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4~6세 유아를 위한 인성그림책 시리즈 ‘그림책 놀이터’
4~6세 유아는 유치원에서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아이는 왕자와 공주로 대접받던 시기를 끝내고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시간은 길고, 교사의 관심과 사랑은 친구들과 나눠야 한다. 아이의 상실감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그림책 놀이터’시리즈는 이 시기의 유아가 상대적 박탈감을 이겨내고 건강하고 평등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스스로 독립적인 자존감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인성그림책이다. 각 권마다 4~6세 시기에 반드시 배워야 할 우정?소통?공감?정직?성실?협력?양보?용기?배려 등의 인성 주제들을 담았다.
내가 ‘형’이 되는 바로 그 순간
《아기만 좋아해》는 동생에게 사랑을 빼앗긴 아이의 심리를 따라가는 판타지그림책이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주인공. 하지만 요즘은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할아버지 모두 아기만 바라본다. 가족에 대한 실망, 동생에 대한 질투 때문에 아이는 자꾸 화가 난다.
아이는 아기를 뒤뜰에 내다버린다. 하지만 나무 뒤에 숨어서 엿보는 모습을 보니, 그리 마음이 편하지는 않은 것 같다. 참새를 보자 아기를 네 둥지로 데려가라고 말하는데 아마 속마음은 조금 다를 것이다. 참새가 무슨 힘으로 아기를 데려가나? 아이는 참새가 부리로 아기를 콕 쪼아 혼을 좀 내주었으면 하고 바랐을 것이다.
아이의 상상은 참새의 부리로 시작해 고양이의 발톱으로, 사자의 이빨로 위협의 수위를 점차 높여가지만 차마 아기를 혼내주지는 못한다. 아직 아이는 속마음을 꽁꽁 숨긴 채 망설인다.
하지만 꿀벌들의 등장은 의미심장하다. 꿀벌들은 아기가 아니라 주인공한테 먼저 다가온다. 아이는 꿀벌들을 아기 쪽으로 쫒는다. 이번에는 아기를 데려가 달라는 빤한 주문을 하지 않는다. 아이는 꿀벌들이 아기를 괴롭혀주기를 기다린다. 아이의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꿀벌들도 신 나게 춤만 춘다.
결국 아이의 분노가 폭발한다. 어마어마한 태풍과 함께 외계인을 불러오는 것이다. 아기는 외계인에 의해 다른 별로 납치될 상황이 된다. 놀란 아기가 커다랗게 울음을 터뜨린다. 다른 동물들은 이미 멀리 도망쳤다. 아이는 당연히 고소한 마음이 들어야하는데 뭔가 불편하다. 게다가 아기는 계속 앙앙 울면서 자꾸 자기를 바라본다. 아기는 아이의 도움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아이는 지금 아기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힘 센 존재다! 이제 아이는 더 이상 투명인간이 아니다! 바로 그 순간 아이의 분노가 수그러든다. 아이가 외계인을 막아서며 커다랗게 외친다.
“내 동생이 가기 싫대!”
주인공은 이 장면에서 처음으로 아기가 아니라 ‘내 동생’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제부터 아기를 ‘내 동생’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이다. 아기 때문에 투명인간으로 변했다고 분노하던 주인공의 상상놀이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자신에게 간절히 도움을 청하는 동생의 모습을 상상하는 순간, 아이는 비로소 자신의 존재감을 되찾으며 ‘형’이 된다.
《아기만 좋아해》의 작가 이은경은 두 아이의 엄마다. 이 작품은 형이 된 큰 아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토닥여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에서 탄생했다. 《아기만 좋아해》가 판타지그림책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속살은 생활그림책의 결을 가지게 된 이유다. 작가는 책의 서두에도 모든 형과 누나들에게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를 꼼꼼히 새겨 넣어, 영원히 변함없는 사랑을 약속하고 있다.
-그거 아니? 너도 처음엔 아기였단다. 형과 누나가 되었지만 지금도 사랑해.
작가 소개
남해에서 태어나 산과 들, 바닷가를 누비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악어가 쿵, 작은 새가 포르르》로 제 20회 눈높이 아동문학상을 받았습니다. 내 안에 살고 있는 작은 아이에게 귀 기울이며 그림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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