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좋은 동시집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88번째 도서 『키다리가 되었다가 난쟁이가 되었다가』가 출간되었다.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동화까지도 작품 영역을 넓혀가며 문학적 역량을 보여주는 이성자 작가의 기존 작품을 새로운 판형과 윤지은 화가의 감각적인 그림으로 재출간하였다.
이 동시집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예전에 초등학교 교사로서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세심하게 그들을 관찰했던 경험 덕분으로 짐작된다.
선생님께 칭찬받은 날은
키다리가 되었다가
야단맞은 날은
난쟁이가 되었다가
하루 종일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다니며
키다리가 되었다가
난쟁이가 되었다가
그림자는
어떻게 알았을까
내 속마음을.
―「키다리가 되었다가, 난쟁이가 되었다가」 전문
표제작 「키다리가 되었다가, 난쟁이가 되었다가」는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작품이다. 이러한 경험을 대부분 해보았기 때문이다. 내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건네는 한마디 칭찬 또는 비난이 나에게 어떤 작용을 하는지 그 의미가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게 담겨 있다. 이 시에서는 선생님으로만 한정하여 표현했지만, 아마도 시인은 부모님이나 이웃 어른들, 그리고 친구들까지도 포함하여 창작했을 것이다. 내가 칭찬을 들으면 어느새 키다리가 되는 나의 그림자는 야단을 맞은 어느 날에는 난쟁이가 되기도 한다. 여기서 ‘키다리’와 ‘난쟁이’는 자존감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이 시를 읽으면 “그러니까 우리에게 칭찬만 해주세요! 난 늘 키다리가 되고 싶어요!”라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동생과 싸운 날」의 화자도 동생을 둔 많은 아이들의 공감을 살 만한 작품이다. 동생과 조금 다투기라도 하면 동생은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 이르고, 결국 돌아오는 것은 “네가 형이니까 참아야지.” 하는 엄마의 질책이다. 그때마다 맏이인 아이는 불만이 가득하다. 따지고 보면 맏이나 동생이나 철듦에 있어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자신도 모르게 맏이에게 커다란 책임을 짊어지길 요구한다. 그러니 화자인 아이의 억울함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아이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대변해주는 동시를 만나면 반가움이 먼저 든다. 이러한 작품으로는 「하품」, 「오줌싸개의 변명」, 「걸어 다니는 목소리」 등이 있다.
아동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도 이성자 시인이 놓치지 않는 것은 시적 감성이다. 이것은 특히 조부모에 대한 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키다리가 되었다가 난쟁이가 되었다가』에는 「시간 그릇」, 「참 좋을 거다」, 「성묘」, 「감자」, 「나보다 가벼운 할머니」, 「우리 할머니」, 「숟가락」 등 조부모에 대한 시가 다수 수록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엄마 아빠 못지않게 어린 화자를 사랑해주던 할머니의 부재를 그린 「참 좋을 거다」는 짠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우리 할머니가
산속 마을
작은 무덤집으로 이사 간다
산에 사는 짐승들
풀꽃들은 참 좋을 거다
할머니랑 함께 살 수 있어서
날마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들을 수 있어서
재미난 이야기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할머니의 자장가 들으며
토실토실 살찌고
정말로 좋을 거다
오늘부터
우리 할머니의
손자, 손녀가 될 수 있어서.
―「참 좋을 거다」전문
이 작품에는 할머니를 산소에 모시게 된 화자가 등장한다. 늘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장가로 재워주던 기억을 가졌기에 그 슬픔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화자는 자신에게 아낌없이 주던 그 모든 사랑을 이제는 ‘작은 무덤집’ 근처에 있는 동물들과 풀꽃들이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아픈 마음을 스스로 달랜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우면서도 슬픔에 갇히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안도감이 든다.
해설을 쓴 전병호 시인은 이 동시집이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2006년에 처음 펴낸 이 동시집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는 사실이 그 점을 증명”한다고 하였다. 좋은 작품은 시간을 초월하여 사랑을 받는다. 『키다리가 되었다가 난쟁이가 되었다가』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독자들의 애정을 받을 만한 동시집으로 아이들 곁에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글 : 이성자
광주대학교와 명지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아동문학평론 신인상, 동아일보신춘문예와 어린이문화신인대상 문학부문에 당선되었으며 계몽아동문학상, 눈높이아동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내 친구 용환이 삼촌』, 『형이라고 부를 자신 있니?』, 『뭐가 다른데?』, 『최고는 내 안에 있어!』 등이 있다. 광주대학교 겸임교수다. 지금은 광주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광주교육대학교에서 아동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림 : 윤지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했고, 부전공으로 일본어를 공부했다.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에서 근무하고, 현재 순정만화 편집자와 번역자를 겸하고 있다. 『달링은 외국인』『나홀로 여행 1, 2』 『마라톤 1년차』 『마라톤 2년차』 『효도할 수 있을까?』 『핀란드 교실 혁명』(공역) 및 많은 만화 단행본과 라이트노벨을 번역했고, 만화작법에 관한 실용서 『이것이 리얼 만화작법서』를 집필했다.
목 차
제1부 우리는 서로 안고 산다
하품 / 골목길 / 조심조심 / 눈 뜬 소문들 / 키다리가 되었다가, 난쟁이가 되었다가 / 머리가 아픈 날 / 아스팔트 위의 고양이 / 털목도리 / 동생과 싸운 날 / 우리는 서로 안고 산다 / 오줌싸개의 변명 / 시간 그릇 / 우리 집 개, 뿡이 / 벚꽃 필 때 / 오늘
제2부 참 좋을 거다
참 좋을 거다 / 소문 / 감기할멈 / 성묘 / 감자 / 거울과 나 / 할머니의 세종대왕님 / 걸어 다니는 목소리 / 나보다 가벼운 할머니 / 우리 할머니 / 숟가락 / 바람과 빨래 / 안녕, 손톱! / 백일홍꽃 / 우리 엄마 / 눈 위의 발자국 / 효자손 / 수영장에서 / 옷 입은 나무
제3부 풀잎에도 귀가 있어
봄 / 바람 / 풀잎에도 귀가 있어 / 해바라기 / 비누 / 내 이름도 불러 주세요 / 벚나무 / 초여름 한나절 / 코스모스꽃 / 참새 가슴 / 봄날에 / 소금쟁이 / 그림 속으로 / 동네 헌책방 할아버지 / 포도나무 / 하늘을 날고 싶은 대나무 / 사전 속 낱말들 / 친구에게
재미있는 동시 이야기
어린이들이 찾아 읽는 동시집_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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