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음식이 곧 그 사람이다
먹는 행위는 단지 생물학적인 기본욕구를 만족시키는 것 이상이다. 음식물 섭취는 문화적으로 틀이 잡히고 사회적으로 결정된 주요한 행위이다. 음식이란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먹기에도 좋고 생각하기에도 좋다”라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주장했던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해석은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충분히 이해 된다. 따라서 이제는 기호학자나 문화 이론가들도 음식문화 속에 등장하는 음식의 의미들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기 시작했다.
문학작품들에서 음식묘사는 “화려한 향연을 그린 장면에서, 그리고 식탁을 둘러싼 자리를 지정 받는 것부터 손님들의 시중 받는 순서까지 모든 것이 계급과 성에 대한 가부장적 위계질서를 엄격하게 반영하는” 격식을 따르고 있다. 물론 문학텍스트가 아닌 다른 면에서 음식을 묘사하는 작가들도 많다. 톨스토이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로서 금육을 주장하며 행동으로 실천한 작가로 유명하다. 어떤 작가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비꼬는 데에 음식을 이용해 표현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새뮤얼 존슨은 스코틀랜드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서 그들이 말(馬)이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고 산다고 비난했다.
이렇게 먹는 음식이 곧 그 사람이며, 자기와 함께 식사를 하지 않으면, 또는 자신이 먹는 음식과 같은 것을 먹지 않으면, 곧 그 사람은 적이라는 의미를 갖기도 했다. 실제로 어떤 문화권에서 ‘적’에 해당하는 낱말을 풀어보면 글자 그대로 ‘입맛이 다른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회는 모임이고 모임에는 음식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사회화란 사람이 살면서 사회의 가치와 문화를 내면화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인간의 사회화는 음식을 먹는 행위로부터 비롯된다. 즉 아기가 처음 젖을 빨 때 이미 ‘사회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유년기 음식섭취의 경험은 삶의 원초적 토대가 되고, 어린 시절 음식과 관련된 갖가지 상황들은 평생 기억에 남는 법이다. 게다가 사람에게 제공되는 음식은 그 자체가 당시 사회의 생태적 조건과 역사에 의해 선택되고 가공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는 사람들 사이의 교류에 의해 이루어지고, 이때 친밀한 관계를 상징하는 것이 음식이다.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다는 사실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형식적인 수준을 넘어 한 단계 밀착된 관계로 진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호프의 음식 묘사와 그것을 먹는 모습의 묘사에서 우리는 묘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작가 소개
저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Anton Pavlovich Chekhov,Антон Павлович Чехов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안톤 체호프는 『갈매기』나 『벚꽃 동산』등의 작품을 쓴 극작가로 유명하지만 소설가로서의 그의 면모를 살펴 본다면 현대 단편 소설의 형식을 확립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평범한 일상속의 면면들을 간결하면서도 명료한 표현으로 묘사하는 능력과 날카롭고 엄정하게 인간을 그리면서도 그 내면에는 인간에대한 연민의 감정을 지니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 1860년 러시아 남부 아조프 해의 항구 도시 타간로크에서 태어났다. 농노 출신 아버지가 운영하던 식료품 잡화점이 파산하면서 가족들 모두 모스크바의 빈민가로 이주하였고, 이후 그는 홀로 타간로크에 남아 고학하며 중등학교를 졸업했다.
모스크바 대학 의학부에 입학한 뒤 의사가 되기까지 생계를 위해 필명으로 유머 단편들을 썼으며, 1886년에 처음으로 「추도회」라는 작품을 본명으로 발표하였다. 2년 뒤 단편집 『황혼』이 푸쉬킨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의 인정을 받기 시작한 그는 「귀여운 여인」으로 톨스토이의 절찬을 받았고, 차이코프스키, 고르키 등과 교유하며 러시아 문학계의 중심인물로 떠올랐다. 초기의 해학적인 작품세계에서 후기 현실비판적 작품세계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속물성과 허위를 배격하고 진실한 인간성을 반추하는 작품들을 남겼다. 그의 문학적 특징은 인물의 성격과 심리의 정밀한 묘사, 감각적 문체에 있으며, 때로 핵심을 우회하는 표현들은 현재까지도 비평가들에게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단편 「대초원」,「나비」,「이웃사람들」,「익명의 소설」,「흑의의 수도승」,「살인자」,「아리아드네」,「농부들」등이 있으며, 희곡 『이바노프』, 『바냐 아저씨』, 『곰』, 『청혼』, 『결혼』, 『기념일』, 『갈매기』,『세 자매』,『벚꽃 동산』등이 있다. 후기 체호프의 관심은 단편소설보다는 희곡으로 기울어 「갈매기」, 「바냐 아저씨」, 「벚꽃 동산」과 같은 세계 희곡사의 걸작들을 써냈다. 체호프는 투르게네프,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로 이어지는 ‘러시아 장편소설의 황금시대’의 사실주의적 문학 전통을 계승하여 단편소설의 새 시대를 열었고, 모파상과 함께 현대 단편소설의 형식을 확립한 중요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1904년, 병세가 악화되어 아내와 함께 독일의 바덴바일러로 요양을 떠났으나 7월 2일 호텔에서 장결핵으로 생을 마쳤다. 유해는 모스크바의 노보제비치 수도원의 묘지에 안장되었다.
역 : 문석우
광주 출생,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문학박사. 한국러시아문학회 및 한국우크라이나학회 회장역임. 조선대학교 외국어대학 러시아어과 교수.
주요저서: 『안똔 체홉: 새로운 형식을 위하여』, 『체홉의 소설과 문학세계』, 『성장소설이란 무엇인가?』, 『한-러사전』 외 다수
주요역서: 『러시아문화와 아방가르드』, 『러시아문학 오디세이』, 『연극이 끝난 후』 외 다수
주요논문: 〈체홉의 아동을 위한 텍스트에 나타난 서사구조〉, 〈체홉문학에서 음식과 욕망〉 외 다수
목 차
이반 마트베이치… ………………………………………… 15
성주간 전날 밤 ……………………………………………… 27
생굴… ……………………………………………………… 37
삶의 권태로움 ……………………………………………… 45
사이렌 … …………………………………………………… 75
이오느이치 … ……………………………………………… 86
사랑에 대하여 ………………………………………………124
구즈베리 … …………………………………………………142
경박한 여자… ………………………………………………162
술안주 … ……………………………………………………211
아가피야 … …………………………………………………217
아리아드나… ………………………………………………236
작품해설:체호프의 문학에서 음식과 인간의 욕망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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