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나무 심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쓴 소설”
장 지오노는 1953년 모나코 상을 받고, 1954년 아카데미 공쿠르의 회원으로 선출되고, 한때 노벨 문학상 후보로까지 이름이 오르내린 데서도 잘 드러나듯 그가 프랑스 문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앙드레 말로가 “20세기의 프랑스 작가 가운데 세 사람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지오노, 몽테를랑, 그리고 말로를 꼽고 싶다”고 말한 데서도 지오노가 프랑스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지오노는 평소 자신의 작품들이 설교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작품을 발표할 때는 “사람들이 나무를 사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더 정확히 말하면 나무 심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서” 이 작품을 썼다고 설명했다. 지오노의 바람은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해져 이 책은 세계 곳곳에서 지구녹화운동의 자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또한 한 편의 훌륭한 문학작품을 넘어 청소년들을 위한 정신(도덕) 교육자료로도 널리 읽히고 있다.
‘우리’를 위해, 공동의 선을 위해 헌신한 사람의 감동적인 이야기
프로방스 지방의 어느 고원지대. 옛날 이곳은 숲이 무성했고, 사람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었다. 그러나 이기심과 탐욕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모든 것을 두고 다투고, 돈을 벌기 위해 나무를 마구 베어내는 바람에 황량한 바람만 부는 폐허의 땅으로 변해버렸다. 결국 사람들도, 새와 동물들도 모두 그곳을 떠나고 말았다.
나무가 없어 버림받은 땅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한 늙은 양치기는 이 고산지대에 들어와 나무 심는 일을 시작한다. 아내와 외아들이 모두 죽어 홀로 남은 이 남자는 산중에서 고독하게 살면서 매일 도토리와 자작나무 심는 일을 계속했다.
그렇게 끊임없이 나무를 심은 지 40여 년, 황폐했던 땅이 아름다운 거대한 숲으로 뒤덮이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메말랐던 땅에 물이 다시 흐르고, 수많은 꽃들이 다투어 피며, 새들이 돌아와 지저귀었다. 사람들도 하나둘 다시 이곳을 찾아오며 밝은 웃음소리가 울려 펴진다. 황무지가 생명이 살아 숨쉬는 땅이 된 것이다. 이기주의를 버리고 자기를 희생하여 공동의 선을 위해 일하지만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는 사람의 고결한 정신과 실천이 기적 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20여 년 동안 다듬어 완성한 작품
이 단편소설은 장 지오노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장 지오노는 오트-프로방스를 여행하다가 한 특별한 사람을 만났다. 혼자 사는 양치기였는데, 끊임없이 나무를 심어 황폐한 땅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었다. 작가는 여기에서 큰 감명을 받아 이 작품의 초고를 썼으며, 그 후 약 20년에 걸쳐 글을 다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는 거룩한 뜻을 품고 그것을 실천하면 누구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을 심어준다. 누구나 ‘평범한 삶’을 ‘비범한 삶’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다고 말해준다. 또한 우리가 존경해야 할 진짜 영웅이 누구인지를 새삼 깨우쳐준다. 참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이 세계를 아름답게 바꾸어놓는 사람은 권력이나 부나 명성을 누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남을 위해 소리 없이 일하는 사람, 침묵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말없이, 서두르지 않고, 속도를 숭배하지 않고, 자기를 희생하며 굽힘 없이 선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한편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세계적인 화가 프레데릭 백이 그림을 그리고, 캐나다 국영방송이 제작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은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상뿐만 아니라, 안시, 로스앤젤스, 루아양, 히로시마, 바야돌리드, 오타와 영화제 등 수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그의 소설이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물질을 숭배하는 현대문명의 위기에서 지오노의 자연주의 사상이 더욱 빛나기 때문이다. 환경오염과 지구의 파괴, 인간정신의 황폐화와 인간의 물질화 등으로 인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근대문명을 유지해왔던 낡은 세계관이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가리켜 오늘의 문명의 위기 속에서, 썩어가는 물질문명의 타락 속에서 우리의 영혼을 정화시켜주고 새롭게 눈뜨게 해주는 한 편의 묵상자료라고 평가한다.
작가 소개
저 : 장 지오노
Jean Giono
착잡하고 신비적인 작풍으로 인생이 무엇인지를 표현한 소위 지방주의작가 장 지오노. 후기 작품에는 특유의 서정미가 상실되었다는 평을 듣지만 정치한 심리해부는 오히려 높이 평가되고 있는 작가이다.
장 지오노는 1895년 프랑스 남부 오뜨 프로방스의 마노스끄에서 출생하였다. 가난한 집안의 외아들이었던 그는 집안 사정으로 인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16세에 은행에 취직하여 20여 년간을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그리스와 라틴의 고전들을 섭렵하며 문학수업을 쌓았다.1928년 발표한 『언덕』이 성공을 거두면서 뛰어난 서정성과 강렬한 문체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지오노는 평생을 고향인 마노스끄에서 창작 활동에 전념하며, 30여 편의 소설과 수많은 희곡, 시나리오를 발표한 20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지오노의 소설 작품은 크게 2차 세계대전 이전과 이후의 것으로 구분되는데, 전쟁 전의 주요 작품으로는 『언덕』, 『보뮈뉴에서 온 사람』, 『소생』으로 구성된 『목신의 3부작』과 『세상의 노래』, 『영원한 기쁨』, 『산중의 전투』 등이 있고, 전쟁 후의 작품으로는 「기병 연작」인 『앙젤로』, 『지붕위의 기병』 등과 「소설 연대기」인 『권태로운 왕』, 『강한 영혼』 등이 있다.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은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29년 브렌타노 문학상과 1953년 모나코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70년 10월 10일 숨을 거두었다.
그림 : 최수연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신문과 잡지 등 여러 매체에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으며, 소설과 어린이 책 등에서 그림을 통해 상상력 가득한 세상을 펼쳐 보이고 있다. 그림 그린 책으로 『청소부 밥』,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교환학생』, 『괜찮아,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야』, 『청개구리는 왜 엘리베이터를 탔을까?』, 『마테오 팔코네』 등이 있다.
역 : 김경온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12대학에서 폴 발레리의 시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으로 「폴 발레리 시의 시각이미지와 청각이미지 연구」, 「백남준의 콜라주 미학과 다빈치의 시각적 사유」가 있으며, 주요 역서로는 『시: 형식과 기능들』, 『비평의 비평』, 『영화의 환상성』, 『장화 신은 고양이와 열 편의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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