(칼 바르트, 대한기독교서회, 2005), 『종교개혁 초기: 청년 루터, 청년 츠빙글리』(요하임 로게, 호서대학교출판부, 2015), 『독일 민족의 그리스도인 귀족에 고함 외』(마르틴 루터, 도서출판 길, 2017), 『종교개혁의 역사』(토마스 카우프만, 도서출판 길, 2017) 등이 있고, 다수의 연구 논문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