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열두 명의 수집왕이 들려주는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보물 이야기
‘수집’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취미나 연구를 위하여 여러 가지 물건이나 재료를 찾아 모음’이라고 나온다. ‘수집왕’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덕후’가 되겠다.
책에서는 열두 명의 아이들이 등장해 자신의 수집품을 소개하고 왜 이것들에 관심을 갖고 모으게 됐는지 설명한다. 수집품 목록은 기발하다. 곤충 허물을 모으는 아이부터 자기를 못살게 구는 친구들의 죄를 수집하는 아이, 외계인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외계인 파일을 정리하는 아이, 자신의 일기는 물론 친구들의 일기까지 모으는 아이, 탐정 이야기를 좋아해 탐정 소설에 필요한 증거를 모으는 아이, 만화책을 모으는 아이 등.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닐 수도 있는 이 소소한 수집품들이 독자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는 까닭은 돈만 주면 살 수 있고 모을 수 있는 수집품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걸 오랜 시간을 들여 소중하게 모으는 아이들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나는 유치원 때부터 지금까지 쓴 일기장을 모두 갖고 있어. 원래 일기장을 모은 건 엄마였어. 엄마가 헌 공책을 보면서 계속 웃길래 뭔가 봤더니 내 일기장이지 뭐야!
남의 일기장을 보다니, 이건 사생활 침해라고. 난 당장 내 일기장들을 압수했어.
그런데 말이야, 내 일기장을 읽어 보니까 진짜 웃기더라고. 그래서 일기장을 모으기 시작한 거야.-38~39쪽
알고 보면 박물관도 어마어마한 수집품을 잔뜩 모아 놓은 곳이다. 이 수집품들을 통해 세상을 알아 가고 탐구하는 곳인 것이다.
지금 내가 모으는 수집품이 나중에 박물관에 전시되지 말란 법도 없다. 쌍둥이 형제의 수집품은 만화책인데, 80년 뒤 박물관에 전시된다.
우리는 만화책을 함께 모으는데 헌책방에서 사기도 하고, 버려진 걸 주워 오기도 해. 원래 훨씬 더 많았는데 엄마가 쓰레기라고 버려 버렸어. 엄마는 우리 만화책이 얼마나 귀한 건지 모른다니까. 우리의 책들도 백년 후에는 아주 아주 귀해질 거야. 박물관에 전시될 정도로 말이야.-58~59쪽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세팅되어 나오는 요즘 장난감들엔 아이들 스스로 더할 게 별로 없어 금방 흥미를 잃거나 잠깐의 유행이 지나면 금방 사그라지기 마련이다. 이건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에 나의 관심과 애정, 시간이 더해지면 누구나 갖고 있는 똑같은 물건이라도 그 가치가 달라진다.
『수집왕』은 어려서부터 뭔가 모으는 걸 좋아했던 작가가 자신이 ‘수집’하면서 느꼈던 즐거움을 좀 더 많은 아이들이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업한 책이다.
저는 어릴 때부터 모으는 걸 진짜 좋아했어요. 새로운 수집품을 찾는 건 너무너무 즐거웠고, 수집품이 가득한 상자를 들여다보는 건 흐뭇했어요.
수집품들을 하루에 몇 번이나 꺼내 보고, 닦고, 망가지지 않도록 소중히 다루고, 더 멋진 통으로 옮기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았어요.-「작가의 말」에서
각자의 수집품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없어도 슬퍼하거나 낙담할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뭘 수집하면 좋을지 생각해 내면 되니까. 수집품은 자연스레 나의 호기심과 관심을 반영하고, 나의 진로와 적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물론 제1의 목적은 나를 위한 행복일 테지만.
그러니 우리 모두 힘내서 열심히 수집을 하자! 어른들이여, 아이들의 수집품을 함부로 버리지 말지어다.
아이가 그린 듯 순진하면서도 순박한 그림과 아이가 쓴 듯한 글씨로 깨알같이 적은 재미있는 문장들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수집왕이 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낄 것이다.
작가 소개
글 : 권재원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영국에서 미학과 퍼포먼스를 공부했다. 그동안 『난 분홍색이 싫어』 『10일간의 보물찾기』 『함정에 빠진 수학』 『침대 밑 그림 여행』 『왜 아플까?』 『째깍째깍 시간 박물관』 『수학해적왕』 『몹시도 으스스한 수학교실』 『처음 만나는 공공장소』 들을 펴냈습니다. 개구쟁이 쌍둥이 기백, 기준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많이 만드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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