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고령화 시대, 당신은 언제까지 부모와 자녀를 부양할 것인가
이제 그 혹독한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고령화 시대의 효도는 불효보다 위험하다
일본에서 발생하는 살인 사건 10건 중 1건은 일명 ‘간병 살인’이다. 오랜 세월 노부모를 간병하다 정신적 · 신체적 · 경제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결국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적어도 일본에서는 그리 놀랍지 않은 뉴스가 되었다.
노부모 살해는 남의 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지난달 12일 충북 청주에서 70대 노모와 40대 아들이 각각 자신의 집과 대청호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일이 발생했다. 치매를 비롯한 중증 장애를 앓던 홀어머니를 20년 가까이 극진히 모시던 아들이 끝내 한계를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모든 가족이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길 원했지만 아들은 끝내 그런 ‘불효’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노부모 간병 살인에는 공통점이 있다. 비록 패륜으로 인생을 마감했지만 평소 주변으로부터 ‘효자’라는 칭찬을 무수히 받아 온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라는 점이다. 그들이 극진한 효행을 실천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늙으신 부모를 한집에서 모시는 게 당연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저성장, 고령화 시대의 효도는 그 자체로 위험한 것이 되었다.
부모가 먼저 자식을 버려야 한다
자녀에게 부양받기를 기대하지 않는‘부포세대’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 50, 60대의 79.6%가 ‘부포족(族)’이라는 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들 대부분은 여전히 노부모와 자식을 이중으로 부양하고 있어 마땅한 노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이대로라면 늙어서 자식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는 그들의 바람은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부모를 버리라고 권유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늙어서 자식에게 버림받기 전에 부모가 먼저 자식을 버리는 게 좋다고 권유한다. 늙고 병든 부모를 버리는 것보다는 젊고 건강한 자식을 버리는 편이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나이만 먹었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를 세상으로 내모는 일도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은이는 “자립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생태계의 기본이며 인간도 예외는 아니라”며 이제는 좀 더 합리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다소 과격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지은이의 주장은 부모 자식 간의 유대관계를 이제는 조금 느슨하게 해도 괜찮다는 뜻이다. 성인이 되면, 혹은 결혼을 하고 나면 각자 독립적인 개인으로 살아가는 서구의 사람들처럼 하면 될 일이다. 오래도록 얹혀산 대가는 결국 끝을 알 수 없는 노부모 간병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오래도록 자식을 곁에 둔 결과는 자식에게 간병이라는 부담을 지울 뿐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일방적 기대와 의무보다 합리적 공존을 모색하라
지은이는 “부모의 은혜가 줄어든 만큼, 효의 의무도 줄어들었다”고 주장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가업과 기술을 전수하고 농지를 물려주는 게 당연하던 시절, 자식은 물려받은 것으로 생계를 이으며 노부모를 봉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여전히 부모의 양육으로 자녀가 성장하는 것은 맞지만, 예전에 비하면 오늘날 부모의 은혜는 상대적으로 보잘것없고, 그만큼 효의 가치도 줄어들었다. 어여쁜 아이를 키우는 보람이 여전한 데 반해 의료기술의 발달로 끝을 알 수 없게 된 간병은 전보다 혹독해지고 있다. 지은이에 따르면 “효행은 결코 대가 없는 애정의 발로가 아니다”.
부모 자식 간에 지나치게 합리성을 따지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노부모 간병 살인에서 보듯이 고령화 시대에 부모와 자녀가 오래도록 공존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부모 공경’ 혹은‘자식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한편에게 일방적으로 의무를 지우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당장에 다소 벅차더라도 각자 독립적인 개인으로 살아가다 스스로 삶을 마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그만 서로를 놓아줘야 할 때가 왔다. 대한민국이 완벽한 복지사회가 실현되기 전까지는 그 혹독한 연결고리를 끊는 것만이 고령화 시대를 버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책이 그 당위성을 제공할 것이다.
작가 소개
저 : 시마다 히로미
Hiromi Shimada,しまだ ひろみ,島田 裕巳
1953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도쿄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했고 동대학원 인문과학연구과에서 종교학으로 박사과정을 마쳤다. 학창 시절에 통과의례의 관점에서 종교 현상을 분석하는 일에 관심을 가졌으며, 이후 방송교육개발센터와 일본여자대학에서 교수로 일했다. 퇴직 후 집필 활동에 전념하는 한편, 극작에도 도전하여 두 편의 작품이 상연되었다. 주요 저서로는 『일본의 10대 신종교』, 『헤이세이 종교 20년사』, 『0장(葬)』, 『장례식은 필요 없다』 등 종교와 죽음을 주제로 한 서적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는 왜 사랑을 반복하는가』(공저), 『사람은 홀로 죽는다』, 『간단 명쾌한 동양사상』(감수)이 번역 출간되었다.
역 : 김나랑
고려대학교와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에서 일본어와 일본 문학을 공부했다.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매료되어 번역가로 전향했으며, 2017년 현재 유익한 서적을 찾아 소개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대자연과 컬러풀한 거리, 아이슬란드》, 《생각하지 않는 부엌》, 《푸니쿨리 푸니쿨라》 등이 있다.
목 차
제1장: 효도하는 자녀가 부모를 죽인다
제2장: 지나치게 장수하는 사람들
제3장: 부모 자식 간 유대의 함정
제4장: 부모가 먼저 자녀를 버려야 한다
제5장: 우리에게 99세 노인의 자살을 막을 자격이 있는가
제6장: 이제 효도할 이유도 여력도 없다
마치며: 버리지 않으면 내가 버려진다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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