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 시대의 소로’ ‘현대의 시튼’으로 평가받는
세계적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의,
행복과 생존, 치유의 본능인 ‘귀소’에 대한 집요한 탐사의 기록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동물들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집(home)’에 대하여, 그리고 생의 어느 순간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게 하는 ‘귀소본능’에 대하여 자연주의자로서의 철학, 생물학자로서의 통찰을 담은 따뜻한 자연과학책 『귀소본능(The Homing Instinct)』이 출간되었다.
저자인 베른트 하인리히는 뒤영벌 연구와 큰까마귀의 사회행동 연구를 통해 곤충생리학과 동물행동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생물학자이다. 첫 책 『뒤영벌의 경제학』으로 미국도서상 후보에 두 번이나 오른 이후, 수십 권의 자연과학책을 펴내며 자연사 부문 저술에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인 존 버로스 상, L.L. 윈십 도서상, 미국 펜(PEN)클럽 논픽션 상을 수상했다.
그는 소로와 니어링 부부 등 많은 자연주의자들이 사랑한 지역이자 미국에서 가장 큰 삼림지대, 그리고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메인(Maine)주의 숲에서 손수 오두막을 짓고 자연 속 소박하면서도 조화로운 삶을 이어나간다. 인간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져 생활하는 자연스러운 삶의 기쁨을 아는 그가, 이번에는 먼 삶의 길을 돌아와 다시 마주한 고향, ‘집’을 둘러싼 동물들의 세계를 친근하면서도 생생하게 이야기한다.
마음의 고향인 메인 숲으로 늘 돌아가 살고 싶었던 하인리히는, 개인적 문제였던 ‘귀향’에서 출발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들이 본능적으로 특정 장소로 향하는 현상을 깊게 탐구하기 시작한다. 『귀소본능』은 매년 망망대해를 넘어 알래스카 침엽수림의 터전으로 돌아오는 캐나다두루미 한 쌍부터, 물고기, 곤충, 새, 양서류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숲속 생물들의 이주와 귀향, 집짓기에 관한 하인리히의 세밀하고 집요한 탐사의 기록을 담고 있다.
최고의 과학자이자 작가, 예술가라고 불리는 하인리히는 특유의 “빈틈없고 절묘한” 문체와(LA타임스) 따뜻하면서도 섬세한 필치의 그림으로 대자연의 신비를 묘사한다. 세심하면서도 진득한 그만의 관찰법은 어느덧 독자를 고요한 숲 한가운데로 데려와 자연의 속삭임을 숨죽여 감상하게 한다.
‘우리는 모두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다’
숲속 생물들의 이주와 귀향을 둘러싼 경이롭고 감동적인 관찰의 나날
왜 많은 생물들은 생명의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가려 하는가. 하인리히는 기발하고 세밀한 관찰력과 정확한 연구를 바탕으로 자연과 생명의 신비를 파헤친다.
그는 대자연에서 느끼는 경이로운 광경에 감탄하며 끊임없이 질문한다. 예를 들면, ‘텍사스나 멕시코에서 시작해 5,000킬로미터에 이르는 장거리 비행을 마친 두루미는, 대체 어떻게 끝없이 펼쳐진 알래스카의 침엽수림 전역에 산재한 수천 곳의 얼음언덕 가운데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찾아 날아들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는 어떤 사고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관찰하고 탐구한다. 캐나다두루미 밀리와 로이가 광활한 비행 끝에 귀향하는 과정을 행동 하나하나 주의 깊게 지켜보며, 새들의 감정 변화까지 고스란히 담아내는 장면은 감동을 자아낸다.
그뿐만 아니라 하인리히는 지구 전체를 무대로 삼아 태양, 별, 파도, 자기, 바람 등 자연의 신호를 읽어내는 동물들의 귀향방법을 구체적인 연구 결과와 사례를 동반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가 하면, 집에 찾아와 일 년을 함께한 거미 샬롯이 먹이를 잡아먹는 과정을 치밀하면서도 생생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나뭇가지를 오르내리는 작은 애벌레의 미세한 꿈틀거림도, 놀라운 건축기술을 보여주는 새들의 각양각색 집짓기도 어느 것 하나 놓치는 법이 없다.
하인리히가 어떤 특정 현상을 두고 의문을 가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신비하고 놀랍다. 동물들의 행동 연구로 유명한 과학자답게 단순 관찰에 그치는 것이 아닌, 늘 가정과 예측을 하고, 실험에 변수를 주며 결과를 꼼꼼히 비교 검토한다. 하인리히의 이러한 탐구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보면, 어느새 생물학의 색다른 묘미에 흠뻑 빠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집’에 이끌리는 감정을 소홀히 하는 것은,
스스로의 생명활동을 저버리는 일이다
‘우리는 집을 어떻게 찾아내고 그것을 어떻게 자기 집으로 인식하는가?’라는 간단한 질문으로 출발한 하인리히의 지적 호기심은, 자연이 선사한 행복과 치유의 본능인 ‘귀소’ 메커니즘을 규명하면서, 인간과 수많은 동물들의 삶을 가능케 하는 집(home)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는다.
안식을 위해 집으로, 무리로 ‘회귀하고’ 싶은 건 인간만이 아니다. 하인리히는 숲속 생물들의 다채로운 세계를 통해 생의 여정 끝에 다시 마주한 ‘본연’의 모습을 일깨운다. 또한 자연 속에 존재하는 한 없이 작은 인간으로서, 우리들의 삶을 겸허히 직시하게 해준다.
알래스카에서 호주까지 1만여 킬로미터를 먹이는커녕 물도 마시지 않고 잠도 안 자면서 태평양을 가로질러 비행하는 큰뒷부리도요의 체중은 비행 후,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부터, 태양을 나침반으로 이용하는 개미, 은하수를 이루는 별무리를 이정표로 삼는 애기뿔소똥구리, 냄새를 이용해 자기가 태어난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연어, 단순히 ‘집’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집 주변에 고유의 주거지와 집을 지키기 위한 댐까지 건축하는 비버의 정교한 집짓기, 혼자서는 벌방을 만들지 못하지만 다른 벌이 해놓은 작업에 힘을 보태 동물의 왕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건축물을 탄생시키는 꿀벌까지, 하인리히는 대자연의 서사를 애정 어린 시선, 소담하고 일상적인 언어로 친근하게 소개하며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고 귀소성에 관한 솔직한 논의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알바트로스의 비행에서 시작된 ‘귀소’에 대한 궁금증은 여러 동물들의 귀향방법과 집짓기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가 진사회성을 띠는 동물들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현생 인류의 조상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이 왜 다른 동물들과 달리 ‘집’을 가진 이후 이동에 제약을 받고 집에 머물러 있어야만 했는지, 또한 왜 때가 되면 집을 떠나 ‘세상과 마주해야만’ 했는지 거대한 자연과 생태라는 관점에서의 자연주의자의 깊은 삶의 통찰이 돋보인다.
자신이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식하는 것은 삶의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이지만, 여전히 명쾌한 해답을 얻지 못한 채 남아 있다고 하인리히는 말한다. 그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그 끝없는 의문을 파헤치기 위해 앞으로도 멋진 지적 탐험을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탐사의 결과물들이 마음의 고향을 잃어버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하나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줄 것이다.
작가 소개
글그림 : 베른트 하인리히
Bernd Heinrich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생물학자이자 문필가. 1940년 폴란드 보로브케에서 태어난 독일인으로, 제2차 세계대전 때 고향을 떠나 독일 한하이데 숲으로 이주하여 유년기를 보냈다. 1951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메인주립대학교에서 동물학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고 UCLA에서 동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UCLA와 UC버클리에서 교수를 역임했으며, 2015년 현재 메인 주의 통나무집에 살면서 저술 활동을 하며 버몬트대학교 생물학부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첫 번째 저서 『뒤영벌의 경제학』이 미국 도서상 후보에 두 번이나 오르면서 일약 생물학계의 유망주로 떠오른 하인리히는 기발하고 세밀한 관찰력과 정확한 연구를 바탕으로 자연과 생명의 신비를 파헤친 다채로운 자연에세이와 과학책을 저술, ‘존 버로스상’, ‘L. L. 윈십 도서상’ 등을 수상하며 ‘현대의 소로’라는 찬사를 받으며 생명 현상과 생물학의 즐거움을 독자들에게 일깨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생명에서 생명으로』, 『까마귀의 마음』, 『숲에 사는 즐거움』, 『우리는 왜 달리는가』, 『동물들의 겨울나기』, 『메인의 숲에서 보낸 1년』, 『내 숲의 나무들』, 『아버지의 오래된 숲』, 등이 있다.
역 : 이경아
숙명여자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한 후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번역해 왔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자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내셔널지오그래픽」을 한국판으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자연해부도감』, 『농장해부도감』, 『밀림으로 간 유클리드』, 『우주의 점』, 『골드바흐의 추측』, 『블랙홀, 웜홀, 타임머신』 등이 있다.
목 차
책머리에
시작하며
1부 | 태어난 곳, 옛집으로 귀향하다
캐나다두루미 밀리와 로이의 귀향
벌들의 경이로운 소통방식
저마다의 낙원을 찾아 이동하는 동물들
자연의 신호를 읽어내는 법
냄새로 어떻게 집을 찾을까
집터 후보지를 탐색하다
2부 | 동물들이 집을 짓고 가꾸는 법
정교하고 아름다운 동물들의 건축술
안락한 집을 떠나 대자연 속으로
집을 찾는 불청객들
우리 집 샬롯의 거미줄 집도 ‘특별하다’
사회성을 띤 동물들의 공동주택
3부 | 왜 회귀하는가
네 그루의 밤나무로 인공적인 숲 경계를 무너뜨리다
나무와 돌에 얽힌 집의 기억
우리가 즐겨 걷는 숲속의 길, 그리고 따뜻한 오두막집
따뜻한 온기를 품은 난롯가가 곧 집이 되었다
무리를 따라서
마치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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