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어떻게 돈이 되었는가? - 마르크스 경제학으로 본 자본주의 사회의 시간 싸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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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류동민
출판사항HUMANIST, 발행일:2018/02/12
형태사항p.226 국판:22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60801095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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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늘 시간에 쫓기는 불안한 현대인에게 권하는
 마르크스 경제학의 새로운 이야기

 한국의 대표적 마르크스 경제학자 류동민 교수
‘자본의 시간’에 휩쓸려 잃어버린 ‘삶의 시간’을 되찾다!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찰리 채플린이 치과 의료 장비처럼 생긴 기계에 앉자, 자동으로 움직이는 로봇 팔이 그의 입에 음식을 가져다 넣는다. 그러나 기계 오작동으로 그의 얼굴은 이내 난장판이 되어 버린다. 식사시간조차 줄여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산업 혁명 시대의 에피소드는 과거의 유산만은 아니다. 노동자의 화장실 이용 시간까지 기록했다는 어느 물류 센터의 사례처럼, 현대 사회에서도 노동시간에 대한 통제와 감시는 여전하다.
사회는 진보했다는데 왜 이런 일들은 계속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돈’이며, 돈이 되지 못하는 시간에는 ‘잉여’라는 딱지가 붙는다. 마르크스 경제학의 눈으로 세상만물을 분석하는 류동민 교수가 이번에 주목하는 대상은 바로 ‘자본주의 사회의 시간’이다. 우리 일상에서 시작하는 질문은 시간의 속성을 다루며 자본주의적 시간의 의미와 구조를 드러낸다. 과연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간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1.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것인가
- ‘코리안 타임’에서 ‘시간관리’의 사회로

 한때 우리는 ‘코리안 타임’이 지배하는 사회에 살았다. 눈 깜짝할 새에 압축적 경제 성장을 겪으면서 ‘빨리빨리’라는 외침이 도처에서 들렸고, 지금은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일을 해내는 ‘시간관리’가 최고의 경쟁력이다. 돈이 곧 권력으로 이어지는 곳이 자본주의 사회라면, 돈을 지배하는 ‘시간’은 자본주의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것일까? 물리적으로 인간에게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유한한 수명이 똑같이 주어진다. 현대 사회를 사는 모든 이에게 자기 계발, 경영 원리 등 시간관리 기술이 강요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똑같은 시간을 일해도 관리자의 연봉과 노동자의 연봉에 수십 배의 격차가 있는 건 왜일까? 그것은 관리자와 노동자가 가진 시간의 가치가 다르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런 걸 보면 세상 사람 누구에게나 평등한 것은 어쩌면 한정된 시간이 주어진다는 사실뿐일지도 모른다.
나인 투 식스(9 to 6) 근무, 러닝 타임 120분,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 이렇게 시간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우리 삶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서 돈과 권력이라는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시간이 자본주의라는 물질적 삶의 방식과 관련된 주제라면 이에 대해 좀 더 비판적이고 심도 깊은 고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최초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시간은 어떻게 돈이 되었는가?”

2. ‘시간’을 주인공으로 ‘마르크스 경제학’이라는 드라마를 다시 쓰다
-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시간’을 대입하여 자본주의를 해부하다

 시간의 경제학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교과서 속 경제학에서 시간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나는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받고 있을까?’ ‘나는 왜 매번 시간 관리에 실패할까?’ ‘왜 출퇴근 시간은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을까?’ ‘AI에 일자리를 빼앗겨 노동시간이 사라져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자연적이고 인간적인 리듬에 맞춰 살아가지만, 자본주의 경제는 이와 상관없이 ‘단위 시간당 노동성과’라는 틀에 가두어 우리를 평가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계획적으로 잘 관리하는 사람을 ‘프로페셔널’이라 부른다.
류동민 교수는 이러한 ‘자본주의적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해부학적 비판을 시도하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꺼내든다. 그러고는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자본’을 넣었던 자리를 ‘시간’으로 대체하여 새로운 서사를 써 내려간다. 마르크스 경제학의 복잡다단한 개념은 시간을 매개로 우리 앞에 한결 더 가까이 다가선다. 지금의 현실에서 출발하는 문제 설정과 시간에 은유된 개념들이 오늘날 마르크스 경제학이 갖는 의미를 생생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로 가까이 내 일상에서부터 비판적 시간을 갖고 자본주의 사회를 들여다보면, 그것이 가려왔던 ‘구조’의 문제에 마침내 도달하게 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마르셀 프루스트가 공기처럼 스며든 일상에서 기억의 조각을 극한까지 찾아 나가듯, 자본주의적 삶 속에서 끊임없이 지워져 가는 시간의 자취를 추적하는 것. 《시간은 어떻게 돈이 되었는가?》는 그것을 통해 시간을 매개로 자본주의의 숨겨진 얼굴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3. 마르크스 경제학이 포착한 자본주의적 삶의 단편들
- 대중가요 〈싸구려 커피〉부터 소설 《편의점 인간》까지, 일상 도처에서 발견하는 경제학적 이야기

? 사례#1 맨아워 보고서 쓰느라 맨아워 쓴 사연
 어느 날 **연구소에 맨아워(Man-Hour)라는 시간관리 제도가 생겼다. 1주일 동안 맨아워(1시간=1맨아워) 단위로 업무 내용을 보고하는 제도다. 그러다 보니 맨아워를 들여 맨아워 보고서를 써야 하는 역설이 생겼다. ‘맨아워 관리’는 업무에 포함될 수 있을까?

→ ‘프로페셔널의 조건’과 시간의 밀도
 자신의 정체성을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 ‘인정 투쟁’이라면, 성긴 시간을 빽빽하게 만드는 것은 인정 투쟁의 중요한 형식이 된다. 성과 관리는 남의 돈을 받고 일하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일이 얼마나 밀도 있는지, 바꿔 말하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끊임없이 입증하도록 만든다. 이렇게 되면 ‘내용이 형식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는 전도(顚倒) 현상이 종종 일어난다. 시간을 아껴서 더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 못지않게, 유의미한 일을 했음을 시간의 형식에 맞추어 드러내고 인정받는 것이다. (74쪽)

 ? 사례#2 경제학의 눈으로 읽은 《편의점 인간》
소설 《편의점 인간》의 주인공은 18년째 편의점 점원으로 일하는 여성이다. 연애도 하지 않고 친구도 사귀지 않고 끼니조차 편의점 음식으로만 해결하며 편의점 안에 있을 때만 편안함을 느끼는 그녀는 “시급에는 건강하게 출근하는 것까지 포함된 거야.”라고 말한다.

→ 삶의 시간 vs. 자본의 시간
 지은이가 현실 비판을 의도했다면 자본의 관점을 내면화한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겠으나, 어쩌면 그저 건실한 생활인의 자세를 묘사한 것일 수도 있다. 자기 일에 성실하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바람직한 덕목이다. 그러나 강제로 제한된 영역 안에서의 성실은 굴종의 미화일 수도 있으며 나쁜 구조를 공고하게 만드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실은 바로 여기에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노동력을 판매함으로써 먹고사는 노동자가 맞닥뜨리게 되는 양면성, 즉 ‘실존적 성실’이라는 개인적 삶의 문제와 ‘권리는 힘을 통해서만 확정된다.’라는 사회적 삶의 문제가 가로놓여 있다. (103쪽)

 ? 사례#3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겨 노동시간이 사라져 버린다면?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기본소득은, 보수 세력으로부터는 사회주의적 발상으로 여겨지지만, 막상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들로부터는 개량주의적 정책이라 비판받는다.

→ 필연의 왕국에서 자유의 왕국으로
· 마르크스의 가장 중요한 명제 중 하나가 인간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라는 것이라면, 기술적으로 노동시간이 필요 없어진 상황에서도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기득권층의 저항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므로 보편적 기본소득이 소멸되더라도 유토피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현실에서는 기본소득의 도입 그 자체부터 정치적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203쪽)
· 기술 발전으로 말미암아 노동시간의 단축이 어쩔 수 없는 경향으로 자리 잡는다 하더라도 그 시간을 질적으로 통제하는 문제는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그러므로 노동시간의 양적 단축을 넘어서 질적 통제와 관련하여 노동자의 자율성을 찾아나가는 일이야말로 자유의 왕국으로 넘어가는 핵심 조건일 것이다. (210쪽)

4. 이윤의 시간에 맞서 노동의 시간을 확보하라!
- 시간의 착취에서 벗어나 시간주권의 획득으로

 저자는 경제학적 논의만이 아니라 철학적·역사적 고찰까지 더하며 자본주의적 시간을 분석한다. 이는 시간들의 질적 차이, 다양성을 인정함으로써 ‘자본의 시간에 맞서 노동의 시간을, 이윤의 시간에 맞서 사회적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최장 노동시간 2위가 한국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과 삶의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시간주권’이 개인에게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것은 단 한 번의 혁명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정치권력의 불평등한 배분을 평등하게 바꾸기 위한 노력이 정치적 민주주의의 역사였다면, 이제 그것은 경제 영역으로도 확장되어야 한다. ‘저녁이 있는 삶’은 결코 누군가의 선거 당선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닌 우리가 지금 여기서 실현해야 하는 과제이다. 이 책이 자본주의적 시간을 파고드는 까닭이다.
변화를 꿈꾸는 모두에게 마르크스의 한마디를 전한다. “여기가 로두스 섬이다. 자, 여기서 뛰어 보라!” (*로두스 섬에서라면 잘 뛸 수 있다고 주장하는 허풍쟁이에게 바로 여기가 로두스 섬이라고 생각하고 뛰어 보라 했다는 우화에서 나온 말이다.)

저자 인터뷰

● 2018년은 카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시대의 변화에 스러지지 않고 오늘날까지도 마르크스 경제학이 큰 울림을 갖는 이유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마르크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라는 경제 체제에 대한 비판을 논리적 극한까지 밀어붙이려 했던 인물입니다. 누구나 일상에서 직면하는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인간 집단 사이의 투쟁 등을 나름의 과학적 방법으로 설명하고자 했지요.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를 감정적으로 비난했을 뿐이라는 주장은 그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갖는 편견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르크스의 주장에 동의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그의 근본적 비판과 방법론은 여전히 새겨 둘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 ‘마르크스 경제학’ 하면 보통 ‘자본-노동 관계’를 떠올리는데요, 이 책은 독특하게도 ‘시간’이라는 주제에 집중합니다. 이 주제가 선생님의 마음을 움직이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선,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지닌 서술 구조가 지나치게 철학적이어서 현대 독자들이 위화감을 느낀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아울러 현대 경제학이 희소한 자원의 합리적 배분을 다룬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우리 삶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인 ‘시간’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생각했고요. ‘자본-노동 관계’이건 혹은 어떤 권력을 가진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의 관계에서건, 가장 불평등하게 배분되는 것이 시간이기도 합니다. 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은 제 맘대로 말할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말을 속으로 삼켜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죠. 시간을 주제로 삼다 보면, ‘자본-노동 관계’뿐만 아니라 마르크스가 비교적 덜 중요하게 여겼던 온갖 권력관계도 포괄해서 다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머리말〉에서 “마르크스라는 치명적 권위에 의거하지 않으면서 마르크스처럼 말하기”를 이 책에서 시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처음 목표한 만큼 성공하신 것 같나요?

긴 호흡으로 책 한 권을 쓰다 보면, 애초에 목표한 것을 제대로 이루기는 역시 어려운 듯합니다. 무엇보다 제 능력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어쩔 수 없이 마르크스의 권위를 빌려 말할 수밖에 없던 부분도 있고요. 그러나 “할 만큼 했다.”라며 스스로 위로할 정도는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공감에 관한 해석을 담은 2장이나 메타포에 관한 9장이 그렇습니다. 물론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힐지는 별개의 문제겠지만요.

● 책의 인용문을 보면 경제학 서적 외에도 문학 작품에서 다양한 레퍼런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도 경제학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고 새로웠습니다. 평소 문학 작품을 읽으실 때 ‘경제학자만의 독해법’이라 부를 만한 특징이 있을까요?

모든 사회과학은 일종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학은 정치 현상, 경제학은 경제 현상에 관해 일관된 논리를 갖춘 ‘이야기’를 제시하지요. 《안나 카레니나》는 작가의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우리 삶을 총체적으로 그려 내는 데 성공한 고전 문학입니다. 이 작품에는 영원한 악인도 영원한 선인도 없습니다. 안나 카레니나는 연인을 만나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 온갖 번민이 따라오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날리는 마지막 순간에조차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라며 어리둥절해 합니다. 바로 그런 복잡미묘함,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음’이 우리 삶의 본질일 겁니다. 그러므로 훌륭한 문학 작품을 읽는 일은 사람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경제학이라는 ‘이야기’를 만들고 다듬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내 이야기만이 진리라는 아집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고요.

● 최근 ‘가상화폐’ 이슈가 경제 분야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이 책의 4장에서도 화폐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요, 혹시 이 논의를 최근의 가상화폐 논쟁에 적용해 볼 수 있을까요?

책에도 썼듯이, 많은 사람이 그것은 ‘화폐’라고 생각하는 순간, 하찮은 종이 쪼가리도 어엿한 화폐로서 기능하게 됩니다. 그때 그것은 하나의 ‘물신(Fetish)’이 되지요. 다만 확실한 점은 가상화폐 그 자체가 상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투기의 역사처럼, 어떤 계기로 사람들의 믿음이 깨지면 가상화폐 역시 순식간에 신기루로 드러날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개인 차원에서 투기적 자산을 잘 운용하면 실제로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지만 몇몇 개인이 아무리 많은 투기적 이익을 얻어도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생산되는 재화나 부(富)가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책에 쓴 표현을 빌리자면, 사회적 시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뜻이지요.
물론 가상화폐는 매우 새로운 현상이므로 그것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 나갈지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놀라운 속도로 테크놀로지가 발전한다고 해서 가상화폐가 안전하다고 믿을 근거가 저절로 주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 ‘정치적 민주주의의 역사가 이제는 경제 영역으로도 확장되어야 한다.’라는 〈에필로그〉의 메시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경제민주화’에 대해 이 책의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정치적 민주화도 그렇지만 경제적 민주화는 아직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입니다. ‘이것만 되면 경제민주화는 완성된다.’라는 특별한 충분조건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주의’보다 ‘민주주의화’라는 말이 더 적합한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흔히 시장주의자들은 자유로운 시장 자체를 민주주의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유 경쟁은 최선이거나 적어도 차선은 된다는 주장이죠. 경제민주주의, 이를테면 ‘시간의 민주주의’를 꿈꾸는 것은 어쩌면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처럼 궁극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향한 꿈을 버린다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비유를 하나 들어 보죠. 영원한 사랑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영원한 사랑을 꿈꿀 때, 불완전하고 덧없는 사랑이라도 비로소 지속될 수 있을 겁니다. 경제민주주의도 마찬가지겠죠.

작가 소개

저 : 류동민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홍대 입구, 미아리, 그리고 종암동. 서울 강북의 좁은 골목길. 유소년의 기억이 부서진 조각으로 남아 있는 곳들이다. 어려서부터 ‘기억의 사진첩’을 들춰보기 좋아하는 성향을 지닌 탓에 사람들이 개인적ㆍ사회적 삶의 사건을 기억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0대 때는 문예반에서 수필을 쓰거나, 학교 신문 만드는 활동을 했다. 원고지 60매 분량의 단편소설을 썼다가 불태워 버린 것도 그 즈음이었다. 그러나 인문학적 관심은 입시준비를 위해 읽은 한국단편문학전집 50권을 마지막으로 차단당한다. 대학의 경제학과에 진학한 뒤로는 사회과학만이 세상을 올바로 볼 수 있게 해 준다고 믿게 되었다. “철학은 세계를 해석만 할 것이 아니라 변혁해야 한다”라는 마르크스의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으나, 이때 철학은 경제학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 여겼다.

사회과학적 사고를 이론의 여지가 없는 명료한 형식으로 나타내는 것. 그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수학적 기법을 활용하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전공으로 삼았다. 모든 사회과학적 문제들은 이미 오래 전에 수많은 이들이 고민하고 대답하려 했던 것들이라는 깨달음에 이른 것은 최근에 와서이다. 결국 근본은 ‘사람’에 대한 물음으로 귀착된다는 것, 따라서 그 어떤 화려한 기법으로 무장한 사회과학도 인문학적 상상력 없이는 무의미하다는 것도.

학사·석사·박사과정을 모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서 마쳤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말과 글로 먹고사는 일만 해온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다. 대학원생 시절엔 어쭙잖은 외국어 실력으로 번역을 하거나 중고생들을 사교육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며 학비를 벌었다. 국민대·서울대·서울시립대·순천향대·아주대·한국방송통신대·한신대에서 시간강사 생활을 했으며, 수협중앙회와 기아경제연구소에서는 경제동향 보고서 쓰는 일도 했다. 영산대학교 유럽지역통상학과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는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있다. 정치경제학과 경제학설사를 가르치며 ‘분배와 민주주의의 경제학’이라는 강좌를 새로 개설할 예정이다. <한겨레>와 <시사IN>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오랫동안 칼럼을 연재했고, 최근에는 <경향신문>에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일하기 전에 몰랐던 것들》,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 《경제학의 숲에서 길을 찾다》, 《프로메테우스의 경제학》 등이 있다.

목 차

머리말

프롤로그_ 자본주의적 삶 속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추적하다

1장 만화경 속 세상: 주체와 객체
첫 부분은 항상 어렵다 | 소비하는 인간에서 경제학적 인간으로 | 합리적 소비와 비합리적 소비의 모호한 경계 | 구조, 신 혹은 괴물? | 상품은 객체일 따름인가 | 시간을 주어로 놓고 술어들을 펼치다

2장 나의 배고픔과 너의 배고픔: 개별과 보편을 오가는 운동
시위대도 전경도 기자도 먹어야 산다 | 나는 너의 기쁨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가 | 사용가치: 비자본주의적 커피의 맛 | 교환가치: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 | 가치: ‘말해지지 않는 것들’을 찾아내려는 노력

3장 병 속에 갇힌 시간: 시간의 물질화
시간의 허리를 잘라 상품 속에 가두다 | 시장의 비인격성: 돈은 주인을 가리지 않는다 | 노동시간과 가치실체: 레닌이 테일러주의에 열광한 이유 | 가치실체의 내/외재성: 비명문대가 없다면 명문대도 없다 | 구체적 시간 vs. 추상적 시간 | 사적 노동이 사회적 노동으로 바뀔 때 | 노동자의 시간과 CEO의 시간은 다르게 간다

4장 시간은 돈이다: 화폐, 그 물신에 관하여
거울과 사진 속 내 얼굴은 얼마나 다른가 | 가치 형태: 상품을 바라보는 유일한 거울, 화폐 | 화폐 형태: 종이 쪼가리는 어떻게 돈이 되는가 | 《신엘로이즈》와 화폐 없는 이상적 삶 | 화폐의 존재론과 인식론

5장 프로페셔널의 조건?: 시간의 밀도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한 시간 관리 비법 | 〈모던 타임즈〉의 공장 노동자는 왜 불행해졌나 | 무엇이 ‘복잡한 노동’을 결정하는가 | 스톡으로서의 시간 vs. 플로우로서의 시간

6장 항상 현재로 돌아오는 시간 여행: 시간의 착취
현재로만 돌아오는 시간 여행 | 부리는 노동량 vs. 들어간 노동량 | 자본주의가 살아 있는 한 착취는 계속된다 | 노동시간의 경제학 | 나의 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 되지 못하는 이유

7장 시급에는 건강하게 출근하는 것까지 포함된 거야: 삶의 시간 vs. 자본의 시간
경제학의 눈으로 읽은 《편의점 인간》 | 돈이 되지 않는 시간, 여가 | 프라이스리스: 여가의 기회비용 | 관리자의 연봉이 몇 백배 높은 이유 | 삶 속으로 파고드는 자본의 시간

8장 삽질의 과학: 시간을 둘러싼 싸움
놀부를 착취하는 흥부 | 감정과 구조의 정치경제학 | 삽질의 과학과 테일러주의 | 노동생산성이라는 마법

9장 메타포의 세계: 자본의 시간 vs. 사회의 시간
《기사단장 죽이기》와 이중의 메타포 | 자본이 인정하는 시간 | 시간주권의 회복을 위하여 | 자본의 시간과 사회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10장 굳어진 시간에서 흐르는 시간으로: 자본의 변태
마르크스의 자본 vs. 피케티의 자본 | 자본의 순환: 자본은 어떻게 미술품으로 탈바꿈하는가 | 기계적 시간과 가상의 시간 | 굳어진 시간에서 흐르는 시간으로

11장 노동력의 흐름에서 자본의 흐름으로: 시간의 재구성
자본에 휘감겨 들어가는 노동력의 순환 | 인적자본의 빛과 그림자: 빚을 안고 졸업하는 대학생들 | 시간의 가역성: 역사적 시간과 논리적 시간 | 재구성된 시간: 인간의 삶 vs. 자본의 삶

12장 21세기판 모던 타임즈: 잉여의 시간
누가 우리의 노동을 모욕하는가 | 자본의 틀에서 밀려난 시간: 비정규직 노동의 역설 | 자본의 노동자 길들이기 전략: 산업예비군의 역할 | 《잠실동 사람들》과 새로운 도회적 풍경

13장 김 첨지의 ‘운수 좋은 날’과 반복창의 일확천금: 허구의 시간
미두왕 반복창의 몰락 | 자본의 물신이 완성되는 순간 | 가공의 시간 vs. 진짜 시간 | 금융정책이 표심에 미치는 영향

14장 시간이 사라질 때: 노동의 소멸
자본주의의 낭만적 기원 | 완전 자동화가 이루어지고 노동시간이 사라진다면? | 산 자를 잡는 죽은 자, 지적재산권

15장 ‘필연의 왕국’에서 ‘자유의 왕국’으로: 시간의 노예에서 벗어나기
기본소득에 걸린 이중 혐의 | 자본이 을이 되는 지점 | 필연의 왕국에서 자유의 왕국으로

에필로그_ 여기가 로두스 섬이다. 자, 여기서 뛰어 보라!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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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환불불가
상품군 취소/반품 불가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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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상품/식품/화장품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가전/설치상품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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