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프리먼 다이슨은 이 책에서 현재 인류가 처한 심각한 위기나 예측 가능한 문제들에 대해 매우 독특하고 한편으로는 정치적인 문제를 야기할지 모를 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책 제목에 ‘의도된 실수’라는 말을 넣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내가 꼽은 현대 문명의 문제와 그 답은 모두 진실이라 생각한다. 설령 내가 찾은 답이 오류일지라도 인류가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이 다루는 현대 문명의 문제는 과학뿐 아니라 사회·정치·경제·문화적인 논쟁점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쟁점에 대해 인문학자와 과학자가 평행선을 달리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저자의 진단도 시의적절한데, 실제로 현재 인공지능의 유익성과 위험요소 그리고 가상화폐의 가치와 투기 사이에서 과학자와 인문학자들이 서로 상반된 의견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과학이 인문학으로 귀환해야 한다는 저자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프리먼 다이슨은 무엇보다도 20세기 구정치체제의 위기와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불러올 위험을 심각하게 생각한다. 또한 자본주의의 탐욕은 국가 간 경제불평등을 심화하고 경제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21세기 들어 세계 각국은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위기 속에서 유사 독재자의 출현을 목격했고, 전 세계적인 경기후퇴와 경제위기를 겪었다. 저자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불러온 경제와 정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특유의 도발적이면서도 정치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만한 주장을 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현행 지구온난화 기후정책은 각국 경제에 ‘파멸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핵무기와 미국의 사드(THAAD)는 모두 군사적 허상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인류 미래를 위해 타파해야 세 가지 허상
프리먼 다이슨은 현대 과학자들과 정책결정자들의 세 가지 허상을 깨드리는 ‘우상파괴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내보인다. 첫 번째 허상은 지구온난화와 세계경제에 파멸적인 영향을 미칠 고비용 기후정책이다. 현대 환경주의자들은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당장, 커다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모든 국가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프리먼 다이슨은 “환경주의는 일종의 종교가 되었다”고 비판하면서 환경문제야말로 무엇보다도 경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론적 바탕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대체 기간에 있으며 경제이론 바탕은 탄소가격과 ‘미래 할증’에 있다. 독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교토의정서에 빗대어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으므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와 세계경제의 100년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프리먼 다이슨이 타파하려는 두 번째 허상은 군사적 허세다. 군사적 허세란 중세시대 중무장한 창기병부터 제2차 세계대전의 전략폭격기 그리고 현대의 핵무기와 미사일방어체계(MD)까지 고비용 병기들에 지나친 투자와 기대를 하는 것을 말한다. 역사적으로 정책결정자들은 일거에 적을 섬멸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른바 결전병기에 큰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이들 병기는 극히 짧은 기간 동안 위력을 발휘할 뿐, 대량살상 외에 군사적 가치는 크지 않기에 군사적 허세에 불과했다. 북핵 위기를 겪으며 사드THAAD를 전격 배치하고 미국과 중국의 파워게임 속에서 여러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한국 독자들이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세 번째 허상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과학의 영역(양자역학·소립자·다중우주론)을 가짜 철학에 얽매려는 일부 과학철학자들의 편견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소립자의 세계에서 관측자의 존재가 실재를 고정한다면, 실재란 과연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적 논쟁과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프리먼 다이슨은 정작 디랙·슈뢰딩거·파인만 모두 양자역학의 해석에 철학적 주장들이 끼어드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했다고 지적하고, 인간의 언어는 예사스러운 세상을 묘사하기에나 적합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에 더해 자연의 일을 스스로 설계하고 단정 짓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이 세 가지 허상을 타파하려는 프리먼 다이슨은 이것이 자신만의 주장이 아니라 20세기 과학의 황금기를 함께했던 리처드 파인만, 오펜하이머, 폴 디랙, 스티븐 와인버그가 평생을 바쳐 행했던 것임을 고백한다. 저들의 동료 과학자이자 제자 혹은 좋은 친구로서 저자가 겪었던 여러 일화와 천재들의 내밀한 삶은 감초 같은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최신 과학과 인문학을 대중에게 들려주는 친절한 거장
프리먼 다이슨이 전 세계에서 존경받는 과학자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탐구 영역을 과학에 한정하지 않고 사회문제와 정치영역에까지 확장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가 과학자이자 미래학자로 활약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프리먼 다이슨은 미국 정부와 비영리단체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그는 학계와 산업의 최신 동향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편지와 이메일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그의 파격적인 주장이 돋보이는 장에는 어김없이 독자들이 긍정 혹은 항의하는 편지가 덧붙여 있다. 앞서 말한 지구온난화와 기후정책의 경제적 가치는 물론이거니와 군사적 허세를 타파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항의 서한이 보내왔다고 한다. 프리먼 다이슨은 독자의 편지에 대해 자신이 쓴 답장도 이 책에서 공개한다. 이렇듯 프리먼 다이슨은 독자들과 소통하기를 즐겨하고 때로는 논쟁도 피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우리는 그의 지치지 않는 탐구정신과 과학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거장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 소개
저 : 프리먼 다이슨
Freeman John Dyson
1923년 12월 영국의 버크셔에서 태어난 프리먼 다이슨은 세계적인 물리학자이며 수학자이자, 뛰어난 미래학자다. 20세기 영국의 대표적인 수학자인 고드프레이 하디 교수의 제자로, 순수수학에만 매진했던 스승과는 달리, 응용수학자로서도 입지를 굳혔다. 프린스턴대학을 비롯한 여러 학교에서 연구와 강의를 하는 한편, 프린스턴 고등학술연구소와 미국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 활동했다. 이러한 활동을 토대로 그는 과학계의 동향이나 이론, 연구 프로젝트를 대중 강연과 자신의 책을 통해 일반인과 공유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과학의 현재를 설명하면서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를 상상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다이슨은 진화를 거친 인간의 새로운 종, 인류의 이주를 통한 우주 식민지 건설을 비롯하여 외계문명의 가능성에 관한 독특한 이론을 내세웠고, 과학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인류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파헤치는 일에 주력했다. 다방면의 호기심, 창조적 열정과 자유로운 사고를 겸비한 성찰적 과학철학자로서의 면모는 그로 하여금 대중에게 과학을 말하는 방법을 아는, 선천적인 이야기꾼으로서 남다른 역할을 가능케 했다고 평가된다.
그는『상상하는 세계Imagined Worlds』(1997)에서 과학의 진보가 그에 버금가는 윤리적 진보를 동반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커다란 혼란과 불행에 부딪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태양, 지놈, 그리고 인터넷The Sun, the Genome and the Internet』(1999)에서는 기술만능주의로 치닫는 현 사회에 대한 성찰과 미래 예측을 담았다. 과학 분야의 저술에 대한 공로로 루이스 토마스 상을 받았고,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인정받아 템플턴 상을 받았다. 그 밖의 저서에 『무한한 다양성을 위하여Infinite in All Directions』(1988)『에로스에서 가이아까지』(1992)『생명의 기원Origins of Life』(1999)를 비롯하여 다수가 있다.
역 : 김학영
번역한 책 한 권이 누군가에게는 가치 있는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또 누군가의 지친 삶에 작은 기쁨이 되어주길 바라는 행복한 문화 전달자. 과학책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가장 큰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옮긴 책으로는 『찰스 다윈 서간집 기원』 『찰스 다윈 서간집 진화』 『편집된 과학의 역사』 『의도적 눈감기』 『나, 소시오패스』 『크리에이션』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과학은 반역이다』 『우주에서 떨어진 주소록』 『멸종하거나, 진화하거나』 『스페이스 미션』 등이 있다.
목 차
서문 나는 기꺼이 데스페라도가 되겠다
1 생명공학이 가져올 미래
2 로켓맨 : 나사와 나치
3 지구온난화의 경제학
4 갈라파고스를 위한 싸움
5 미지의 세계를 향한 위대한 도약
6 과학과 시가 만날 때
7 찬양의 대가는 ?
8 과묵한 양자 천재
9 파인만의 “극적인 그림”
10 착각에서 벗어나기
11 천재의 원형 오펜하이머
12 약자의 성공법
13 혁명을 위하여
14 과학적 동지애를 꿈꾸다
15 자연에 관한 최고의 책을 쓰다
16 앎을 향한 여정
17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알 수 있는가 ?
18 변방의 과학
19 극단적인 가능성들
20 처칠의 사랑과 폭탄
21 실수들에 대한 변명
프리먼 다이슨이 경의를 표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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