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먼저 시 한 편.
[너희들에게]
조재도
싹수 있는 놈은 아닐지라도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모범생은 아닐지라도
나는 너희들에게 희망을 갖는다
오토바이 훔치다 들켰다는 녀석
오락실 변소에서 담배 피우다 걸렸다는 녀석
술집에서 싸움박질 하다 끌려왔다는 녀석
모두 모두가 더없는 밀알이다
공부 잘해 대학 가고 졸업하면 펜대 굴려
이 나라 이 강산 좀먹어 가는
관료 후보생보다
농사꾼이 될지 운전수가 될지
공사판 벽돌 나르는 노동자가 될지
모르는 너희들에게 희망을 갖는다
이 시대를 지탱해 가는 모든 힘들이
버려진 사람들 그 굵은 팔뚝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나는 너희들을 믿는다
공무원 관리는 되지 못해도
어버이의 기대엔 미치지 못해도
동강난 강산 하나로 이을 힘이 바로 너희들
두 다리 가슴마다 들어 있기에
나는 믿는다 통일의 알갱이로 우뚝우뚝 커가는
건강하고 옹골찬 너희 어깨를
이 시는 지금부터 30여 년 전인 1985년에『민중교육』이라는 책에 발표되었다.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은 이 시가 실린 『민중교육』지가 불온하다며 공안사건을 일으켰다. 이른바 『민중교육』지 사건이 그것이다. 그로 인해 이 시를 쓴 조재도는 학교에서 파면되었다. 이 시에 나오는 표현대로 “공부 잘해 대학 가고 졸업하면 펜대 굴려 / 이 나라 이 강산 좀먹어 가는 / 관료 후보생 ”들이 성장하여 지금 나라를 분탕질쳐 놓았다. 사기꾼 최순실 일당과 김기춘, 우병우, 조윤선, 세칭 문고리 3인방이라는 자들과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무능한 대통령을 끼고 국정을 좌지우지 농단한 것이다.
이 책은 30여 년 전 [너희들에게]라는 시를 써서 학교에서 파면당한 바 있는 조재도 작가 쓴 촛불 우화동화이다. 지은이는 현재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한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지원 사업 선정 과정에서 탈락한 의혹을 제기하며 블랙리스트 작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책의 이야기는 태각사 밑 저수지에서 대왕자라와 비선 실세인 잉어의 물고기 개조 사업으로 시작된다. 대왕자라와 잉어는 물고기들을 개조시키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을 발표하고, 어기는 물고기들을 징벌방에 가둔다. 가혹한 독재체제가 시작된 것이다. 그럼에도 물고기들의 반항이 끊이지 않자 새로운 지배방법을 고안하는데, 바로 학교를 세워 물고기들이 어릴 때부터 교육을 통해 지배하고자 한다. 물고기들에 대한 물리적 탄압에서 정신적 이데올로기적 지배를 꾀하고자 하는 대왕자라와 잉어는 학교를 세워 교과서를 개발해 대왕자라의 개인 역사를 어린 물고기들에게 가르치려 한다.
“본인의 개인적인 역사를 가르치면 반발이 없겠소?”
“반발하는 무리들이야 늘 있지요.
그래봤자 한 줌일 테니 무시해도 됩니다.
어차피 역사는 힘 있는 자의 것 아닙니까?
“어차피 역사는 힘 있는 자의 것 아닙니까?” (-본문 중에서)
이 구절은 국정 역사교과서 개발과 무능한 독재체제로 탄핵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역사의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대왕자라와 잉어의 폭정을 견디다 못한 물고기들은 홍수가 져 저수지가 넘치는 어느 날, 너나없이 저수지를 탈출한다. 블랙리스트 조재도 작가의 촛불 우화동화!
그는 그동안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그러한 그물망을 짜기 위해 [[오리와 참매의 평화여행]]이라는 우화동화를 발간하기도 했다. “입이 여럿이면 쇠도 녹인다”는 작가의 말처럼, “물고기 하나하나가 ‘민주(民主)’야. 그들이 물고기 나라의 주인일 때 말이지.” 라는 이 책의 권두언처럼, 이 책은 독재체제는 결코 존속될 수 없다는 ‘민주의 가치’를 오롯이 담고 있다.
작가 소개
저 : 조재도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청양에서 자랐다. 서라벌고, 공주사대를 졸업한 후 대천고, 공주농고, 안면중학교에서 근무하였다. '민중교육'지 사건(1985), 전교조 결성(1989)으로 해직되었다가 1994년 복직되었다.
20여 년간 교직에 있었던 『이빨 자국』의 작가 조재도는 일곱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다. 시집 『백제시편』『그 나라』『사십 세』『교사일기』 등이 있고, 장편소설 『지난날의 미래』, 동화 『넌 혼자가 아니야』, 교육에세이 『일등은 오래가지 못한다』『삶ㆍ사회ㆍ인간ㆍ교육』, 시 해설집 『선생님과 함께 읽는 윤동주』 등을 펴냈다. 1985년 교육 현실에 문제를 제기한 교사들의 문예지 『민중교육』에 「너희들에게」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여러 시집을 펴냈다. 이외에 엮은 책으로는 『눈물은 내친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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