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아델리 펭귄의 떼죽음, 도심 속 까마귀들의 군무
두 사건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2017년 초 남극의 아델리 펭귄 서식지에서는 아기 펭귄들이 영양 결핍으로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원인은 바로 기후 변화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거대한 빙하가 갈라지면서 늦여름에 큰 해빙들이 떠다니는 바람에 아기 펭귄들을 위해 먹이를 구해 오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전에는 없던 우기 때문에 체온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점도 아기 펭귄들에게는 죽음을 앞당기는 이유였지요. 변화된 남극에서 살아가는 아델리 펭귄들의 미래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아델리 펭귄의 미래와 우리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우리나라 울산에서는 초겨울이 되면 태화강 상공을 비행하며 펼치는 까마귀들의 화려한 군무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만 해도 ‘죽음의 강’이라 불릴 만큼 오염이 심했던 태화강이 시민과 정부의 노력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수많은 멸종 위기 종이 발견되기도 했지요. 무엇보다 까마귀들이 태화강 삼호대숲을 겨울을 나기 위한 월동지로 택했다는 점은 강이 살아났다는 상징이 되었지요. 매일 아침과 저녁 까마귀들이 대숲에 들어가기 전 하늘에서 펼치는 아름다운 군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볼 수 있어 생태 관광 명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태화강 주변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까마귀는 마냥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비 오듯 떨어지는 배설물과 흉조로 알려진 까마귀들의 울음소리를 아침저녁으로 들어야 하니까요. 과연 까마귀들과 인간들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한밤의 철새 통신》은 일 년에 두 번 대이동을 하는 철새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멸종의 의미는 무엇인지, 공생과 공존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집니다. 일 년에 딱 두 번, 철새들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시청률 1위의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생태계의 현주소와 철새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환경 변화,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철새들의 생각을 가감 없이 보여 주지요. 세계 각지의 철새 통신원들이 전하는 철새 친구들의 소식은 가끔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가끔은 신기하게도, 가끔은 끔찍하게도 다가오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의 중심에는 우리, 인간이 있습니다. 인간의 이기는 땅 모양을 바꾸었고, 물을 더럽혔고, 기후를 변화시켰습니다. 이러한 변화로 철새를 비롯한 많은 생명들이 사라지기도 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자연의 일부로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철새들의 이야기가 그 고민의 첫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떠날 것인가, 머무를 것인가
Go-Stop 철새들의 선택은?
분주했던 야생동물구조센터의 불이 꺼지고 깜깜한 사무실 한쪽에 놓인 오래된 TV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 아, 안녕하세요?” 굵은 저음의 목소리 주인공은 바로 [한밤의 철새 통신]이라는 생방송의 앵커, 올빼미 씨입니다. 그리고 일 년에 딱 두 번만 전파를 탄다는 희귀한 방송이 시작되지요.
스코틀랜드에 나가 있는 통신원은 다이어트의 달인 정원솔새의 소식을 전합니다. 다이어트의 달인이라니 비결이 궁금하다고요? 대이동 시기에 날갯짓만으로 오랜 비행을 해야 하는 정원솔새는 비행 전에 먹이를 잔뜩 먹고 살을 찌워도 비행 후에는 홀쭉해지니 생활의 달인이라고 해야 하나요? 하지만 요즘은 사막화 때문에 먹이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도심 속 하늘 높이 솟아 있는 불빛 때문에 야간 비행하면서 다치기도 한다는 아기 쇠부리슴새들의 생애 첫 비행의 아슬아슬한 사연, 갯벌이 사라지는 바람에 쉼터를 찾다 지쳐 목숨을 잃기도 한다는 올해의 최고 비행사 붉은어깨도요새의 이야기, 생생 지구촌 소식의 다아라는 먹이를 찾으러 가기 위해 커다란 해빙과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아델리 펭귄의 모습을 전하고, 철새들의 폭군으로 알려진 매 떼의 떼죽음 원인을 밝히기 위해 파견된 철새 탐정과의 전화 연결, 도심 속 쓰레기장을 천국이라며 겨울을 보내기로 했다는 황새들의 속사정이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마지막은 한국의 울산 태화강 대나무 숲에서 까마귀들이 일생일대의 선택을 한다는 소식입니다. 번식을 위해 이동을 할 것인지, 대나무 숲에 눌러앉을 것인지. 인간들의 배려로 먹이 활동과 잠자리에 불편이 없으니 그대로 머물자는 의견이 대세인 까마귀들의 대숲 회의장 앞에서 “인간들은 각성하라! 인간들을 믿지 말라!”며 1인 시위를 벌이는 비둘기의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한밤의 철새 통신]은 방송을 마칩니다. 과연 까마귀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인간들은 비둘기의 목소리에 어떤 답을 해야 할까요?
남극에 다녀온 동화작가가 들려주는
지구촌 철새들의 살아 있는 이야기
지구 환경, 이젠 공존과 공생의 참의미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변화시킨 인류는 그 원인들을 제거해 환경 변화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자연을 토대로 살아가야 하는 인류와 다양한 생명체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할 때입니다. 인류와 모든 생명체들의 공존과 공생은 훼손되지 않은 자연 위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델리 펭귄의 떼죽음 소식을 접하고 이 작품을 기획 집필한 전현정 작가는 평소에도 환경과 공생, 공존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2017년 남극세종기지 30주년 기념 남극 체험단 4인에 뽑혀 생생한 남극을 체험하고 돌아왔지요. 남극의 현주소를 접한 작가가 세상에 내놓은 《한밤의 철새 통신》은 “환경을 보호합시다!”라고 외치기보다는 그곳에 몸담고 살아가는 생명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주제는 다소 무거울 수 있으나 그 무거움을 그대로 전하기보다는 가벼움 속에 깊이를 담기 위해 노력했지요. 유머와 위트가 살아 있는 이경석 작가의 일러스트는 새들의 특징과 사건, 사고 소식을 간결하고도 정확히, 인상적으로 살려냄으로써 가벼움 속에 깊이를 담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그리고 만화적 상상력이 더해져 개성 있고 익살맞은 캐릭터들과 다채로운 구성으로 보는 재미를 더했지요.
전현정 작가는 “(철새가 된 텃새, 텃새가 된 철새처럼) 환경 변화로 삶의 방식까지 바꾸는 철새들의 힘겨운 여정을 응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인간이 오염된 환경 때문에 힘들어하고, 선택하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수많은 생물들도 변화된 환경과 싸우기도 하고, 선택하기도 하고,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두 작가가 만들어 낸 철새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의 미래를 보기도 하고 그들의 선택 속에서 우리의 현재를 보기도 합니다. 우리가 그들과의 공존과 공생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지요.
작가 소개
글 : 전현정
대학교에서는 집 짓는 법을 배웠고, 엄마가 돼서는 동화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글을 짓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근사한 할머니가 되기 위한 절대 에너지는 동화책 속에 꼭꼭 숨어 있다고 믿으며, 지금도 열심히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다. 《으랏차차 뚱보클럽》으로 19회 황금도깨비상을 받았고, 지은 책으로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헬로 오지니》 《니체 아저씨네 발레 교실》이 있다.
그림 : 이경석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톡톡 튀는 남다른 이야기를 찾고자 오늘도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에 만화 「달아난 사람들의 버스」를, 어린이 과학 잡지 [과학쟁이]에 만화 「장독대 SF」를 연재하고 있다. 만화책 『속주패王전』 『전원교향곡 1』 『좀비의 시간』『을식이는 재수 없어』 등을 쓰고 그렸으며, 『사람 사는 이야기』 『떠날 수 없는 사람들』 『섬과 섬을 잇다』 등에 다큐멘터리 만화 작업으로 참여했다. 그림을 그린 어린이 책으로는 『형제가 간다』 『서울 샌님 정약전과 바다 탐험대 1, 2, 3』 『동물원이 좋아?』 『빨간 날이 제일 좋아』 『오메 돈 벌자고?』 『임욱이 선생 승천 대작전』 『너구리 판사 퐁퐁이』 『난 노란 옷이 좋아!』 『골프천재 일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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