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달에서 살다온 때’를 그린 11가지 이야기를 모은 하창수 작가의 『달의 연대기』 출간
중견작가 하창수 소설가가 1995년부터 20여 년 동안 발표했던 ‘달’과 관련이 있는 중단편 소설들을 모아 『달의 연대기』를 출간했다.
하창수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 수록한 중·단편들은 모두, 하루든 한해든, ‘달에서 살다온 때’와 관련이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 이해에 도움이 될는지 모르겠지만 - 각 제목 앞에 연도를 표기해놓았다. 그 시작은 1995년이었는데, 이후로 지금까지, ‘달’과 관련된 중편이나 단편은 작품집을 출간할 때 수록하지 않고 빼놓았다. 그렇게 모인 게 11편”이었다며 “어떤 것들은 지극히 개인적이라 달과의 연관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다음과 같은 언설이 힌트가 될는지 모르겠다. ‘젊었을 때는 자신이 가진 것들을 그러모아 달까지 다리를 만들기도 하고 지상에 왕궁이나 사원을 짓지만, 나이가 지긋해지면 오두막 한 채를 지을 뿐”이라고 「작가의 말」로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이런 하창수 작가의 ‘달’ 소설은 발표할 때마다 많은 동료 작가나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작고한 이청준 소설가는 1998년 발표작 「나는 달」에 대해 “위장과 가짜 성세 속에서도 끝내 우리 삶의 아름다운 정화를 꿈꿔야하는 문학의 아픔에 함께 한숨짓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으며, 하응백 문학평론가는 1999년 발표작 「발 아래 달」에서 “주제를 강화하기 위한 절차인 석계등천(釋階登天)은 계단을 버리고 하늘로 바로 오른다는 뜻”이라며 이는 “비상이며 초월이다. 불교적으로 말하면 해탈이다. 그러나 누가 감히 현실에서 석계등천할 수 있을까. 소설 속의 누구도 불가능했다. 소설이 주목한 것은 사랑이다. 사랑이란 논리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석계등천이 아니던가”라고 평가했다.
2002년 발표했던 「월면보행」에 대해 문흥술 평론가는 “「월면보행」은 두 가지 구조층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현몽 스님과 소설가 임준태의 만남, 다른 하나는 신문기자 ‘나’와 연상의 여자 화가, 그리고 임준태와의 만남이 그것이다. 이 구조층을 통해 이 작품은 월드컵 열풍이 한창일 때, 소설가는 어떤 소설을 써야 하는가를 탐구하고 있다. (중략) 이 작품의 여자 화가처럼, 좋은 예술가는 월드컵의 열기에 편승하여 예술가 본래의 정신을 썩혀서는 안 된다. 모두가 월드컵 열풍에 휩쓸려 있을 때, 좋은 소설가는 ‘세상의 열기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공간’에 자신을 위치시키고, 현상 뒤에 내재한 본질을 치열하게 탐색해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며 “작가 하창수의 이러한 성찰은, 그가 예전에 소설 쓰는 것 자체에 목숨을 건 작가를 두고, ‘제 모습에 취해 삶을 내던지고, 아니 삶을 송두리째 그르치는 불우한 운명의 소유자’(「수선화를 꺾다」)라는 발언을 했기에, 더욱 진지하게 와 닿는다”라고 평가했다.
해설을 쓴 손종업 문학비평가는 우선 하창수 작가의 이번 소설집은 ‘소설로 씌어진 소설론’이며 조금 수정해도 된다면 이 소설집은 ‘이후의 소설론’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소설집 속의 소설들은 하나의 균열 또는 징후를 다루고 있다. 그것을 징후라고 말하는 것은 텍스트 자체가 해석이 아니라 질문을 향해 열려져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어내는 일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그것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가지 않고 그의 언어를 고수하면서 그 불가능한 거리를 함께 사유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모든 소설들의 어딘가에는 화두처럼 달이 떠 있다”며 “11편의 소설들은 1995년에서 2018년 현재에 이르는 것들이다. 작가는 이 시간 동안 다른 많은 소설들을 써내면서 따로 이 소설들을 모아왔다. 이 시간들은 작가에게 소설에 바쳐진 번제물들과도 같다. 끊임없는 소지(燒紙)를 올렸으나, 공안(公案)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왜 ‘이후’인가? 혹은 무엇의 ‘이후’인가를 물어야 하리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작가 소개
저 : 하창수
소설가이자 번역가. 1987년 계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청산유감』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1991년 작가의 군대체험을 바탕으로 한 장편소설 『돌아서지 않는 사람들』로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중단편소설집 『지금부터 시작인 이야기』 『수선화를 꺾다』 『서른 개의 문을 지나온 사람』과 조선시대 이단 화가들의 장대한 파노라마를 그린 『그들의 나라』, 인간의 내면에 깃든 정신병적 기제를 집요하게 파고든 『함정』 등의 장편소설들을 통해 삶의 행간을 읽어내는 존재론적 탐구와 함께, 인간과 사회의 부조화, 개체와 세계의 불합리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일에 천착해 왔다.
소설 창작과 더불어 H. G. 웰즈, 키플링, 헨리 제임스, 헤밍웨이, 포크너 등 주요한 영미 작가들의 소설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직접 그린 만화와 짧은 글이 어우러진 카툰집 『나는 가끔 가다 딴 생각을 한다』와 『발견되지 않는 소설가의 생활』 같은 에세이는 그의 다양하고 풍부한 예술적 감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3년에 걸쳐 원고지 3천 매 분량으로 탈고한 『1987』은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하창수 문학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장편소설이다. 최근 번역 작품으로『답을 찾고 싶을 때 꺼내보는 1000개의 지혜』『어떤 행복』외 다수가 있다. 이외 편집에 참여한 책으로 이외수 대담집 『마음에서 마음으로』 『뚝,』이 있다.
목 차
1995 달의 거리 9
1997 달 클럽 33
1998 나는 달 55
1999 발 아래 달 101
2001 수도원의 달 127
2002 월면보행 155
2004 달, 표현할 길 없는… 189
2005 달의 귀환 213
2010 무서운 독서가의 달 241
2014 탈출마술사 코니 킴의 달 261
2018 달의 사랑 285
해설 잃어버린 달을 찾아서 | 손종업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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