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미술사는 퍼즐 맞추기이다!
신간[루벤스는 안토니오 코레아를 그리지 않았다]에서 지은이인 미술사학자 노성두는 미술사는 퍼즐 맞추기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색이나 선 그리고 형태를 기준으로 낱개의 퍼즐들을 한 무더기씩 분류해 쌓아두고, 가장자리부터 시작해 여백을 메워 나가다보면 그림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물론 미술의 역사의 흔적을 재구성하는 일은 이보다 까다로워서, 퍼즐 박스의 절반이 사라지고 없거나, 500조각 퍼즐 가운데 여남은 개 정도가 남아 있거나, 껍데기는 있는데 내용물이 통째로 사라지고 없는 일도 예사란다.
그래서 미술의 역사를 퍼즐에 비교하자면, 미술사의 퍼즐에는 완벽한 상자가 없다는 게 특징이라고 노성두는 말한다. 그나마 몇 알 남아 있는 것조차 덧칠이 되어 있거나, 곰팡이가 심하게 슬었거나, 가짜가 두서없이 섞여 있게 마련이다. 그나마 박스 내용물이 온전히 보관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수천, 수만 개의 박스가 제멋대로 엉뚱하게 굴러다니는데, 퍼즐 알갱이들도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서 출처불명 뒤범벅이 된 상태가 태반이다.
[루벤스는 안토니오 코레아를 그리지 않았다]에서 노성두는 이런 퍼즐 조각과 같은 고전시대의 미술을 ‘고전의 탄생’과 ‘고전의 발명’으로 크게 나누고 우리들을 작품들 속으로 안내한다.
미술 작품을 두고 펼치는 그의 현란한 스토리텔링의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되며 우리는 고전 시대 미술 속에 담긴 비밀 또는 새로운 사실과 맞닥뜨린다.
‘음악을 사랑했던 마르시아스’에서 시작한 미술 기행은 ‘산 마르코의 청동 말’ ‘여상주 카리아티다’ ‘아비에게 젖을 물린 페로 이야기’ ‘사티로스와 농부’ ‘원숭이의 모방예술’ 등 20여 개의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그의 스토리텔링은 미술사의 첫 걸음인 원재료를 시대, 지역, 작가, 장르, 주제, 기법 등에 따라 분류하고, 퍼즐을 맞추어 원상태의 그림을 재구성하면서 실물작품을 비교하고 문헌을 뒤져서 작업에 얽힌 역사와 사연을 재구성한다.
루벤스는 안토니오 코레아를 그리지 않았다!
안토니오 코레아. 매우 낯익은 이 이름은 1983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소묘작품 사상 최고가인 32만4천 파운드에 낙찰돼 화제가 됐던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게티미술관 소장)의 모델이다.
그런데 이 안토니오 코레아가 ‘조선인’이라는 그동안의 주장에 대해 노성두는 ‘조선인’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특히 안토니오 코레아의 신화가 픽션과 팩트 사이를 넘나들면서 군살이 많이 붙었던 것에서 역사적 사실로부터 오류의 더께를 벗겨내고 기록을 근거로 치밀하게 추적한 연구서인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2004, 곽차섭 지음, 푸른역사 펴냄)에 오류가 있다고 노성두는 지적한다.
노성두는 곽차섭 교수(부산대)가 이 책에서 O 머리에 조선 방건을 쓰고 있다(곽차섭 교수의 주장) O 상투를 틀었다(한문학자 강명관 교수 주장) O 조선 철릭을 입었다(복식학자 석주선 교수 주장)는 근거를 내세워 루벤스가 그린 게티 소묘의 주인공이 조선인 안토니오 코레아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
노성두는 루벤스의 또 다른 그림 [프란시스코 하비에르의 기적](빈미술사박물관)을 제시하며, 이 그림에는 똑같은 인물이 나온다(곽차섭 교수도 동의)며, 그림 속 동양인은 게티 소묘의 주인공처럼 둥근 방건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선의 방건은 사각형의 관모로 정육면체에 가까운 형태라고 노성두는 말한다.
또 노성두는 철릭에 대한 입장도 곽차섭 교수와 달리한다. 노성두는 곽 교수가 그의 책에서 원작소묘의 흑백 프린트에다 목깃 안쪽에 마치 조선식 철릭의 동정이 있는 것처럼 굵은 검정색으로 가필한 점을 지적한다. 이 소묘의 모델은 동정이 없는 ‘중국식’ 철릭을 입고 있다.
가장 치명적인 오류는 소묘의 가장자리가 잘려나간 뒤 가장자리 선을 덧붙여 그린 사실을 곽 교수가 몰랐으며, 불완전한 소묘 도판을 가지고 논의를 전개하여 그릇된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노성두는 곽차섭 교수의 주장들을 종합해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이 여러 차례 중첩되면서 논리적 차원을 크게 이탈한 것 같다고 진단한다.
노성두의 결론은 “루벤스가 그린 동양인 소묘는 조선이 아니다. 그리고 안토니오 코레아도 아니다.”이다.
]작가의 말]
오래전 은사님 말씀이 생각난다.
“미술사는… 퍼즐 맞추기하고 비슷해.”
퍼즐을 구입하면 먼저 내용물을 흩는다. 색이나 선 그리고 형태를 기준으로 낱개의 퍼즐들을 한 무더기씩 분류해서 쌓아두고, 가장자리부터 시작해서 여백을 메꾸다보면 그림이 완성된다. 완성된 퍼즐은 액자에 끼워서 벽에 걸기도 하고, 다시 허물어서 상자에 모셔두기도 한다.
미술의 역사의 흔적을 재구성하는 일은 이보다 까다로워서, 퍼즐 박스의 절반이 사라지고 없거나, 500조각 퍼즐 가운데 여남은 개 정도가 남아 있거나, 껍데기는 있는데 내용물이 통째로 사라지고 없는 일도 예사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미술의 역사를 퍼즐에 비교하자면, 미술사의 퍼즐에는 완벽한 상자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그나마 몇 알 남아 있는 것조차 덧칠이 되어 있거나, 곰팡이가 심하게 슬었거나, 가짜가 두서없이 섞여 있게 마련이다. 그나마 박스 내용물이 온전히 보관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수천, 수만 개의 박스가 제멋대로 엉뚱하게 굴러다니는데, 퍼즐 알갱이들도 다양한 유통 경로를 통해서 출처불명 뒤범벅이 된 상태가 태반이다.
미술사의 첫 걸음이 원재료를 시대, 지역, 작가, 장르, 주제, 기법 등에 따라 분류하고, 퍼즐을 맞추어 원상태의 그림을 재구성하는 것이라면, 실물작품을 비교하고 문헌을 뒤져서 작업에 얽힌 역사와 사연을 재구성하는 것이 그 다음 순서다.
[베네치아의 청동 말]은 이런 점에서 미술사의 드문 축복이고 행운이다. 고대 조각 가운데 청동 원작이 대부분 그리스도교 시대를 거치면서 청동 문짝이나 종, 향로, 촛대, 거울, 십자가, 무덤조형물, 대포 등 병장기로 재활용되기 위해 불가마 신세가 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고대 그리스의 원작이 2500년 동안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깝다. 그 다음에 유사한 사례를 찾아서 비교하고, 청동 말을 제작한 작가와 주문자 그리고 원작의 전시 환경을 확인하는 작업이 뒤따른다. 유사 사례는 고대의 도기 그림이나 부조 모자이크, 소조 등이다. 망실된 퍼즐은 어쩔 수 없고, 일단 탁자 위에 쌓여 있는 모든 퍼즐을 주워다가 하나씩 붙여보는 과정이다.
[베네치아의 청동 말]은 엔리코 단돌로가 제4차 십자군 원정 때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고 탈취해서 모국 베네치아로 빼돌린 전쟁약탈물이다.
이로써 1204년 현재 콘스탄티노플에 존재했던 네 마리 청동 말에 대한 기록으로 문헌의 조사범위가 좁혀진다. 이 경우는 동시대의 연대기 등 관련 자료가 너무나도 풍부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작품이 처음부터 콘스탄티노플에서 제작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양식사적으로 기원전 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 그렇다면 콘스탄티누스의 콘스탄티노플 천도에 맞추어서 또는 그 이전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또는 그 이후에 그리스의 본토나 도서 어딘가에서 떼어서 가지고 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새로운 로마’를 본때 있게 장식하기 위해 옛 로마 제국 전역에서 미술품들을 닥치는 대로 긁어오던 시대가 아니었던가.
서기 400년경에 활동한 교부 성 히에로니무스는 이렇게 말했다.
“콘스탄티노플이 화려해질수록 다른 모든 도시들이 황폐해졌다.”
퍼즐 맞추기는 여기서 멈춘다. 그림을 완성하기에 비교자료와 문헌기록들이 너무 부실한 탓이다. 고대 관련기록의 신뢰성도 문제가 된다.
물론 상상력을 발휘해서 수천 년 전 구슬을 꿸 수는 있다. 그러면 하나의 주장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안개가 걷힐 때까지 기다리면서 새로운 해석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잘못 끼운 단추를 다음 연구자에게 넘기지 않기 위해서.
신간[루벤스는 안토니오 코레아를 그리지 않았다]에서 지은이인 미술사학자 노성두는 미술사는 퍼즐 맞추기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색이나 선 그리고 형태를 기준으로 낱개의 퍼즐들을 한 무더기씩 분류해 쌓아두고, 가장자리부터 시작해 여백을 메워 나가다보면 그림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물론 미술의 역사의 흔적을 재구성하는 일은 이보다 까다로워서, 퍼즐 박스의 절반이 사라지고 없거나, 500조각 퍼즐 가운데 여남은 개 정도가 남아 있거나, 껍데기는 있는데 내용물이 통째로 사라지고 없는 일도 예사란다.
그래서 미술의 역사를 퍼즐에 비교하자면, 미술사의 퍼즐에는 완벽한 상자가 없다는 게 특징이라고 노성두는 말한다. 그나마 몇 알 남아 있는 것조차 덧칠이 되어 있거나, 곰팡이가 심하게 슬었거나, 가짜가 두서없이 섞여 있게 마련이다. 그나마 박스 내용물이 온전히 보관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수천, 수만 개의 박스가 제멋대로 엉뚱하게 굴러다니는데, 퍼즐 알갱이들도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서 출처불명 뒤범벅이 된 상태가 태반이다.
[루벤스는 안토니오 코레아를 그리지 않았다]에서 노성두는 이런 퍼즐 조각과 같은 고전시대의 미술을 ‘고전의 탄생’과 ‘고전의 발명’으로 크게 나누고 우리들을 작품들 속으로 안내한다.
미술 작품을 두고 펼치는 그의 현란한 스토리텔링의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되며 우리는 고전 시대 미술 속에 담긴 비밀 또는 새로운 사실과 맞닥뜨린다.
‘음악을 사랑했던 마르시아스’에서 시작한 미술 기행은 ‘산 마르코의 청동 말’ ‘여상주 카리아티다’ ‘아비에게 젖을 물린 페로 이야기’ ‘사티로스와 농부’ ‘원숭이의 모방예술’ 등 20여 개의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그의 스토리텔링은 미술사의 첫 걸음인 원재료를 시대, 지역, 작가, 장르, 주제, 기법 등에 따라 분류하고, 퍼즐을 맞추어 원상태의 그림을 재구성하면서 실물작품을 비교하고 문헌을 뒤져서 작업에 얽힌 역사와 사연을 재구성한다.
루벤스는 안토니오 코레아를 그리지 않았다!
안토니오 코레아. 매우 낯익은 이 이름은 1983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소묘작품 사상 최고가인 32만4천 파운드에 낙찰돼 화제가 됐던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게티미술관 소장)의 모델이다.
그런데 이 안토니오 코레아가 ‘조선인’이라는 그동안의 주장에 대해 노성두는 ‘조선인’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특히 안토니오 코레아의 신화가 픽션과 팩트 사이를 넘나들면서 군살이 많이 붙었던 것에서 역사적 사실로부터 오류의 더께를 벗겨내고 기록을 근거로 치밀하게 추적한 연구서인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2004, 곽차섭 지음, 푸른역사 펴냄)에 오류가 있다고 노성두는 지적한다.
노성두는 곽차섭 교수(부산대)가 이 책에서 O 머리에 조선 방건을 쓰고 있다(곽차섭 교수의 주장) O 상투를 틀었다(한문학자 강명관 교수 주장) O 조선 철릭을 입었다(복식학자 석주선 교수 주장)는 근거를 내세워 루벤스가 그린 게티 소묘의 주인공이 조선인 안토니오 코레아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
노성두는 루벤스의 또 다른 그림 [프란시스코 하비에르의 기적](빈미술사박물관)을 제시하며, 이 그림에는 똑같은 인물이 나온다(곽차섭 교수도 동의)며, 그림 속 동양인은 게티 소묘의 주인공처럼 둥근 방건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선의 방건은 사각형의 관모로 정육면체에 가까운 형태라고 노성두는 말한다.
또 노성두는 철릭에 대한 입장도 곽차섭 교수와 달리한다. 노성두는 곽 교수가 그의 책에서 원작소묘의 흑백 프린트에다 목깃 안쪽에 마치 조선식 철릭의 동정이 있는 것처럼 굵은 검정색으로 가필한 점을 지적한다. 이 소묘의 모델은 동정이 없는 ‘중국식’ 철릭을 입고 있다.
가장 치명적인 오류는 소묘의 가장자리가 잘려나간 뒤 가장자리 선을 덧붙여 그린 사실을 곽 교수가 몰랐으며, 불완전한 소묘 도판을 가지고 논의를 전개하여 그릇된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노성두는 곽차섭 교수의 주장들을 종합해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이 여러 차례 중첩되면서 논리적 차원을 크게 이탈한 것 같다고 진단한다.
노성두의 결론은 “루벤스가 그린 동양인 소묘는 조선이 아니다. 그리고 안토니오 코레아도 아니다.”이다.
]작가의 말]
오래전 은사님 말씀이 생각난다.
“미술사는… 퍼즐 맞추기하고 비슷해.”
퍼즐을 구입하면 먼저 내용물을 흩는다. 색이나 선 그리고 형태를 기준으로 낱개의 퍼즐들을 한 무더기씩 분류해서 쌓아두고, 가장자리부터 시작해서 여백을 메꾸다보면 그림이 완성된다. 완성된 퍼즐은 액자에 끼워서 벽에 걸기도 하고, 다시 허물어서 상자에 모셔두기도 한다.
미술의 역사의 흔적을 재구성하는 일은 이보다 까다로워서, 퍼즐 박스의 절반이 사라지고 없거나, 500조각 퍼즐 가운데 여남은 개 정도가 남아 있거나, 껍데기는 있는데 내용물이 통째로 사라지고 없는 일도 예사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미술의 역사를 퍼즐에 비교하자면, 미술사의 퍼즐에는 완벽한 상자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그나마 몇 알 남아 있는 것조차 덧칠이 되어 있거나, 곰팡이가 심하게 슬었거나, 가짜가 두서없이 섞여 있게 마련이다. 그나마 박스 내용물이 온전히 보관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수천, 수만 개의 박스가 제멋대로 엉뚱하게 굴러다니는데, 퍼즐 알갱이들도 다양한 유통 경로를 통해서 출처불명 뒤범벅이 된 상태가 태반이다.
미술사의 첫 걸음이 원재료를 시대, 지역, 작가, 장르, 주제, 기법 등에 따라 분류하고, 퍼즐을 맞추어 원상태의 그림을 재구성하는 것이라면, 실물작품을 비교하고 문헌을 뒤져서 작업에 얽힌 역사와 사연을 재구성하는 것이 그 다음 순서다.
[베네치아의 청동 말]은 이런 점에서 미술사의 드문 축복이고 행운이다. 고대 조각 가운데 청동 원작이 대부분 그리스도교 시대를 거치면서 청동 문짝이나 종, 향로, 촛대, 거울, 십자가, 무덤조형물, 대포 등 병장기로 재활용되기 위해 불가마 신세가 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고대 그리스의 원작이 2500년 동안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깝다. 그 다음에 유사한 사례를 찾아서 비교하고, 청동 말을 제작한 작가와 주문자 그리고 원작의 전시 환경을 확인하는 작업이 뒤따른다. 유사 사례는 고대의 도기 그림이나 부조 모자이크, 소조 등이다. 망실된 퍼즐은 어쩔 수 없고, 일단 탁자 위에 쌓여 있는 모든 퍼즐을 주워다가 하나씩 붙여보는 과정이다.
[베네치아의 청동 말]은 엔리코 단돌로가 제4차 십자군 원정 때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고 탈취해서 모국 베네치아로 빼돌린 전쟁약탈물이다.
이로써 1204년 현재 콘스탄티노플에 존재했던 네 마리 청동 말에 대한 기록으로 문헌의 조사범위가 좁혀진다. 이 경우는 동시대의 연대기 등 관련 자료가 너무나도 풍부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작품이 처음부터 콘스탄티노플에서 제작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양식사적으로 기원전 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 그렇다면 콘스탄티누스의 콘스탄티노플 천도에 맞추어서 또는 그 이전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또는 그 이후에 그리스의 본토나 도서 어딘가에서 떼어서 가지고 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새로운 로마’를 본때 있게 장식하기 위해 옛 로마 제국 전역에서 미술품들을 닥치는 대로 긁어오던 시대가 아니었던가.
서기 400년경에 활동한 교부 성 히에로니무스는 이렇게 말했다.
“콘스탄티노플이 화려해질수록 다른 모든 도시들이 황폐해졌다.”
퍼즐 맞추기는 여기서 멈춘다. 그림을 완성하기에 비교자료와 문헌기록들이 너무 부실한 탓이다. 고대 관련기록의 신뢰성도 문제가 된다.
물론 상상력을 발휘해서 수천 년 전 구슬을 꿸 수는 있다. 그러면 하나의 주장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안개가 걷힐 때까지 기다리면서 새로운 해석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잘못 끼운 단추를 다음 연구자에게 넘기지 않기 위해서.
작가 소개
저 : 노성두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과 졸업,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서양미술사와 고전고고학, 이탈리아 어문학을 전공한 후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절, 명동의 원서 서점에서 우연히 손에 든 아놀드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로 인해 '미술이란 독자적 어휘와 문법을 가진 수수께끼 덩어리'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졸업후 독일로 유학 서양미술사를 전공하였다. 서양미술사뿐만 아니라 관련 학문이라 할 수 있는 고전고고학, 로만어분학 등을 전공하여, 특히 중세, 르네상스 미술사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력을 갖췄다.
때로 '튄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강한 성격이나 학문적 논쟁을 즐기는 성품과 달리 노성두의 글은 미술의 문외한도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자상하다. 귀국후 왕성한 집필 활동으로 『유혹하는 모나리자』『보티첼리가 만난 호메로스』『천국을 훔친 화가들』『그리스 미술 이야기』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그림으로 만난 세계의 미술가들』시리즈 등의 저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알베르티의 회화론』『예술가의 전설』 그리고 『내 손 안의 미술관』시리즈와 『세계 미술사 박물관』 등이 있다.
목 차
들어가며 ·
part 1 고전의 탄생 : 고대 조각, 건축, 회화
음악을 사랑했던 마르시아스 · 12
산마르코의 청동 말 · 24
에스퀼리노의 비너스 · 38
안티노우스, 나일 강의 붉은 연꽃 · 48
여상주 카리아티다 · 60
올림피아의 제우스 신전 · 72
에페소스의 켈수스 도서관 · 84
트라야누스 전승기념주 · 98
소소스의 모자이크 · 110
펜테실레아 · 122
part2 고전의 발명 : 고대의 부활
아비에게 젖을 물린 페로 이야기 · 134
교만의 최후 · 146
아리스토텔레스와 필리스 · 156
알렉산더 대왕의 세상 끝 탐험기 · 168
기게스의 투명반지 · 178
사티로스와 농부 · 190
연인의 그림자에서 탄생한 회화예술 · 202
원숭이와 모방 예술 · 214
구름의 둔갑술 · 224
안토니오 코레아 · 238
part 1 고전의 탄생 : 고대 조각, 건축, 회화
음악을 사랑했던 마르시아스 · 12
산마르코의 청동 말 · 24
에스퀼리노의 비너스 · 38
안티노우스, 나일 강의 붉은 연꽃 · 48
여상주 카리아티다 · 60
올림피아의 제우스 신전 · 72
에페소스의 켈수스 도서관 · 84
트라야누스 전승기념주 · 98
소소스의 모자이크 · 110
펜테실레아 · 122
part2 고전의 발명 : 고대의 부활
아비에게 젖을 물린 페로 이야기 · 134
교만의 최후 · 146
아리스토텔레스와 필리스 · 156
알렉산더 대왕의 세상 끝 탐험기 · 168
기게스의 투명반지 · 178
사티로스와 농부 · 190
연인의 그림자에서 탄생한 회화예술 · 202
원숭이와 모방 예술 · 214
구름의 둔갑술 · 224
안토니오 코레아 ·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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