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그리고 이에 저항한 전국 학생들의 연합체인 민청학련,
유신체제에 균열을 일으켰던 민청학련 항쟁 850일의 기록을 담은 르포르타주
1972년 10월 17일 오후 7시, 박정희 대통령은 특별성명을 통해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하며 헌법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등 비상조치를 단행했다. 이른바 ‘10월 유신’이다. 특별성명의 요지는 한국 실정에 맞는 새로운 헌법과 정치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제정된 ‘유신헌법’은 대통령의 연임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며, 선출 방식 또한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기구의 대의원들이 시행하는 간접선거로 규정했다. 유신헌법은 형식적인 국민투표를 거쳐 그해 12월에 선포되었고, 이로써 박정희 대통령은 영구 집권의 길을 열어젖혔다.
대학생들은 이에 대한 산발적인 저항을 이어가다가 1973년 가을부터 전국 각 대학이 연합한 대규모의 저항을 계획했다. 여기에 군사정권을 비판해오던 지식인 및 양심적 종교인들도 합세했다. 이들은 1974년 4월 3일을 디데이로 정하고 그동안 축적한 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를 전개하기로 했다. 그리고 성명서를 내면서 전국 청년학생들의 연합체라는 뜻에서 자신들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이른바 ‘민청학련’이라 불렀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은 미리 정보를 입수해서 대대적으로 관련자들을 검거했으며, 이들에게 용공 혐의를 씌워 처벌하려 했다. 정부는 민청학련 이름으로 검거된 732명을 포함한 1,024명을 수사하여 253명을 군사법정에 송치했으며 비상군법회의에서 이들에게 사형, 무기징역 등의 비상식적인 형량을 선고했다. 이에 재야를 중심으로 구명운동이 광범위하게 벌어졌고, 외신도 이를 보도하며 한국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박정희 정권은 이에 굴복하여 1975년 2월 대부분의 관련자를 형집행정지로 석방하기에 이른다.
이 책은 1972년 10월 17일 유신 선포부터 민청학련 관련자들이 석방된 1975년 2월까지 약 850일간의 일들을 생생하게 담아낸 르포르타주이다. 단순히 사실관계를 시간 순으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여러 인물, 여러 지역의 일들을 다층적으로 속도감 있게 소설 형식으로 그려냄으로써 독자들을 항쟁의 현장으로 끌어들인다.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 민족문학작가회의 상임이사 등을 지낸 유시춘 작가가 원고의 시작부터 감수까지 참여해 완성도 높은 글을 완성해냈으며, 712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 단숨에 읽히는 흡입력을 보여준다.
200여 명의 인터뷰 및 80여 개의 참고자료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유신의 폭거와 항쟁의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내
현대사의 빈곳을 채우는 사료적 가치
이 책은 직접 항쟁 주체들의 입으로 44년 만에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는 의의를 갖는다. 민청학련 항쟁 참가자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민청학련의 정신을 계승 및 기념하는 활동에 매진해왔다. 하지만 정작 민청학련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소홀했다는 문제의식 아래 2014년부터 이를 알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200여 명 회원들을 인터뷰하고, 구술 자료를 모아 민청학련 항쟁의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책은 민청학련계승사업회의 이러한 4년 동안의 노력이 담긴 결과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항쟁 주체들의 서술에서 오는 주관성과 편향성을 방지하고자 수차례에 걸쳐 사실관계 확인 과정을 거쳤다는 점이다. 원고를 작성하는 데 관련자들의 진술뿐만 아니라 책, 신문 기사, 논문 등 80여 개의 자료를 참조했으며, 완성된 원고의 사실관계를 일일이 확인함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하였다.
또한 이 책은 그 자체로 사료로서의 가치도 갖는다. 민청학련 항쟁만큼 유신체제의 폭거를 가장 생생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계엄령을 통해 헌법의 효력을 정지키시고 국회를 해산하는 등 민주주의의 절차를 파괴한 사실, 민청학련을 북한의 사주를 받은 용공집단으로 조작한 사실, 그리고 진압 과정에서 불법적인 체포·구금·고문을 가한 사실, 일반인들을 군사법정에서 재판하고 이들에게 사형, 무기징역 등 상식을 뛰어넘는 가혹한 판결을 한 사실, 그리고 일부 관련자에게 기어이 사형을 집행해버린 사법살인까지, 이 모든 과정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유신체제가 얼마나 폭력적이었으며 정권 유지를 위해 국가의 정보·사법·수사기관을 총동원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관련자들을 탄압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는지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당사자들의 입으로 항쟁을 총체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민청학련의 존재를 독자들에게 알리고 그 의의를 재정립하게 해준다.
항쟁 참가자 132명 및 국가폭력 가해자들의 인명록, 주요 사건일지 및 통계 등의
객관적 자료 제시로 사건의 구체성을 높이고 역사의 행간을 보여주다
이 책은 이외에도 다양한 자료로 민청학련 항쟁을 더욱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항쟁에 직접 참여했던 역사학자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교수가 해설을 통해 민청학련 항쟁의 전개와 역사적 의의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민청학련 항쟁 참가자 132명의 약력을 정리해 이들이 항쟁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당시의 재판 기록, 판결문 등을 참고해 민청학련 항쟁을 용공 사건으로 조작하거나 방조한 가해자들의 명단 또한 수록했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사건을 주도적으로 조작한 중앙정보부 요원뿐만 아니라 당시 대법원장, 검찰총장, 국방부장관 등 불법적인 체포·구금·고문을 막을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방조한 이들의 명단, 수사 및 재판 담당 검사와 비상군법회의 판사 및 대법원 판사의 명단을 제시해 그들이 국가폭력 행위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했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유신이 선포된 이후부터 민청학련 관련자들이 석방된 1975년 2월까지의 주요 사건을 날짜별로 정리해 항쟁의 전개 과정 및 정치 상황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민청학련 항쟁 관련 통계를 항목별로 정리해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참여 인원 및 대학, 구속·기소 인원 등을 세밀하게 정리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연구가 취약했던 민청학련 항쟁의 연구자료를 제공하는 동시에 독자들로 하여금 역사의 행간을 읽을 수 있게 한다.
작가 소개
저 : 민청학련계승사업회
1974년 유신독재에 정면으로 맞선 민청학련 항쟁 참가자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민주주의·인권·통일 등 민청학련의 정신을 계승 ·기념하는 활동을 펼쳤다. 1994년 민청학련운동계승사업회를 공식 발족하였으며, 2013년 민청학련계승사업회로 그 명칭을 바꾸었다.
민청학련계승사업회는 그동안 민청학련 정신에 부합하는 국내외 개인 및 단체에 대한 지원과 연대사업, 출판·연구 등의 기념사업,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의 명예 회복 및 배상 청구를 위한 재심 추진사업 등을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 회원들은 사회 각계각층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며 인권과 평화를 위한 활동에 힘쓰고 있다. 또한 기나긴 법정 투쟁 끝에 2009년 9월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진 재심에서 관련자 전원의 무죄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특히 민청학련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03년 《1974년 4월: 실록 민청학련》 (전4권, 학민사) 시리즈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 시리즈는 민청학련에 참여했던 인물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술회하여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냈으나, 민청학련 항쟁의 전모를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새 시대의 시민들에게 박정희 정권의 폭거에 저항한 민청학련 항쟁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널리 알릴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2014년부터 200여 명과 인터뷰하고 80여 가지의 자료를 종합하여 사건을 재구성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책은 회원들의 이러한 고민과 노력을 집대성하여 만든 4년 만의 결과물이다.
현재 민청학련계승사업회는 좀 더 많은 시민들에게 민청학련의 정신을 알리고 , 청년 세대에게 그 정신을 잇고 고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앞으로도 민청학련의 정신이 잊히지 않도록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역사기행 및 시민 교육활동 등을 모색하고 있다.
목 차
1부│대통령, 가면을 벗다
수상한 ‘구국의 결단’ 29
탐욕이 낳은 쿠데타 32
계엄군, 대학을 짓밟다 35
신세계백화점 옥상에서 뿌려진 유신 반대 유인물 38
거짓에 저항한 고등학생들 41
대구 고등학생들의 ‘구국장교단’ 유인물 43
《함성》지, 최초로 유신체제에 반기를 들다 46
전남대 ‘민족사회연구회’의 태동 56
강요된 침묵에 맞선 기독교인들 58
유신쿠데타의 핵심은 박정희의 종신집권 62
선거로는 대통령이 될 수 없었던 박정희 75
박정희의 권력 운용 방식 81
위수령, 유신의 전조 83
경북대 ‘한풍회’의 반격 91
1972년, 그 어두웠던 봄 96
여대생, 사회 현실로 눈을 돌리다 102
서울대 문리대 학생회와 동아리의 부활 107
고려대, ‘한국적 민주주의’에 선전포고를 하다 110
“성경과 찬송가로 내란이 가능합니까?” 113
한풍회, 결의를 다지다 123
사회의학연구회의 도전 125
아, 윤한봉! 130
2부│진실은 가둘 수 없다
유신 후 최초의 공개 시위를 준비하다 135
서울대 문리대의 10·2 시위, 유신에 도전장을 내밀다 146
법대와 상대, 시위의 불길을 이어가다 151
침묵하는 언론 162
연세대 사제의 천마산 모의 165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의 구속자 대책 활동 167
지식인 15인의 시국선언과 경북대 11·5 시위 169
서강대의 성토대회 180
이화여대, 4천 명이 거리로 나서다 184
유신 반대 불길, 전국으로 번지다 191
신학대학 교수들의 삭발 항의 197
“이제는 보도해야 한다” 200
13년 만에 굴욕을 당한 박정희 204
“복학? 그런 거 해갖고는 되도 안 한디” 207
방학에도 쉬지 않는 학습과 투쟁의 모색 209
새로운 모색의 나날들 212
민주수호국민협의회의 출범 223
박정희의 분노와 협박 227
지성인만의 ‘게토’이기를 거부하다 229
3부│모든 것을 바쳐 조국을 사랑했다
신학대학장의 내란죄 235
문인 61인의 시국선언 238
긴급조치, 20세기의 어명 241
3·3·3원칙 246
두려움을 잊다 251
전남대, 서울과 연결되다 255
연세대, 전국시위 팀과 연결되다 256
이화여대 동참하다 258
윤보선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각오 260
장준하와 백기완, 긴급조치의 첫 구속자가 되다 264
“재판장은 왜 국방의 임무를 안 하는가?” 266
“의대생은 이 나라 국민이 아닙니까?” 270
간첩으로 조작된 문인들 274
전국 대학들이 연결을 확대하다 276
2·10 경북대의 강창 모임 279
준비 역량을 보강하다 283
윤한봉의 호남 활동과 대전 회의 290
서울대 문리대, 학생회를 구성하다 293
민청학련 결성일로 둔갑한 3월 7일 모임 296
합숙하며 마지막 점검에 들어가다 302
고교생들의 기습시위 계획 309
윤보선 전 대통령의 학생 지원 313
유신 타도 전국시위 제1호는 경북대 315
무등산 화염병 실험 324
3개의 비밀 인쇄소 325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의 첫 등장 327
서강대, 서울 첫 궐기를 하다 329
그날 수많은 아들딸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333
총궐기, 4월 3일로 결정되다 337
처음으로 여학생이 연행되다 342
서울 5개 대학의 사릉 회의 346
전국 13개 고등학교의 시위 준비 350
목에 칼을 대고 시도한 연세대 시위 353
“이젠 싸우는 길밖에 없어” 357
유신정권, 치밀한 투쟁 준비에 경악하다 361
민청학련의 전국시위 전야 366
4월 3일 전국시위의 날이 밝다 369
의대생들의 흰 가운 시위 376
가장 치열했던 성균관대 381
선언문 못 읽고 끝난 이화여대 387
서울대 상대, ‘준비론’을 뚫다 392
4부│권력, 독을 삼키다
“유신 반대하면 사형” 405
자수기간 끝난 뒤를 노린 전남대 시위 412
시험 거부로 긴급조치에 맞선 한양대 420
“우리는 민족의 아들이다!” 422
잡히면 죽인다는데도 계속되는 투쟁 424
간첩의 7배에 달하는 현상금 429
잇따른 검거와 학생회 곽성문의 배신 436
최대 희생자,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440
정화영이 끝까지 지킨 두 가지 444
광주 보안부대의 구식 전기고문 447
윤혜영, 조사 중에 병원에 입원하다 451
“북한방송 들었다는 자백을 받아내라” 453
만난 적도 없는 이른바 ‘인혁당’ 455
박형규 목사 구속과 데모자금의 출처 462
“운동자금은 내 결혼 축의금입니다” 465
고문을 해외에 알린 ‘월요 모임’ 471
거짓말 퍼레이드, 4·25 중간수사 473
조총련 지령으로 둔갑한 일본 언론 인터뷰 476
너구리, 송종의 검사 485
“민청학련은 반국가단체” 494
실체 없는 인혁당 497
자백만이 유일한 증거인 재판이 시작되다 502
“[날아가는 까마귀야]는 북한 혁명가가 아니라 항일독립군가” 504
변호인도 법정 모독으로 구속해버리는 초유의 사태 509
“부끄럽습니다” 512
32명의 총 선고 형량, 1천 년에 달해 514
천주교 주교까지 내란했다고 구속 521
“나라 지키라고 별을 달아줬더니” 527
《워싱턴 포스트》의 비밀 인터뷰 530
“한국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532
“내 아들, 내 남편 내놓아라” 537
교도소의 학생들 541
긴급조치 1, 4호가 해제되다 548
의미 없는 2심 재판 550
쌀쌀맞은 박근혜 551
공판조서까지 조작하는 독재의 하수인들 553
5부│국민, 마침내 권력을 이기다
진실의 거센 파도 559
정의구현사제단의 탄생 572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운동 579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탄생 586
‘헌법적 독재체제’의 청산운동이 시작되다 590
민주세력 총결집한 민주회복국민회의 등장 592
세계 언론 사상 가장 치졸한 광고 탄압 596
자유언론을 지키려는 이름 없는 국민들의 궐기 600
사면초가의 박정희, 국민 앞에 굴복하다 604
패배를 국민투표로 위장하다 608
국민 승리가 이룬 구속자 석방 611
35년 만의 ‘무죄’ 선고 615
부록
해설- 민청학련 항쟁의 전개와 역사적 의의 619
민청학련 관련자 인명록 630
민청학련·인혁당 사건 조작 및 가해자 명단 690
유신정권 및 민청학련 관련 주요 사건 일지 696
민청학련운동 참여 통계 702
참고문헌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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