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메

《굴메》는 《게무로사 못살리카》, 《허천바레당푸더진다》에 이은 양전형 시인의 세 번째 제주어 시집이다. 시집에는 <굴메> 등을 비롯하여 76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굴메’는 ‘그림자’의 제주어다. 시집 《굴메》는 그림자처럼 생생한 현실을 종이 위에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시인은 나이가 들고 죽음이 점점 다가오는 걸 받아들이고, 바로 옆에 있는 존재들에 대해 생각하고 관찰한 이야기를 시집에 담아냈다.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과 함께, 꽃이나 나무를 대상으로 하거나 손녀와의 일상을 담아내기도 했다. 시인에게 있어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의 현실을 이루는 존재기 때문이다.
시는 제주어로 써져 있으며 하단에 표준어로 해석을 달아놓았다. 제주어 시를 쓴 것 또한 현실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제주어를 쓰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제주어로 표현해야만 할 때를 경험하게 된다. 제주어 고유의 느낌이 표준어로 풀어쓰거나 해석하면 희석되기 때문이다.
시인은 “시간은 가는 게 아니고 / 느량 오기만 ?는 거여”(시간은 가는 게 아니고 / 항상 오기만 하는 거지)라고 말한다. 한 사람이 겪은 모든 시간은 그 사람 속에 들어와 있다. 60대 중반을 맞아 세 번째 제주어 시집을 발간한 양전형 시인 안에는 무엇이 있을지, 그가 제주어로 담은 현실이 어떤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굴메

 는 무사
 죽금살금 나만 란 오몽염시

 늘 일러 불카부덴게

(해석)
그림자

 넌 왜
 죽자사자 나만 따라 움직이니

 너를 잃어 버릴까봐서 그래

게기

게기가 꿈인 자치버렝이
 고부렷닥 페왓닥
 감귤섭 지럭시 재는 어이
 머쿠실생이가 화륵기 좃안 아가고

 어느제산디 돋을 게기 셍각는
 예순 넷 삼복더우

 고부렷닥 페왓닥
 구들바닥 지럭시 재는디
 폭낭가젱이 우티 머쿠실생이
게기 페와둠서 날 바력바력네

(해석)
날개

 날개가 꿈인 자벌레
 구부렸다 폈다
 감귤잎 길이를 재는 사이
 직박구리가 재빠르게 쪼아 날아가고

 언젠가 돋칠 날개 생각하는
 예순 넷 삼복더위

 구부렸다 폈다
 방바닥 길이를 재는데
 팽나무 가지 위 직박구리
 날개 펴고 슬쩍슬쩍 나를 보네

저 : 양전형
제주시 오라동 출생
1994년 『한라산문학』으로 작품활동, 1996년 시집 『사랑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발표
시집 『꽃도 웁니다』, 『게무로사 못살리카』, 『동사형 그리움』, 『허천바레당푸더진다』, 『도두봉 달꽃』, 『나는 둘이다』, 『길에 사는 민들레』, 『하늘레기』, 『바람아 사랑밭 가자』 등
제5회제주문학상 수상, 시집 『허천바레당푸더진다』가 2015년 제주시one city one book으로 선정
(사)제주어보전회 이사장  

제1부 굴메

 굴메
게기
 구룸 나그네
광 연못
 올레 땅꼿
 시간
슬 목련고장
 피어나는 것덜
 꼿  송이
 바퀴벌레
 발자곡
 꼿 은 사름 뒈라
 신
슬날
 땅이영 잘 사굽젠 난
 맹장수술  후제

2부 번성꼿

 번성꼿
 꼿광 나
 담쟁이
디 령가사  것덜
 동문시장 은갈치
 장마비 리는 날
 나도 슬
 어릿두릿 젓어뎅기단 보난
 술푸대
 떡정동꼿 붉은 입
 자라송이풀꼿
 잘못뒌 만남
 동문로타리 울보
 장마 리에
 나는 신선이여
 사름은 소품이여
 골육상쟁 멀립서게
 나도 가당오당 심방인디

3부 장항

 입장차이
 장항
 아, 슬틀엇구나
 감
동행
 한내창 소낭
 어멍 눈
 유산
 도세기 장시
 방올방올
 식솔덜 말장난
 승연이광 서은이
 아이덜을 쿰는 
어멍광 

4부 시상 걸을락

 시상 걸을락
 저 뭐야
 어듬 어듬
 공뷔
 이녁 일 가를락
 방둥이 상지
 고정백이
손지가 나 어멍추룩
 진 하르방
 괴물놀이
 울어사  때
 시상광 친부찔락
 또시 애기뒐락

5부 왁새

 왁새
 이녁신디 가는 루
 님광 빗
슬, 공중이
 탑동 바당
 벨도오름 월견화(月見花)
대섬
 장마광 목각인형
 탑동 술꽃
 메누리 주멩기꼿
 새비꼿 랑
 매화야
 웨롭걸랑
 봄비
 지주바당 엠 소낭

해설 제주어로 들려주는 오늘, 제주의 이야기 李成俊(시인․소 설가,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