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성유전학 - 경험과 습관이 바꾸는 유전자의 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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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베른하르트 케겔
출판사항다른세상, 발행일:2017/12/08
형태사항p.371 국판:23
매장위치자연과학부(B2)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77661936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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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나의 잘못된 식습관이 손자·손녀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느냐는 매우 개인적인 일로, 오로지 우리의 몸에만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과식하는 사람, 기름진 음식이나 단 음식을 너무 많이 먹는 사람은 자신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다음과 같은 가정이 모두에게 적용된다면 어떨까?
우리가 먹는 음식의 양과 질이 오로지 우리에게만 영향을 끼친다는 믿음이 잘못된 것이라면? 우리가 섭취한 음식이 나와 내 아이만이 아니라 손자·손녀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말도 안 된다고 고개를 저을 법한 이야기가 스웨덴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다. 그들은 외버칼릭스라는 작은 마을에서 1900년대 전후에 태어난 이들의 과식이나 굶주림이 후손에게 끼친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친조부가 유년기 시절에 음식을 배불리 먹을 경우, 손자·손녀가 당뇨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친조부가 굶주린 경우보다 무려 4배나 높게 나타났다. 할아버지의 과다한 영양분 섭취가 지참금처럼 특정 질환의 형태로 손자·손녀에게 전달된 것이다!

경험과 습관은 어떻게 대물림되는가?

과학자들은 친조부가 어느 시기에 과식을 해야 자손들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치는지 조사하였고, 곧 유년기 중에서도 9~12세 때의 과식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느린 성장기’로 불리는 이 시기의 과식은 실로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손자·손녀 세대에 이르면 친조부가 유년기에 과식을 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기대수명이 무려 32년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자손의 수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결과는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더 흥미로웠다. 먼저 이러한 영향은 오직 친조부에게만 해당되었다. 친조부의 경험은 자녀 세대를 건너뛰고 손자·손녀에 이르러서야 영향력을 발휘한 반면, 외조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스웨덴 과학자들은 친조부의 이런 대물림이 정자를 통해 일어난다고 추측했다. 실제로 8세 남자아이의 고환에서 1차 정모세포가 발견되었고, 이 세포의 수는 사춘기 성장 과정에서 엄청나게 늘어났다. 문제가 되는 ‘느린 성장기’는 정자가 형성되는 조기 성장기와 거의 일치했다.
여기서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어떤 한 생물이 살아 있을 때 경험한 것들이 후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인식을 뒤흔들기 때문이다. 난자와 정자의 수정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생물에는 ‘출발점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이 작용한 것처럼 보였고, 이 믿음은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하지만 외버칼릭스의 연구 결과는 이 원칙을 깨트리는 것처럼 보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만 병에 걸리는 이유는?

이러한 의문에 답을 한 건 바로 후성유전학이다. 후성유전학은 유전자 염기서열은 변하지 않지만 유전자의 조절에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밝혀냈다. 그 결과, 우리는 기존의 인식을 뒤흔드는 완전히 새로운 사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 우리가 먹는 음식,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유전정보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후대에까지 대물림된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하자면 타고난 유전자는 변하지 않지만, 그 유전자 중 어떤 유전자를 활성화시킬지는 환경·습관·경험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를 입증해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일란성 쌍둥이를 주제로 한 연구들이다. 일란성 쌍둥이는 DNA는 물론 후성유전학적인 출발점도 같다. 만약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동일한 DNA 염기서열을 가진 일란성 쌍둥이는 특정 질병도 똑같이 앓아야 한다.
그러나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2005년 무려 80명의 일란성 쌍둥이를 조사한 국제 연구팀은 나이가 들수록 쌍둥이 간에 나타나는 차이가 점차 커진다는 걸 입증해냈다. 후성유전학적으로 3살 쌍둥이 자매는 거의 구별되지 않았지만, 50살 쌍둥이 자매는 유전체에 나타나는 후성유전학적 표시의 절대 수치와 분포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일례로 쌍둥이 중 한 명은 60살에 이미 노인성 알츠하이머를 앓았지만 다른 한쪽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80살에도 정신이 또렷했다.
과학자들은 일란성 쌍둥이 중 어느 한쪽만 특정 질환을 앓는 것을 ‘공유하지 않은 환경적 영향’에서 찾아냈다. 같은 유전자를 가졌더라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유전자의 발현 양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는 유전자의 총합 그 이상이다

유전자가 우리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믿던 때가 있었다. 영국의 생물학자 잭 코헨은 “당신은 당신의 DNA로 구현된 존재이다”라고 도발적으로 이야기했고,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코끼리는 코끼리 염색체에 들어 있는 유전정보의 부산물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믿음 아래 우리는 “재능인가, 환경인가”, “천성인가, 교육인가”라는, 유전과 환경을 가르는 이분법적 논쟁을 벌여왔다.
후성유전학은 올바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질문의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이제 다음과 같이 물어야 한다. “유전자와 환경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이러한 질문 아래 과학자들은 그간 간과하고 있던 사실을 지적한다. 조부의 굶주림이나 과식이 손자·손녀의 기대수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중대한 질병이나 전쟁, 강간 같은 뇌리에 깊게 남는 충격적인 경험은 우리의 유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이와 관련하여 외버칼릭스에 대한 연구 논문에 참여한 군나 카티는 “지금 과체중인 아이들로 이루어진 한 세대가 자라나면, 이 세대가 미래 세대에 어떤 의미를 지닐지, 나는 자문해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녀의 주장에는 후성유전학자들이 숙고했던 것과 같은 생각, 같은 우려가 숨어 있다.

우리가 만드는 유전자의 미래

하지만 우려할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것은 후성유전학적 표시가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은 물론, 사회적 환경 역시 우리의 유전정보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또한 후성유전학은 그간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여러 질환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암이다. 후성유전학자들은 유전자의 발현과 억제를 담당하는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발암유전자가 활성화되거나 종양억제유전자기 비활성화되어 암이 발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하여 과학자들은 전체 직장 종양의 90%가 넘는 종양에서 ‘Septin 9 유전자’가 메틸화되어 있는 걸 발견하였고, 이를 응용하여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해 직장암을 진단하는 ‘mSEPT9’ 검색 분석을 도입하였다. 대장내시경 검사라는 번거로운 절차 대신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해 메틸화된 유전자를 발견하여 직장암을 초기에 진단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또한 질환의 진행과정을 진단하고, 특정 치료제가 종양에 얼마나 잘 적용할지 예측하는 분야에서도 후성유전학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치료를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타고난 유전자가 모든 걸 결정한다는 운명론적 믿음은 깨졌다. 대신 우리에게는 환경과 유전자의 놀라운 상호작용을 규명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유전체와 후성유전체, 환경의 놀라운 하모니는 앞으로도 우리에게 흥미롭고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들려줄 것이다.  

작가 소개

저 : 베른하르트 케겔

1953년 베를린에서 태어나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화학과 생물학을 공부한 후, 생태학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1993년부터 대중을 위해 쉽고 유익한 과학 교양서를 다수 출간하였으며, 대학 강의도 병행하고 있다. 독일에서 수여하는 다양한 저널상을 수상했으며, 현재는 전문 작가이자 과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박테리아》,《도시 동물들》, 《떠돌이 개미들》 등이 있다.

 

감수 : 김태수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과정을 거쳐 현재는 이화여대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후성유전학 관련 인자들에 의한 유전자 발현 조절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다수의 논문을 SCI급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2007년 미국 백혈병· 림프종 학회로부터 Special Fellow로 선정되었으며, 2013년에 포스코청암재단에서 후원하는 ‘청암과학펠로십’을 수상했다.

 

역 : 권상희

독일 빌레펠트대학에서 언어학·독문학·역사학을 전공하고 석·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포닥장학생으로 연구 활동을 했다. 2017년 1월 독일 보쉬재단의 지원으로, 베를린 문학 콜로키움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초청되어 참석했으며, 현재는 홍익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기고문으로 독일에서 출간된 에세이집 《왜 우리는 이곳에 있는가》의 ‘두 문화 사이에서’가 있고, 번역서로 《타인의 삶》,《과거의 죄》,《박테리아》,《기린은 왜 목이 길까?》 등이 있다.  

 

목 차

한국어판 서문

1장 외버칼릭스의 사람들
2장 몬스터
3장 인간유전체기구와 큰 침묵
4장 유전자와 유전체: 멋진 비밀 저장소
5장 DNA 메틸화: 작은 원인, 큰 결과
6장 여성, 모자이크: X 염색체의 불활성화
7장 꼬여 있는 복합체: 히스톤과 뉴클레오솜
8장 핵 내부
9장 중간 정리
10장 생쥐, 인간, 그리고 돌연변이 유전자에 관해
11장 유전되느냐, 유전되지 않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12장 세상의 창
13장 통제할 수 없는 질병, 암
14장 아름다운 엉덩이를 가진 솔리드 골드: RNA의 세계
15장 앞으로의 100년을 위한 이론

책을 마치며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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