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기가 차고 기가 막혀 기를 펴고 살 수 없는 세상이라 해도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남아 있고, 힘이 남아 있고, 험한 길 함께 걸을 수 있는 동무들이 있잖아요.
― ‘시인의 말’에서, 서정홍(130쪽)
아이의 마음에서 자연 곳곳에 있는 숱한 생명까지 소중히 살피는 눈길
우리 할머니는 / 가물어 땅이 쩍쩍 갈라져 / 농부들 애간장이 탈 때는 / 돌멩이가 오줌을 눈대요. // 그 오줌으로 / 한동안 가뭄을 버틸 수 있대요. // 가물어 땅이 쩍쩍 갈라져 / 농작물이 타들어 가는데 / 어찌 돌멩이라고 / 농부들 마음을 모르겠느냐고요. / 다 안대요, 돌멩이도.
― ‘돌멩이 오줌’ 시 전문(109쪽)
《맛있는 잔소리》는 모두 4부로 나뉘어 있다. 1부에는 어린이인 ‘내가’ 주인공이 되어 나와 식구 이야기를 담았다. 가난하고 고달프지만 서로 보듬고 사는 식구들 모습이 고스란히 그려지는가 하면, 꼴찌면 어떠냐고 큰소리 땅땅 치며 학교에 친구들이랑 밥 먹으러 간다고 하는 솔직하고 꾸밈없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2부에는 아이들의 삶과 꿈을 담았다. 아이들이 살면서 느끼는 희노애락을 아이 눈높이에서 그려내 잔잔한 울림을 준다. 3부에는 시골 의사 선생님, 포클레인 운전기사, 동네 할머니, 경찰, 농부 들 산골 마을 이웃들의 삶을 시로 노래했다. 이웃의 삶을 담담하게 펼쳐 보이며 함께 살아가며 느끼는 정과 온기를 나눌 수 있다. 4부에는 자연의 소중함과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삶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시들을 모았다.
이렇게 ‘나’에서 시작해 ‘자연’의 곳곳까지 살피는 서정홍 시인의 눈길을 따라 이 책을 읽다 보면 이 세상 어느 것도 하찮은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동시집을 읽는 동안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돌멩이와 똥에 깃든 소중함을 깨닫는 한편, 자기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가난하지만 더불어 사는 사람들을 노래하다
“이렇게 가물어서야 / 배추 심을 수 있을랑가요?”// “별 걱정을 다 하네. / 배추 심을 때가 되면 / ‘배추비’가 내린다니까!”// “무시도 심어야 하는데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 / 무시 심을 때가 되면 / ‘무시비’가 내린다니까!”
― ‘할머니와 어머니’ 시 전문(121쪽)
《맛있는 잔소리》에는 특별히 잘났거나 집이 잘살거나 멋들어진 모습을 한 사람은 거의 볼 수 없다. 시인이 농사지어 살면서 이웃하는 산골 마을 사람들 삶이 곧 시가 된다. 시에는 시장에서 무 파는 어머니, 산에서 풀 매는 아버지, 다랑논에 모 심는 할머니가 있다. 또 필리핀에서 온 누나, 먹고살기 어려워 도둑질한 사람을 감옥에 넣어야만 하는 경찰 삼촌이 있다.
이들은 가난하지만,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가치를 몸으로 깨우치고 있다. 짐승이나 작은 벌레 같은 다른 생명 역시 귀하다는 것을 알고 자연에서 함께 더불어 살 줄 안다. 시인이 어린이들한테 힘껏 보여 주고 싶은 세상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닐까? 돈과 일등을 쫓는 일보다 더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길이 여기 있다고, 험한 길 함께 걸어 주겠다고 말하는 시인의 《맛있는 잔소리》를 꼭 만나보길 바란다.
소박한 우리네 삶을 서정적이고 따스하게 그린 그림
신슬기 화가는 산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이웃들 모습과 아이들의 다양한 동작과 표정을 연필만으로 따스하고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크게 과장하지 않고도 생생하게 감정이 느껴지는 아이들 표정에서 화가의 섬세한 필치를 만날 수 있다.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연필선 그림이 시와 함께 어우러져, 이 시를 읽는 어린이들이 시 속 세상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끔 도와줄 것이다.
작가 소개
저 : 서정홍
농부 시인 서정홍은, 사람은 모름지기 자연 속에서 자연을 따라 자연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이란 걸 깨닫고 생명을 살리는 농부가 되었다. 자연이 없는 교육은 죽음의 교육이고, 자연을 떠난 삶은 그 자체가 죽음이란 걸 알고 1996년 1월, ‘생명공동체운동’에 첫발을 내디뎠으며 ‘우리밀살리기운동’과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함께 하면서 ‘경남생태귀농학교’를 만들었다.
2005년 1월, 도시에서 하던 모든 일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황매산 기슭 작은 산골 마을에 작은 흙집을 지었다.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열매지기공동체’와 ‘강아지똥학교’를 열어 이웃들과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깨달으며 살아가고 있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참되게 바뀐다는 걸 깨닫고, 글쓰기에도 힘을 기울여 1992년 제4회 ‘전태일문학상’과 2009년 제7회 ‘우리나라 좋은 동시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58년 개띠』(보리)와 『아내에게 미안하다』(실천문학사), 동시집 『윗몸일으키기』(현암사)와 『우리 집 밥상』(창비), 『닳지 않는 손』(우리교육), 자녀 교육 이야기를 담은 『아무리 바빠도 아버지 노릇은 해야지요』(보리)와 산문집 『농부 시인의 행복론』(녹색평론사), 『부끄럽지 않은 밥상』(우리교육) 들이 있다. 펴낸 책마다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어, 늘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림 : 신슬기
꼭두 일러스트 교육원에서 그림을 공부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린 책으로는 《감자꽃》 《엄마 아빠 기다리신다》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두 번째》 《할아버지와 아름이》 등이 있다.
목 차
1부 비밀 지키기
오늘도 맑음- 냄새- 마음은 하나- 수학 공부- 똑같은 말을 들었는데- 똑같은 일을 당했는데- 혼자가 아니다- 무슨 일이든 해 봐야 안다- 텅 빈 집에서- 비밀 지키기- 서울대 씨- 듣고 싶은 말- 소도깨비- 엄마가 달라졌어요- 산골 촌놈- 놀고 싶은 은서- 쑥스럽게- 사라진 이름- 들려요 들려- 숙제
2부 맛있는 잔소리
하루해가 짧은 날- 나는 무엇일까요- 불안한 칭찬- 그래야, 그래도- 욕 공책- 혼자 걷는다- 수업 시간- 맛있는 잔소리- 화가 났을 때- 가장 행복할 때- 다투었을 때- 가장 슬플 때- 나를 따라다니는 말- 저장- 3도 화상- 4도 화상- 어머니에게- 아버지에게- 어른 흉내- 어디에 들었을까
3부 엉뚱한 꿈
나는 안다- 119- 왜 그럴까요- 택호- 그게 아닌데- 한 식구처럼- 아무도 몰라요- 엉뚱한 꿈 1- 엉뚱한 꿈 2- 자세히 본다
4부 못 말리는 똥
모두가 다르다- 로봇은 할 수 없어요- 봄소식- 염소 장례식- 할머니가 쓰는 존댓말- 기억해요- 나는- 돌멩이 오줌- 고맙습니다- 밥값- 마음- 동갑 친구- 여름날- 할머니와 어머니- 못 말리는 똥- 똥값- 생각해 보셨나요- 달팽이와 지렁이- 아침에 일어나면
시인의 말 기죽지 말아요, 우리 _서정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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