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역사적으로 페미니즘의 ‘제1의 물결’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본서 2부, 마리옹 르클레르의 글)의 영향을 받아 1890~1920년대에 미국과 영국에서 일어난 참정권 운동을 말한다. 특히 1903년 영국의 여성 투사들은 여권 신장을 명분으로 자신의 힘으로 싸워서 투표권 쟁취의 첫 승리를 기록했다. 이어 여성들의 선거권과 교육권, 출산권, 노동권, 그리고 남성과의 ‘평등’을 주로 주장했다.
‘제2의 물결’은 1960년대 후반의 학생운동, 반전운동, 흑인 운동 같은 반체제 운동과 맥을 같이 하면서 일어났다. 특히 『제2의 성』(1949)에서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진다”라고 말한 시몬 드 보부아르(본서 2부, 실비 티소의 글)의 영향이 컸다. 그들은 여성의 평등권에서 더 나아가 보다 적극적으로 여성의 ‘해방’을 주장했다. 여성들은 정당과 노조가 여성들의 권리 따위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단지 법 앞에서의 평등만이 아니라 사회적 정의를 획득하고자 자체 조직을 강화했다.
198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새롭게 부상한 페미니즘은 다양한 여성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에 주목했다. 인종·계급·민족에 따라 거의 같지만 똑같지는 않은 여성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진단과 처방이 요구된다고 보았다. 예를 들면, 영국과 미국의 페미니즘은 19세기 여권운동의 전통 아래 사회·경제적인 여성의 억압을 주로 평등주의적 시각에서 다루는 반면에 프랑스의 페미니즘은 부브아르의 ‘제2의 성’을 비롯해, 데리다의 해체론과 프로이트나 라캉의 정신분석학의 영향 아래 철학적이고 심리학적인 경향을 주로 보여준다. 물론 지역 간 페미니즘의 상대적인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에 저항하고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추구한다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
이 책은 여성들이 자신의 존엄성을 찾기 위해 한 세기 넘도록 힘겹게 투쟁해온 지난한 여정을 담고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실린 저명한 외국 필진 22명과 국내 필진의 글, 총 24편을 담은 이 책은 여성들의 문제의식과 투쟁, 성취를 담고 있지만, 결코 여성만을 위한 기록이 아니라, 인간 존엄성을 믿는 모든 이들에게 유익한 텍스트라 여겨진다. 단행본 출간을 위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실린 글들을 갈무리해 재편집한 까닭에 치밀함과 정치함이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주제의식은 놀랍도록 한결같다.
1부 ‘존재로서의 여성’ 에서는 시대에 따른 여성들의 역할과 성차별, 그리고 페미니즘의 새로운 변이에 대해서 살펴본다.
2부 ‘미완의 투쟁’에서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여성의 투쟁사를 다룬다. 이와 관련, 프랑스 혁명시기의 올랭프 드 구주, 영국 산업혁명 시기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68혁명 당시의 시몬 드 보부아르 등 여성 선각자들의 사상과 철학이 소개된다.
3부에서는 인류 역사 이래 ‘성의 대상’이었던 여성들이 ‘성의 주체’로 전환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4부에서는 인간 존엄성을 향한 여성들의 투쟁과 성취를 다룬다. 이 작은 책이 페미니즘을 심대하게 공부하려는 독자들에겐 충분하진 않겠지만 우리 사회와 지구촌 곳곳에 확산되는 미투운동과 관련하여 페미니즘의 본질과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하는 데는 적지 않게 기여하리라 기대해본다.
작가 소개
저 : 피에르 부르디외
Pierre Bourdieu
1930년 프랑스 남부 딩겐에서 태어났다. 파리고등사범학교에 입학, 철학교수 자격을 취득하여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던 중 1958년 알제리 전쟁에 징집되었으며, 전후에는 알지에대학에서 조교로 근무하였다. 그 뒤 파리대학에서 레이몽 아롱의 조교 생활을 했고, 릴대학 강사를 거쳐 1964년 30대 초반에 사회과학고등연구원의 교수이자 연구주임으로 취임한 뒤 교육문화사회센터(1969년에 유럽사회학센터로 개칭하여 현재에 이름)를 창설해 소장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를 추진했다.
1975년 학술연구 잡지인 『사회과학연구학보』를 창간, 편집장으로 재직하면서 정치, 경제, 종교, 교육, 예술, 문학, 민족, 언어, 취향, 스포츠에 이르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었다. 1981년에는 콜레주 드 프랑스의 사회학 강좌교수에 임명되었다. 2000년 9월 서울에서 열린 ‘2000 서울 국제문학 포럼’에 참가하기도 한 부르디외는, 2002년 세상을 떠났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알제리의 사회학Sociologie de l’Algrie』(1961), 『상속자들Les Heritiers』(1964), 『중간예술Un art moyen』 (1965), 『예술 애호L’amour de l’art』(1966), 『재생산La Reproduction』(1970), 『자본주의의 아비투스Algrie 60』(1977), 『구별 짓기La Distinction』(1979), 『실천 감각Le sens pratique』(1980), 『혼돈을 일으키는 과학Questions de sociologie』, 『말하기의 의미Ce que parler veut dire』(1982), 『국가 귀족La Noblesse d’Etat』(1989), 『자유교환Libre-Echange』(1994), 『실천이성Raisons pratiques』(1994) 등이 있다.
목 차
[들어가는 글] 페미니즘의 지난한 여정 -성일권
1부 존재로서의 여성
섹슈얼리티 vs. 섹시즘 -미셸 보종
페미니즘…‘같음’을 향한 ‘다른 갈망’들 -소니아 다양?에르즈브렝
엄마의 희생을 더 이상 미화할 순 없다 -상드린 가르시아
에코 페미니즘, 여성성의 발현 또는 신화화? -재닛 비엘
여성으로서 늙어간다는 것 -쥘리에트 렌
특권층 여성에게만 혜택을 주는 ‘여성할당제’ -마리옹 라비에
2부 미완의 투쟁
여성의 진보가 민주주의를 발전시킨다 -지젤 알리미
시몬 드 보부아르, ‘매니큐어 짙게 바른 여성투사’ -실비 티소
페미니즘의 서막을 연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마리옹 르클레르
18세기 ‘대중 모럴’에 맞선 ‘올랭프 드 구주’ -올리비에 블랑
올랭프 드 구주, ‘페미니즘의 세계적 아이콘’ 부활하다 -니콜 펠레그랭
페미니즘, 거리에서 화면으로 -소피 부불
3부 성의 대상에서 성의 주체로
국가가 방조한 강간범죄의 민낯 소피 부불
엄마와 창녀의 귀환, 프랑스 영화계의 한 경향 모나 숄레
성매매를 하고 싶어서 하는 여성은 없다 윌리엄 이리구아이엥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한다는 ‘가짜친구’들 릴리앙 마티외
여성해방이라고? 성매매에 대한 엉뚱한 합의 모나 숄레
4부 그리고 평등
직장에서 차별받고 은퇴 후에도 불리한 여성들의 이중고 -크리스티안 마르티
무너뜨리기 힘든 ‘남성 지배권력’에 관해 -피에르 부르디외
당신의 귀한 시간 지키는 우리의 저렴한 시간 -프랑수아자비에 드베테르&프랑수아 오른
페미니즘이 본 가사서비스 -모나 숄레
홍상수의 ‘로맨스’와 이윤택의 파렴치 너머에는 -안치용
더 이상 여성들은 ‘소비재’가 아니다 -최주연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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