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토요일 오후가 되면 삼복더위이건 엄동설한이건 운동장으로 나가 공을 찬다
스포츠를 좋아하긴 했지만 축구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았다. 주말에 유럽 축구 생중계를 보는 게 전부였는데 보다 보니, 십수 년째 아스널 FC의 팬으로 남았다.
중경말축(中耕末蹴, 주중에는 밭을 갈고 주말에는 축구를 하다). 매주 토요일 삼복더위이건 엄동설한이건, ‘오늘은 뭘 신을까’ 즐거운 고민을 하며 운동장에 나간다. 숨이 턱밑에 차도록 달리고 몸을 던져 막는다. 남의 팀에 얹혀 ‘동냥축구’를 하다 감독을 맡아 팀을 이끌고, 전업 심판을 꿈꾸며 ‘심판 헌장’을 쓰고 동네축구에 축구 규칙을 적용했다.
축구를 보고 하는 것에 더해 축구의 철학, 축구와 사회 따위를 읽으면서부터 축구에 더 깊이 빠지게 되었다. 축구가 제일 여가 생활인 저자는 축구생활에서 두 가지 지침을 실천하고 있다. 바로 ‘중경말축’과 ‘축구 삼위일체론(축구생활은 축구를 하고, 보고, 읽음으로써 완성된다)’이다.
축구는 ‘아름다운 경기’다
축구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원시성을 유지하면서도 어느 스포츠보다 역동적이고, 그 힘이 모이면 단숨에 화산처럼 폭발하는 격정의 스포츠이면서도 비장한 슬픔이 내재되어 있는 스포츠다.
골대만 세워져 있을 뿐인 넓은 운동장에서, 달랑 공 하나만을 놓고 90분간 스물두 명이 이리 뛰고 저리 달리는 경기. 그 90분간 단 한 골밖에 들어가지 않아도 지루하지 않은 경기. 120분을 달리고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결국 누군가의 실패로 승부를 가르는 승부차기.
축구는 또 그 집단적 열정으로 인해 ‘국가’, ‘민족’, ‘애국’과 같은 이데올로기에 쉽게 동화될 수 있다. 온 국민을 한 달간 들었다 놓는 월드컵만 봐도 그렇다. 축구는 많을 일을 해냈고 해낼 수 있다.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치범 수용소가 있는 로벤 섬에서는 정치범들이 오랜 투쟁 끝에 매주 토요일 30분간 축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했다. 외부와 격리된 섬에서 비인간적인 대우와 야만적인 폭력 앞에서도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고 삶의 희망을 잃지 않으며 인종 차별정책에 맞서 싸울 투쟁의 용기를 얻는 데 축구가 중심에 있었다.
“모두가 모두를 위해 일하고 모두가 나누어 갖는 성과” - 빌 샹클리
저자는 개인이, 집단으로서 팬이, 지역사회가, 공동체가 팀을 매개로 축구와 어떤 관계를 맺어가고 있는지를 들려준다. 팀의 성적에 생활의 희로애락이 좌우되고, 이웃의 불행에 공감하며 그들과 연대하는 매개가 되고, 정치적,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구심점이 되고, 야만적인 감옥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지렛대가 되어준 축구 이야기를 들려준다. 축구를 ‘아름다운 경기’라고 하는데 축구가 왜 아름다운지를 축구 경기 자체와 축구를 하는 사람들과 축구가 해낸 일로써 잔잔히 전해준다.
1959년부터 1974년까지 리버풀 FC의 감독이던 빌 샹클리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축구가 삶과 죽음의 문제라고 믿지만 나는 이런 태도가 정말 실망스럽다. 단언컨대 축구는 그보다 훨씬, 훨씬 더 중요하다.” 축구 경기는 어떤 스포츠보다 집단적인 노력의 산물이다. 팀과 팬과 동료를 위해 내가 한 걸음 더 뛰며 헌신해야 이길 수 있다. 팬으로서는 무엇보다 우승을 바라지만, 패배하더라도 신뢰와 존중으로 서로 공감한다. 모두를 위해 헌신적으로 뛰고 그 성과를 함께 나누는 경험이 곧 축구다.
축구를 사랑하고 어떻게 축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어떻게 축구와 자기 자신, 나아가 세상을 더 잘 사랑할지를 궁리하는 저자의 글에서 진정성이 묻어난다. 축구 마니아라면 다 알 만한 사건일지라도 저자가 풀어낸 글을 읽다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면서도 저자 자신이 어떤 축구를 하려 하는지,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써내려간 “2부 나는 이런 축구가 하고 싶다”와 “3부 축구와 사랑에 빠지다”에서는 유머 넘치는 일기를 읽는 듯하다. 동네축구에서도 한없이 진지하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혼자 키득거리게 만든다. ‘정 변호사의 재미있는 FOOTBALL CASE’에서는 법과 정의를 실천하는 변호사로서, 축구라는 스포츠 안팎에서 논란이 되었거나 세상에 큰 변화를 일으킨 판결과 규칙에 대해 알아본다.
작가 소개
저 : 정기동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법무법인 세아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사법연수원 8반 B조 축구팀 주장이었으며 공정거래위원회 사무관으로 중앙부처 축구대회에 수차례 출전하였다. 사십 대 중반이 다 되어 축구를 읽으면서부터 뒤늦게 축구에 빠졌다. 2008년 정부법무공단 축구동호회 설립을 주도하여 초대 회장을 지내면서 공정거래팀장을 겸했다. 2012년 동네축구팀 이우FC에 입단하여 심판위원장과 감독을 지냈다.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위원, 공정거래분쟁조정위원, 충남행정심판위원을 지냈고 2006년 공정거래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나 축구와 관련해서는 2017년 이우FC 회원들로부터 규칙 교육과 심판제도 정착의 공로로 감사패를 받은 게 전부다. 지금도 ‘주중에는 밭을 갈고 주말에는 축구를 한다’는 중경말축(中耕末蹴)론과 ‘축구를 하고 경기를 보며 책을 읽어야 축구 생활이 완성된다’는 축구 삼위일체론을 실천하고 있다. 축구에 대한 그의 궁극적인 관심은, 법에서와 마찬가지로, 축구가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데 무엇을 할 것인가에 있다.
목 차
추천사 이런 책이 나오길 기다렸다 | 이용수
추천사 사랑에 빠진 사람 | 김희경
머리말 축구는 나를 설레게 한다
1부 축구의 속살을 들여다보다 - 축구의 미학·축구의 철학
승부차기, 그 비장한 실축의 미학
왕의 귀환, 티에리 앙리의 복귀 골 찬가
세월이 흐른 뒤 무엇이 더 그리울까
만델라 추모
실패한 메시의 대관식, 월드컵 결승전 단상
축구와 버저 비터
정의 실현이냐, 축구의 인간적 본성 유지냐
인종주의자가 내 팀에 있는 한 나는 더 이상 내 팀을 응원할 수 없다
오프사이드 애국주의를 논박한다
결승전의 희로애락과 인간의 언어
사람들은 왜 축구에 빠지는가
2부 나는 이런 축구를 하고 싶다 - 나의 동네축구 이야기
구단주에서 동냥아치로, 다시 감독으로
감독 취임사
부상열전
빤쓰는 뭣 하러 빨아 입나
인간 병기 당거에게 바치는 세리머니
나는 이런 선수가 되고 싶다
전업 심판을 꿈꾸며
전업 심판을 그만두며
나는 이런 심판이 되고 싶다
굴러온 돌, 감사패를 받다
공 좀 차자. 박근혜는 물러나라
3부 축구와 사랑에 빠지다 - 축구로 생긴 이런 일 저런 일
아홉 켤레 축구화로 남은 사내
잘 가라 내 사랑
바르셀로나의 추억
축구와 논술 공부
동네축구인 부인의 어느 일요일 밤 풍경
사커 와이프의 새벽
당구(堂狗) 삼 년(三年)에 농풍월(弄風月)이라
가족들에게 축구 강의를 하다
만능 스포츠맨의 굴욕
김시진과 이만수
4부 축구는 아름답다 - 축구가 해낸 이야기, 해낼 이야기
한번 팬은 영원한 팬이다
모두를 위해 뛰고 모두가 성과를 나눠 갖다
영원하라, 바르사! 영원하라, 카탈루냐!
선수들, 금지된 깃발을 들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이 되다
당신은 혼자 걷지 않으리
사랑하는 팀이 이기는 것을 한 번만 더 보고 싶다
한국에서는 축구가 어떻게 소비되는가
축구는 아름답다
정 변호사의 재미있는 FOOTBALL CASE
선수 이적과 보스만 판결
등 번호의 역사
오프사이드는 왜 반칙이 되었는가
리그와 FA컵, 축구 대회의 운영 방식
FA와 FIFA, IFAB : 축구 조직과 축구 규칙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의 제도적 차이: 경쟁이냐 독점이냐
독일 분데스리가의 ‘50+1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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