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은 시대 중세 프랑스 문학 입문

고객평점
저자미셸 쟁크
출판사항문학동네, 발행일:2018/05/10
형태사항p.255 국판:23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54650878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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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미셸 쟁크의 중세 프랑스 문학 이야기
“프랑스 문학은 한 번도 중세의 영향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중세를 시기적으로 구분하는 방법은 학자에 따라 제각각이다. 우선 Le Moyen Age라는 프랑스어 자체가 ‘중간에 있는 시대’ 또는 ‘가운데 낀 시기’라는 모호한 뜻이다. 학자들은 주로 중세의 시작을 로마제국이 멸망한 6세기로 잡고 서정 장르의 새로운 시적 규칙이 출현하는 15세기를 중세의 종말로 본다. 중세의 시작과 끝이 거의 1000년을 아우른다. 설령 일반적인 관점에 따라 10세기를 중세의 시작으로 본다 해도, 중세는 자그마치 400년에서 500년이라는 긴 시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긴 세월에서 어떤 방법으로 줄거리를 읽어낼까? 쟁크 교수가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이 지점이다. 그는 그 한 가지로 문학 발생론적 관점을 들어 그것을 역사에 대입한다. 그리하여 특정 문학 장르가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성장하는지 다양한 예시를 제시해 탐구함으로써 각 시기에 씨앗처럼 들어 있는 시대의 고유성을 하나씩 추출하는 것이다.

중세 문학의 시작: 로망스 속어의 탄생, 성직자와 광대

6~7세기에 비로소 중세 문학은 기원한다. 게르만족의 침공으로 로마제국이 몰락하고 라틴어에서 로망스어 속어가 파생되던 시기였다. 속어 문자 탄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라틴어 변형이 꼽힌다. 그 대표적인 증거가 니타르트의 ‘스트라스부르 서약’이라는 문헌일 것이다. 경건왕 루이의 두 아들인 대머리왕 샤를(샤를 2세)과 독일왕 루트비히(루트비히 2세)은 공동의 적에 대응하고자 동맹을 맺으면서 로망스어와 독일어로 각각 서약했다. 프랑스어 발생의 측면에서 볼 때 당시의 방언으로 기록된 ‘스트라스부르 서약’은 라틴어가 아닌 프랑스어가 될 언어가 기록된 최초의 용례였다. 이렇게 지역마다 로망스어는 조금씩 달랐다. 게르만족 언어의 영향 정도에 따라 다르게 변화하고 발전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오늘날 프랑스에 해당하는 지역에선 단테 때부터 ‘예oui’를 어떻게 발음하느냐에 따라 북부의 오일어langue d’oil와 남부의 오크어langue d’oc로 갈라졌다.

중세 문화 전체로 보면 구어가 문어를 압도했지만 문어의 중요성이 덜해진 건 아니었다. 라틴어 문어는 권위를 나타내는 언어였고 교회의 언어였다. 성직자는 라틴어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문학의 수행자이자 저자였다. 다른 한편 성직자와 나란히 떠돌이 광대의 존재를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광대는 시의 보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중세 작품에 필수적이었던 말과 음악의 구현을 보장하는 역할을 했다. 요컨대 성직자와 광대는 중세 초 프랑스 문학의 양대 주창자였다.

중세 프랑스 문학의 융성과 확립: 무훈시, 음유시인들, 소설, 우화, 우의

『롤랑의 노래』로 대표되는 ‘무훈시’가 중세의 시를 발전시킨다. 19세기 중세학자들이 제기했던 무훈시의 기원에 대해서는 합의된 견해가 없다. 프랑스의 가스통 파리스는 민족 대이동의 여파로 나름의 정서를 담은 애가가 노래됐고, 그 짧은 애가들이 모여 무훈시가 됐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피오 라이나는 무훈시에는 대중적 소요는 거의 없고 무사 귀족을 예찬한다며, 그런 만큼 로망스어로 된 애가가 존재했다는 주장은 게르만 서사시가 무훈시에 미친 영향을 숨기는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무훈시가 카롤링거 시대에 존재했다고 보는 것은 게르만의 기원을 인정하는 것이 되고, 반면 11세기에 형성됐다는 하면 프랑스 고유의 장르라는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각자의 주장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세에 시를 전파하고 발전시켰던 주인공은 ‘음유시인들’이다. 그중에서도 로망스어로 된 최초의 서정시들은 주로 오크어를 쓰는 프랑스 남부의 음유시인(트루바두르)들에 의해 노래되었다. 후원자를 찾아 이곳저곳을 떠돌았던 이들 음유시인은 ‘피나모르fin’amor’라 불리는 ‘궁정풍 사랑’ 또는 ‘완벽한 사랑’이라는 새로운 시풍을 정착시킨다. 곧이어 이들의 시풍은 12세기경 프랑스의 북부 지방으로 이식된다. 북부 음유시인(트루베르)들은 남부 음유시인들과 다르게, 화려하고 복잡한 시작법을 배제했고, 궁정풍 서정시의 규칙을 일부 깨트리기도 하면서 독자성을 추구한다. 그리하여 여명시나 베틀가처럼 여성의 존재가 각인된 비궁정풍 시가 나오기에 이른다.

북부 음유시인들이 활약하던 궁정에서 주목할 만한 새 장르가 탄생한다. 바로 소설이다. 최초의 프랑스어 소설들은 그 주제도 기사의 공로와 십자군 전쟁을 다루던 무훈시와 구분되며, 고대 그리스의 소재를 차용하기도 하고 브르타뉴의 소재(켈트의 신화와 전설)을 빌려오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트루아 지방의 크레티앵이 쓴 『성배 이야기』이다. 크레티앵은 켈트 원전을 너그럽게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고 모든 작품이 고유한 창작만은 아니었다. 이후 크레티앵과 ‘란슬롯과 성배’ 이야기들은 수많은 아류를 낳는 계기가 된다. 일례로 ‘트리스탄’ 같은 중세 모험담이 아서왕 서사와 결합하면서 중세 문학, 특히 소설이란 산문 장르를 살찌운 것을 들 수 있다.

중세 문학이 풍요로워지면서 다양한 변화가 생긴다. 운문 대신 산문이 유행하고 문학의 극적 표현이 증가하면서 ‘디트dit’라는 ‘이야기 시’가 발달한다. 또한 우화가 나타난다. 이솝 우화에서 파생한 동물 우화가 지어지기도 한다. 이 우화들은 다양한 갈래의 변형 판본을 낳은 ‘여우 르나르 이야기’로 집약된다. 또 이들 우화는 우의allegorie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 여러 요소를 흡수한 우의의 정수인 『장미 이야기』가 나온다. 『장미 이야기』는 무려 250개 이상의 필사본이 알려져 있을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원저자 기욤 드 로리스를 뒤이어 미완의 작품을 마무리한 장 드 묑의 논쟁적 기질과 도발적인 견해, 명백한 반여성주의로 인해 14세기에서 15세기 전환기에 이 작품은 상당한 논쟁을 일으켰으며, 장 제르송, 크리스틴 드 피장, 장 드 몽트뢰유, 공티에 콜과 피에르 콜 부자 등 많은 이가 이 논쟁에 참여했다.

중세의 끝: 문학을 통해 보는 세상
서정시에 새로운 장르 규칙이 생기고 기욤 드 마쇼 같은 일상적인 삶을 노래하는 대시인이 출현한다. 중세를 특징짓는 비용의 시가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 대수사파 시인들은 지식인이자 관료의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다. 성직자들은 인문주의자로 거듭나면서 문학 표현은 그 내용에 깊이를 더하면서 전쟁과 역사, 정치적 고찰을 담고 더 다채로워진다. 누벨이라는 단편소설은 18세기 근대적 소설의 본격적인 출현을 예고하면서 문학을 통해 세상을 읽어내는 한 방편이 된다. 그리고 중세의 종교극을 넘어 익살극과 소극이 출현해 세상을 풍자하면서 근대로의 길을 연다.

작가 소개

저 : 미셸 쟁크 
Michel Zink
 중세학자, 문헌학자, 작가. 1945년 프랑스 파리의 이시레물리노에서 태어났다. 1964년에서 1968년까지 고등사범학교에서 중세 프랑스 문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1987년 파리4대학 교수를 거쳐, 1995년부터 콜레주드프랑스에서 과거 20년간 공석으로 남아 있던 중세 프랑스 문학 분과의 교수직을 맡아 2016년까지 강의했다. 『의식의 목소리. 중세시대 신의 말씀과 시인의 노래』 『가스통 파리스가 본 중세시대』 『중세 프랑스 문학』 등 권위 있는 다수의 연구서를 저술하여 현존하는 최고의 중세 프랑스 문학사가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또한 학술 활동에만 머물지 않고 중세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과 탐정소설을 창작한 작가로, 2004년 의학자이자 물리학자였던 콜레주드프랑스의 다르송발 교수가 등장하는 소설 『아르센 뤼팽과 다르송발의 비밀』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럽과 프랑스의 문화 전통을 되살리는 데 주로 철학적 사유만을 천착하던 그간의 협소한 틀에서 벗어나, 중세의 시와 노래, 문학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여러 저술들을 통해 보여준 공로로 2007년 발잔상Balzan Prize을 수상했다. 2014년 한국을 방문하여 석학 초청 강연을 한 바 있으며, 2017년에는 프랑스에서 가장 영예로운 학술기관인 아카데미프랑세즈의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역 : 김지현

중세학자, 번역가, 작가.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로망스어 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논문 연구 기간 동안 파리4대학에서 수학하며 미셸 쟁크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이후 시라큐스대학과 뉴욕시립대학에서 조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친 바 있다. 저서로는 『근대적인 중세 문학을 위하여: 가스통 파리스, 궁정풍 사랑, 모더니티의 쟁점들』(프랑스어), 『불문학에 나타난 의학, 의사, 환자, 질병의 초상』(영어) 등이 있다.  

 

목 차

머리말 9

제1부 중세 문학의 기원

제1장 새로운 언어의 생성과 새로운 문학의 탄생 15
라틴어와 로망스 속어/ 문어와 구어/ 성직자와 광대

제2장 최초의 텍스트들 28


제2부 융성기

제3장 무훈시 39
장르의 정의와 성격/ 『롤랑의 노래』/ 무훈시의 기원에 대하여/ 구연에서 문자 기록으로/ 무훈시의 발전

제4장 음유시인들 60
뜻밖의 출현/ 궁정풍 예법과 피나모르/ 남부 음유시인들의 시/ 궁정풍 서정시의 기원/ 남부 음유시인에서 북부 음유시인으로/ 여성시와 비궁정풍 시

제5장 소설 82
부차적인 장르/ 최초의 프랑스 소설들: 고대 소재에서 브르타뉴 소재로/ 크레티앵 드 트루아/켈트 문화의 영향과 브르타뉴의 단시/ 트리스탄/ 브르타뉴의 소설과 크레티앵의 유산/ 모험담의 다양한 행보

제3부 프랑스 문학의 확립

제6장 산문의 탄생: 소설과 연대기 111
최초의 산문 소설들/ 연대기: 라틴어에서 프랑스어로, 운문에서 산문으로

제7장 극화와 웃음 123
문학의 극적 표현/ 연극/ 디트: 시의 탄생/
우화시/ 『여우 이야기』

제8장 우의 141
중세의 우의: 수사학과 주석/ 우의와 의인화/ 『장미 이야기』/ 『장미 이야기』의 영향


제4부 중세의 끝

제9장 14세기와 15세기의 시 161
서정 장르의 새로운 규칙들/ 기욤 드 마쇼와 그 후계자들/ 샤를 도를레앙/ 비용/ 대수사파 시인들

제10장 고찰의 형태: 증언, 비평, 지식 179
전쟁과 역사/ 정치적 고찰/ 교육적 노력/ 성직자에서 인문주의자로

제11장 문학적 표현의 형태 192
문학을 통해 보는 세상/ 소설의 거울/ 연극

참고문헌 205
약식 연표 219
추천의 글 225
옮긴이의 말 228
찾아보기 231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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