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초록 안테나를 세우고
빗소리를 듣다가
빗소리를 잎에 담습니다
토란도
땅속에서 빗소리를 듣습니다
-김이삭의 ‘초록 안테나’ 전문
“토란잎이 초록 안테나를 세우고 빗소리를 듣”고 있다. 안테나란 통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설치하는 것으로 동그란 모양인 것도 있어, 토란잎을 그에 비유한 것은 매우 적절하면서도 재미있다. 하지만 이 시에서 토란잎은 그 이상의 이미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식물에게 비는 생명 그 자체이다. 비는 멀리 하늘로부터 온다. 토란잎은 땅속의 토란을 키워내기 위해 하늘을 향해 촉각을 세운다. 빗물을 자신의 몸에 가득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토란도 땅속에서 빗소리를 듣”는다. 토란이 익기 위해서는 하늘과 지표, 땅속까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식물이 자란다는 것은 이처럼 온 우주가 하나가 될 때 가능해진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토란을 어린이들이 먹게 되는 것이다. 이 시를 읽게 되면 경건한 이미지가 어린이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게 된다. 식물의 소중함을 잔소리가 아닌 깨달음으로 전해 주는 아름다운 시이다.
땅속에서 자란 우엉
혼자서 심심해 엉엉 울자
김밥이 손 내밀었다
김밥 속에 사는
시금치, 단무지, 계란, 당근과
사귀게 된 우엉
친구가 많아져서 울일 없겠다
-조소정의 ‘우엉’ 전문
땅속에서 열매를 익히는 식물들이 많다. 하지만 볼 수 없으니 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아무도 모른다. 땅속에서 자라는 우엉이 “혼자서 심심해 엉엉” 운다는 구절을 읽을 때 우리들은 처음으로 땅속 식물들의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외로워도 꾹 참는 이유가 무엇일까? 두말할 필요 없이 튼실하게 자라 맛있는 먹을거리가 되기 위해서이다. 다 자란 우엉은 “시금치, 단무지, 계란, 당근과” 사귀어 맛있는 김밥 재료가 된다. 우엉은 아삭한 식감과 독특한 향이 있어 김밥 속에 넣으면 맛이 그만이다. 우엉이나 시금치 당근 같은 야채들을 따로 먹으라면 인상을 쓸지 모르지만 이것들을 예쁘게 썰어 넣고 김밥을 만들어 주면 어린이들은 침을 꼴깍 삼킬 것이다. 참 맛있는 동시이다.
작가 소개
글 : 김이삭
경남 거제 칠천도라는 조용한 섬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과학자가 꿈이었고, 책 탐험하기를 좋아했습니다. 2008년 『경남신문』 『기독신문』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고, 2011년 동시 「우리 동네 문제아」 외 2편으로 『어린이와문학』 추천 완료, 제9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수상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동시집 『바이킹 식당』 『고양이 통역사』 『여우비 도둑비』, 동화집 『거북선 찾기』 『황금고래와의 인터뷰』 『꿈꾸는 유리병 초초』, 시집 『베드로의 그물』 등이 있습니다. 제9회 서덕출문학상, 제3회 울산아동문학상, 제13회 우리나라 좋은 동시문학상, 제10회 울산작가상을 받았습니다.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과 2015년 울산 창작지원금을 받았습니다. 울산 선바위도서관, 중부도서관, 옹기종기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랑 ‘동시랑·그림책’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글 : 조소정
‘아동문예’ 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되었어요. 동화로는 한국안데르센상 은상을 받았고, 어린이들을 위해 동화와 동시를 쓰고 있어요. 펴낸 책으로는 동시집 『여섯 번째 손가락』과 『중심잡기』, 『양말이 최고야』가 있고, 동화책으로 『쿰바의 꿈』과 『빼빼로데이』를 펴냈답니다.
그림 : 우형순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동국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열네 번의 개인전과 여섯 번의 아트페어 부스전을 열었습니다. 현재 미술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으며 동국대학교 미술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자연을 통해 삶의 완전함, 안전함, 지속감을 표현한 작가의 그림은 위로와 치유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림 : 권유진
1992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으며 동국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습니다. 일러스트에 관심이 많아 연구를 하고 있으며, 주인공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목 차
가지 몽둥이/가을 오 총사/고구마/깻잎 타고/당근/오이/애호박/
죽순/초록 안테나/파프리카/
조소정 시인 편
마늘 형제/젓가락은 고민 중/감자 가족회의/옥수수/우엉/양배추/
양파 요리사/정답을 알 수 있다/생강/인기 많은 파
부록-야채 특공대원을 소개합니다!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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