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감각과 기원, 관능을 사랑하는 삶
당신의 속은 너무 꽉 차 숨이 막히게 될 겁니다. 작품은 당신의 몸속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므로 답답하고 불편해집니다. 배가 아플 수도 있고 쓴맛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사막 같은 공허 혹은 쓴맛. 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166쪽
『파스칼 키냐르의 말』은 22장의 챕터로 구성된다. 제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는 듯하지만 결국 키냐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 ‘획득한’ 언어에 대한 회의와 불신이다. 키냐르는 의식이란 그저 획득 언어가 메아리치는 방에 불과하고 독서의 원천은 잃어버린 목소리이며 따라서 독서란 곧 그 옛날 목소리가 생기기 이전의 듣기만 하는 상태로 퇴행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키냐르는 자신 안에 쌓인 획득한 언어들을 끝없이 게워내고 또 채워 넣으면서 극에 이르러 아무 배움도 없는, 침묵과 고독의 상태로 침전하기를 욕망한다.
그런 건 없을 겁니다. 제 유년 시절은 많이 힘들었어요. 신경쇠약에서 비롯한 우울증이 제 인생에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정말 맹신적으로 입을 꾹 다물고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확실한 건 ‘나는 작가야’ 하는 일종의 의식 상태가 제 흥미를 끌진 않는 것 같아요. 황홀경이나 시간을 의식하는 감각을 상실한 듯한, 뭐랄까 어떤 것 뒤에 있는 것, 뭔가의 뒤에 용이하게 숨을 수 있는 것에 흥미가 있으면 모를까요.
-97쪽
키냐르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아브르에서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악기 연주와 글쓰기, 독서로 지새우던 학창 시절부터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에 대한 애정, 68혁명과 갈리마르 출판사와 연을 맺게 된 순간 등의 과거를 차례대로 짚어나가는 한편, 자신의 여러 작품 속 일부분을 인용하는 라페르데메종의 날카롭고도 돌연한 질문에 속에 품던 생각들을 기다렸다는 듯 쏟아낸다. 그의 말은 노련하고 다분히 문학적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작가와 작품들, 그리고 이들을 읽는 시간에 대해 찬탄을 금치 않다가도 금세 엄정한 태도로 언어를 가벼이 여기는 자들이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 그는 끊임없이 언어의 “메아리 방”에서 빠져나오기를, 글 쓴 것을 “삼키기”를 갈망한다.
이 책은 스스로를 고독 속에 유폐한 키냐르의 생활과 생각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글을 쓰면서도 글쓰기가 부과하는 체제, 의무 등에 예속되거나 이를 추종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진지하고 유쾌한 대화로써 드러낸다.
작가가 아닌, 문인(文人) 파스칼 키냐르
독서, 글쓰기, 궁극의 황홀경을 향해
두려움은 결정적입니다. 그것은 오리엔트, 서광 같은 것입니다. 에스키모의 한 작은 공동체에서 어느 노르웨이 인류학자가 어느 날 물었습니다. “무엇을 하십니까?” 모든 에스키모인들이 그에게 답했습니다. “우리는 두려워합니다.”
-118쪽
파스칼 키냐르는 확신에 찬 어조로 문학을, 언어를, 문장과 단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에겐 감각적인 것, 관능적인 것, 먹고 마시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면서 그는 “파스칼 키냐르만큼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다”라는 누군가의 말에 동의하며 언어와 두려움의 기원에는 어떤 주저함이 있다고 말한다. 죽음과 언어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어떤 사물을 정말 분명하게 봤다면, 저는 그것을 재빨리 적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꿈속의 섬광처럼 스친 것을 요약하듯 적을 수 있을 거예요. 저에게는 아주 짧게 보이는 것이죠. 그건 항상 너무나 짧게 나타납니다. 저를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성적인 황홀경에 가깝죠. 저는 헌사된 것, 자동사적인 것, 사랑에 빠진 것 같은 경험과 관련한 것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225쪽
독자(읽기)와 저자(쓰기) 사이에는 무한한 거리가 있다고, 둘은 만나지 못하는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해 있다고 키냐르는 말한다. 무엇을 쓰면서도 스스로 쓴 것을 도저히 읽을 수 없다고 고백하는 그의 말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그의 ‘말’을 ‘읽다’보면 독서 그리고 글쓰기에 관한 인간의 억누를 수 없는 욕망은 대체 무엇 때문인지, 그 욕망은 대체 어느 방향으로 꿈틀대는지 궁금해진다. 『파스칼 키냐르의 말』은 말과 언어, 읽기와 쓰기에 관한 한 편의 긴 독백과 같다. 말에 대한 말인 셈이다. 이 말들에 빠져 정신없이 책을 읽다 보면 키냐르는 온 데 간 데 없고 사색만 남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키냐르가 의도한 궁극의 “황홀경”, 언어로부터 멀어져 오롯이 홀로되는 경험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작가 소개
저 : 파스칼 키냐르
Pascal Quignard
1948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베레뇌유쉬르아브르(외르)에서 태어나, 1969년에 첫 작품 『말 더듬는 존재』를 출간하였다. 어린 시절 심하게 앓았던 두 차례의 자폐증과 68혁명의 열기, 실존주의, 구조주의의 물결 속에서 에마뉘엘 레비나스, 폴 리쾨르와 함께한 철학 공부, 뱅센 대학과 사회과학 고등연구원에서의 강의 활동, 그리고 20여 년 가까이 계속된 갈리마르 출판사와의 인연 등이 그의 작품 곳곳 독특하고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18개월 동안 죽음에 가까운 병마와 싸우면서 저술한 『떠도는 그림자들』로 2002년 콩쿠르 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후의 저서로는 『세상의 모든 아침』등이 있다.
저 : 샹탈 라페르데메종
Chantal Lapeyre-Desmaison
프랑스 아르투아 대학의 불문학과 교수로 현대문학에 나타난 정신분석학의 영향 및 언어, 신체, 춤 등의 주제를 다룬 논문과 저작을 다수 발표하였고, 자아적 글쓰기, 픽션의 경계, 독서 행위의 시간성 및 실재성, 읽기와 쓰기의 교수법 등 현대문학의 주요 논점을 연구해왔다. 파스칼 키냐르 학회에서도 다수의 글을 발표해왔다.
역 : 류재화
Ryu Jae Hwa
고려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울 거쳐 파리 누벨 소르본 대학에서 파스칼 키냐르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문, 예술, 문화 등에 걸쳐 다양한 책을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는 레비스트로스의 『보다 듣다 읽다』 『오늘날의 토테미즘』 『달의 이면』, 다니엘 아라스의 『서양 미술사의 재발견』, 파스칼 키냐르의 『심연들』 『세상의 모든 아침』, 라파예트 부인의 『클레브 공작 부인』 등이 있다.
목 차
아브르의 폐허 29
음악 47
시 58
비밀의 신화학 63
은자 70
읽기 75
쓰기 92
동시대의 작가들 102
언어의 증오 혹은 사랑 112
작품의 수용과 오해 121
작가의 역할 130
시간과 기억 135
야만인의 명사 145
관능 151
일곱 천둥의 끔찍한 목소리 158
돌들을 옮기는 자 167
눈부신 빛이 도리어 숨는 곳 181
오브제와 디테일 189
잃어버린 목소리 197
미끼 206
춤 220
마지막 왕국 224
옮긴이의 말 231
찾아보기 236
- 단순 변심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신청
- 상품 불량/오배송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30일 이내 반품 신청 가능
반품사유 | 반품 배송비 부담자 |
---|---|
단순변심 | 고객 부담이며, 최초 배송비를 포함해 왕복 배송비가 발생합니다. 또한, 도서/산간지역이거나 설치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
고객 부담이 아닙니다. |
진행 상태 | 결제완료 | 상품준비중 |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
---|---|---|---|
어떤 상태 | 주문 내역 확인 전 | 상품 발송 준비 중 |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
환불 | 즉시환불 |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
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
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