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환 시 깊이 읽기

시의 공간은 언제나 불온한, 봄
 김석환 시에서 공간은 시적 주체가 거주 공간의 실존 속에서 체득하는 감각들과 무의식, 기억들이 한데 섞여 규정되는 삶의 자리이다. 시인에게 늘 창조적으로 변화하기를 요구하였던 고독한 ‘꿈’의 자리이기도 하다. 시에서 공간은 ‘고유함’으로 규정되는 ‘고향’과 ‘낯선 것’으로 규정되는 ‘도시’의 의미 안에서 사유 된다.
김석환이 버려지고 황폐된 ‘폐허’ 공간에 대한 관심을 자신만의 독특한 공간의식으로 드러내고 있는 시원 공간은 선대(先代)의 것에서 새로움을 찾는 과정이다. 이러한 시적 태도는 선인들의 불꽃 같은 생의 열정, 집념, 사상, 용기 등이 깃든 공간에서 생의 기획과 원칙을 재정립하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지금’을 살아내고 ‘지금’을 넘어서려는 자기 초월의 계기가 된다.
김수영의 초월의식과 유사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시의 공간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도시와 도시 문명에 대한 시선이다. 시는 환경오염과 거기서오는 폐해에 주목한 것이 아니라 환경의 피해를 본 피해자를 자처함으로써 환경에 대한 관심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시인의 시에서 생태계에 대한 관심은 늘 공동체를 향하고 있는 특색을 지니고 있다. 이타(利他)를 실천하는 어머니를 통해 우리가 실천해나가야 할 사회의 모습을 제시한다.
가끔은 아주 광활한 들판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그러면서 한편으로 우리가 늘 머물렀던 안온한 집의 모습도 볼 수 있는 김석환의 시를 공간의식으로 연구하여 책을 낸다. 시인의 시는 시마다 상징적인 여러 기표를 치밀하게 배치하고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시인의 시가 시 연구의 여러 길을 무한히 열어놓고 있음도 알 수 있다. 처음으로 시인의 시를 연구하는 것이 \라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공간의식으로 시를 살피는 일은 시인의 시 의식을 깊이 분석하는 일이어서 늘 새롭고 새로웠다.
그래서 시인의 시는 늘 불온한, 봄이었다. 저렇게 먼 산과 들이 벌써 푸르러지고 있는 것처럼……. 그러면서 그 봄도 또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처럼…….

저자 : 박은선 

충북 영동에서 태어났다. 2007년 대전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5년 한남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문예창작학(비평)을 전공, '김석환 시의 공간의식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 시와정신 봄호에 '상실의 어두운 기원과 탈각의 세계:전봉건론으로 비평 등단하였다. 현재 한남대학교 탈메이지교양교육대학 강사이다. 대표 논저로는 '이용악 시에 나타난 ‘어둠’의 기호작용 고찰', '박용래와 한성기 시의 로컬리티 의미', '김호연재 시의 주체의식 연구', '김혜순 시에 나타난 ‘몸’의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