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로는 충분하지 않다 - 트럼프의 충격 정치에 저항하고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얻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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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나오미 클라인
출판사항열린책들, 발행일:2018/04/15
형태사항p.382p. 국판:23CM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32918839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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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슈퍼 브랜드 트럼프

이 책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건 트럼프를 브랜드로 분석한 대목이다. 젊은 시절 트럼프의 성공은 브랜드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 1980년대 매출 정체를 맞은 기업들이 눈을 돌린 전략이 [브랜드]였다. [물건의 본질적인 기능에 충실한 상품 대신에 어떤 문화 집단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하는 상품에 높은 프리미엄 가격을 얹어라.] 기업들은 더 이상 상품을 생산할 필요가 없었다. [매력적인 광고를 만들고 디자인에 투자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나머지 과정은 제3세계 하청업자들에게 맡기면 그만이었다. 트럼프는 자신의 부동산에 [상류층의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했다. 모든 건물에 자신의 이름을 박고, 사무용 고층 빌딩, 아파트, 골프 클럽을 하나로 엮어 명품 프랜차이즈로 선전했다.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자신이 고용할 사람을 서바이벌 방식으로 선발하는 예능 프로그램)는 그를 전국구 스타로 만든 또 다른 전환점이었다. 트럼프는 방송을 통해 자신의 으리으리한 집과 자가용 제트기를 내비치며 [고품격 라이프 스타일]을 공짜로 선전했다. 이제 물질적 성공은 트럼프의 대명사가 되었다. [당신도 도널드 트럼프가 될 수 있습니다.]
브랜드 비즈니스 덕분에 트럼프는 더 이상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거나 개발할 필요가 없었다. 새로 지어질 건물에 이름을 빌려 주기만 해도, 생수, 안경, 향수, 매트리스, 대학에 [TRUMP]란 이름을 붙이기만 해도 큰돈을 벌 수 있었다(파나마의 호텔?콘도 프로젝트로 최소 5천만 달러를 벌었다). 이제 그의 수입은 이름에서 나왔다. 그의 유명세가 높아질수록 그의 브랜드에 붙는 프리미엄도 올라갔다. 마침내 트럼프는 자신의 브랜드 사업을 번창시켜 줄 [궁극의 브랜드]를 꿈꾸기 시작했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와 경제를 지닌 [미국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이었다. 클라인에 따르면, [취임 후 시계 초침이 째깍댈 때마다 트럼프의 브랜드 가치와 그가 진행 중인 사업의 가치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미지를 통한 선거의 승리를 넘어 브랜드 가치의 축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난 사람을 쏴도 한 표도 잃지 않을 것이다 - 브랜드 강화 규칙

〈거짓말을 하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두머리boss 본연의 모습이다.〉 클라인은 기업 브랜드와는 별개로 그의 독특한 개인 브랜드에 주목한다. 바로 리얼리티 쇼에서 강화된 [자기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하는] 우두머리라는 위상이다.
대선 기간 중 트럼프는 성적 추문, 혐오 발언, 세금 회피 등 온갖 정치적 스캔들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를 향한 합리적인 문제제기는 모두 튕겨져 나갔다.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는 기성 정치인들에게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었다. 클라인은 이것을 [브랜드 강화 규칙]으로 설명한다. 이 규칙은 해당 인물에게 도덕성과 품위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자신이 만든 브랜드에 충실하고 그것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만 지킨다면, 트럼프의 말마따나 그가 거짓말을 해도, 〈뉴욕 5번가 한가운데 서서 누군가를 총으로 쏘아 쓰러뜨린다 해도] 그는 [단 한 표도 잃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클라인은 트럼프를 넘어뜨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그의 브랜드에 손상을 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두머리]라는 트럼프의 개인 브랜드를 #PresidentBannon이라는 해시태그(백악관 수석 전략가 스티브 배넌이 권력의 실세이고 트럼프는 배넌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의미)를 퍼뜨려 [꼭두각시]로 만들고, 상류층의 호화스러운 부를 상징하는 트럼프의 기업 브랜드를 [역겨운 이름]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그의 위험천만한 발언과 정책들에 거부감을 느끼고, 그의 브랜드에 대한 거부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들이 늘수록 그의 사업 전선에 타격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실제 뉴욕에서는 트럼프 이름이 붙은 아파트에서, 입주민들의 성화에 못 이겨 건물 관리인이 트럼프의 이름을 내려야 했다).


트럼프의 충격 정치

클라인은 전작 『쇼크 독트린』을 통해 전쟁, 테러, 시장 붕괴, 자연재해 등 집단적인 충격으로 대중이 혼란에 빠진 현실을 체계적으로 이용해서 대대적인 친기업적인 조치들을 밀어붙이는 사례를 제시한 바 있다. 클라인은 [쇼크 독트린]의 논리가 트럼프의 세계관과 완벽히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70년대 중반 트럼프는 뉴욕 시가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 부동산 개발을 빌미로 거액의 세금을 빼돌려 부를 일구었고(본문 203~206면), 이후 [남의 약점을 이용하는 냉혈한의 열정]이 트럼프의 이력을 만들어 왔다.
대통령이 된 지금, 트럼프는 모든 전선에서 충격을 일으키고 있다. [국가 규제의 해체, 복지국가와 사회 서비스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 화석 연료 열풍의 조장, 그리고 이민자들과 급진적인 이슬람 테러리즘을 겨냥한 문명 전쟁이다]. 이 프로젝트를 시행할 경우 연쇄적인 충격은 불가피하다. 규제 완화로 인해 시장의 거품이 터지면 경제적 충격이 발생하고, 반이슬람 정책과 대외적인 공격이 역풍을 낳으면 안보상의 충격이 발생하고, 화석 연료 채취가 가속화되면 기후 충격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위험한 건 트럼프 행정부가 이러한 충격을 재차 이용해서 자신들의 핵심 의제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충격을 기화로 예외 상황이나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민주주의의 핵심 규범들을 더 본격적으로 유예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위기의 심각성을 한 차원 끌어올려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트럼프라고 쓰고, 신자유주의라고 부른다

클린턴 부부와 다보스 클래스의 신자유주의를 공격하면서 표를 얻은 트럼프이지만, 실제로 그가 추구하는 정책이나 주변에 배치한 인물, 그의 사고방식은 그 자체로 신자유주의를 대변한다.
트럼프 내각은 정부 정책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거대 기업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국무부에는 엑슨 모빌 출신(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이, 국방부에는 군수업체 제너럴다이내믹스와 보잉사 출신(국방부 부장관 패트릭 섀너헌)이, 그리고 내각의 나머지 부서들에는 골드만삭스 출신(재무부 장관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 부장관에 제임스 도노번 등)이 포진해 있다. 신자유주의 최전선에서 기업의 이익을 대변해 온 인물들이 백악관을 장악했다는 점에서, 클라인은 [지금 워싱턴에서 일어나는 일이 흔히 있는 집권 여당의 교체와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이것은 수십 년간 기반을 다져온 끝에 완결된 노골적인 기업들의 권력 장악이다.]
행정부의 기업 지배는 그 자체로 대대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예고한다. 클라인은 신자유주의를 〈정책으로 표현되는 몰인정〉이라고 표현한다. [피부색이 검거나 짙은 아이들이 무정한 환경에 방치된 채 자라나는 현실이 곧 신자유주의다. 납 성분이 녹아 나오는 수도관을 방치하여 어린이들의 납 중독을 야기한 플린트 시의 현실, 무너질 수밖에 없는 주택 담보 대출 상품을 허용해 소유자들에게서 집을 빼앗는 현실, 병원들이 재원 부족으로 교도소와 다를 것 없어진 현실, 교도소들이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인원을 수감하여 지옥에 근접한 모습이 되어 버린 현실, 인류의 보금자리인 지구를 아무 가치 없는 것을 대하듯 엉망으로 만드는 현실. 이 모든 게 신자유주의다.] 그리고 트럼프는 말한다. [나는 당신을 승자로 만들어 주겠다. 우리는 함께 패자들을 짓밟을 수 있다.]


문제는 백악관의 트럼프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트럼프다

클라인은 트럼프를 [전 세계 사람들 눈앞에 내밀어진 거울]이라고 말한다. 지난 반세기 많은 사람들이 [탐욕은 좋은 것이다, 시장이 모든 걸 결정한다, 자연은 우리가 맘대로 해도 되는 대상이다,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자기 이익만 챙겨라]는 이야기를 공기처럼 들이 마시며 살아왔다. 자신을 공동체를 책임져야 할 일원으로 보는 대신,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브랜드나 상품쯤으로 여기는 데 익숙해졌다. 트럼프의 부상은 우리 시대의 만연한 이런 문화적 조류와 무관하지 않다. 비정한 문화와 경쟁의 위협 속에서 인종주의, 군사주의, 신자유주의가 꽃피웠다. 그런 흐름이 수십 년 동안 악화되어 온 끝에 도달한 최고 정점이 트럼프다. 트럼프는 단순히 미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 문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클라인은 [대통령 집무실의 주인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세계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트럼프의 악몽 같은 대통령 활동이 내일 당장 끝나더라도, 트럼프를 낳았고 세계 각지에서 똑같은 복제 인물을 만들고 있는 정치적 상황은 여전히 그대로일 것이기 때문이다.] 클라인은 세상을 바꾸길 원한다면, 우리 자신을 바꾸는 일부터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애쓰는 것, 우리와 타인, 우리의 공동 자산인 지구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클라인이 트럼프 집권을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고 말하는 이유다.

작가 소개

저 : 나오미 클라인  
Naomi Klein
캐나다 출신의 저널리스트, 베스트셀러 작가, 시민운동가.『하퍼스』,『롤링스톤』,『네이션』,『가디언』, 『뉴욕 타임스』 등에 활발하게 글을 기고하고 있다. 세계적인 슈퍼 브랜드를 통해 자본주의 세계의 이면을 해부한 데뷔작『노 로고No Logo』(1999), 재난을 기회로 공공 영역을 민영화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올 수 있음을 경고하는『쇼크 독트린The Shock Doctrine』(2007), 인류 최대의 현안인 기후 문제를 파고든 역작『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This Changes Everything』(2014)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참여 지식인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2016년에는 언론과 저술 활동을 통해 인권과 평등에 기여한 공로로 시드니 평화상을 수상했다.

 

역 : 이순희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불평등의 대가』, 『나쁜 사마리아인들』,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등 경제서와 『세계의 도서관』, 『아프리카의 운명』, 『제국의 미래』 등 역사서, 『행복의 정복』, 『러셀 북경에 가다』,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사람들은 왜 싸우는가』 등 버트런드 러셀의 책 그리고 『희망의 불꽃』,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등을 옮겼다.  

 

목 차

서문

1부 우리는 어떻게 이 지점에 와 있나: 슈퍼 브랜드의 부상
1 트럼프는 어떻게 궁극의 브랜드가 되었나
2 대통령 가족이라는 브랜드
3 마라라고 헝거 게임

2부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기후 불평등
4 자정을 알리는 기후 시계
5 최강의 수탈자
6 정치는 진공 상태를 싫어한다
7 경제 형편 개선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을 포용하자

3부 갈수록 꼬여 가는 상황: 다가오는 충격들
8 민주주의를 우회해 달려가는 재해의 거장
9 유독성 정책 목록: 위기의 순간에는 어떤 정책들이 나올까

4부 대안을 찾아서
10 쇼크 독트린이 역풍을 맞을 때
11 노로는 충분하지 않다
12 스탠딩 락의 교훈: 대담하게 꿈을 그리자
13 지금은 도약이 필요할 때: 작은 진전만으론 막을 수 없다

결론: 배려의 원칙이 다수의 지지를 받을 날이 멀지 않았다

부록: 도약 선언
감사의 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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