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탈현대 문명

오래된 『노자』에서 인류의 미래를 채굴하다 

『노자』를 읽으면서, ‘히피의 원조는 노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말 문명을 창조적으로 비판하고, 탈현대의 새로운 문명을 디자인하는 것을 필생의 과제로 삼고 있는 필자에게 『노자』는 많은 아이디어를 준다. 『노자』를 읽다가 보면, 이 책은 2,600년 이후인 이 시대를 위해 저술된 책이란 확신이 든다.
이 책은 정말 괴상망측한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를 신암흑시대로 통렬히 비판한다. ‘자아확장투쟁으로서의 삶’, ‘끝없는 분쟁’, ‘강한 것에 대한 추구’, ‘분주한 삶’, ‘자연을 거스르는 문명’, ‘도둑의 영화를 누리는 사회’, ‘상현尙賢의 사회’, ‘질박함의 파괴’, ‘가득 찬 마음’, ‘지족과 지지가 없는 사회’ 등은 신암흑시대로서의 현대 말에 대한 사회비판의 키워드들이다. 또한 이 책은 새로운 문명에 대한 생생하고 또렷한 비전을 보여준다.
‘바보들의 세상’, ‘낙오자가 없는 사회’, ‘겸겸군자의 사회’, ‘화광동진의 사회’, ‘안평태한 사회’, ‘이기는 것을 아름답게 여기지 않는 사회’, ‘무위의 사회질서’, ‘구도여행자로 붐비는 사회’, ‘평범함에 안주하는 삶’, ‘길러주되 주재하지 않는 삶’,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사라진 삶’, ‘환란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등은 탈현대적인 삶과 문명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보여주는 노자의 키워드들이다.
이 책이 2,600년이 지나 잠에서 깨어난 노자가 어둠에 빠져 있는 현대의 자식들에게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