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여섯 살 옥희가 볼 수 없었던 어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다
「사랑손님과 어머니」는 이어쓰기를 하기에 대단한 잠재력을 가진 작품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천진한 여섯 살 옥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옥희의 관점으로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해석되기 때문이다. 당황하고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진 부분을 ‘성이 났다’고 표현하는 등 옥희가 잘못 해석하는 부분이 종종 있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이 이런 잘못된 옥희의 해석을 단지 유쾌하게 받아들일 뿐, 오독하지는 않는다.
옥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의 짜임새도 성길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자가 일부러 이야기를 성기게 만듦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두었다고 본다면, 여기에 ‘이어쓰기’를 위한 다양한 힌트도 함께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엄마가 옥희를 통해 사랑손님에게 전한 손수건, 옥희가 엄마에게 가져다준 꽃, 중학교를 다니는 작은외삼촌의 연령, 옥희 아버지의 죽음 등이 그렇다.
이어쓰기에 참여한 일곱 명의 작가들 역시 이런 부분을 최대한 활용했다. 옥희 아버지가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으며, 어떻게 죽었는지 등 유복자인 옥희의 입을 통해서는 독자들이 들을 수 없는 사연은 이어쓰기의 훌륭한 소재가 되었다. 또 중학생이라고만 표현된 작은외삼촌이 현대의 중학생처럼 10대 초반이었다면 원작 속 모습은 반항기의 발현이었을 것이고, 과거 중학교가 지금의 고등학교까지 아우른다는 점에서 10대 후반이었다면 매형 생전에 이미 철이 들었을 것이기에 누이나 사랑손님을 보는 복잡한 속내가 있었을 것이다.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이어쓰기 프로젝트인 『인생손님』에서는 이렇게 여백이 많은 원작을 이용해, 옥희가 아닌 다른 등장인물의 시점을 이용해 이야기를 다시 쓰기 한 작품부터 사랑손님이 떠난 직후의 이야기,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큰 소용돌이를 겪으며 이들이 어떻게 그 시대를 살아갔는지(이 시점에서 옥희는 열여섯 살을 넘긴 나이로 여섯 살 옥희와 비교하면 세상 물정은 웬만큼 알 정도로 성장한다) 상상을 더한 이야기도 있다. 또 새로운 등장인물들과 함께 과거의 등장인물을 현대로 이끌어온 작품도 있다.
사랑손님을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옥희 모녀, 그 후의 삶
굳이 이어쓰기 한 작품들을 읽지 않더라도, 사랑손님이 떠나간 뒤에 옥희네 모녀의 일상이 그가 오기 전과는 같을 수 없음을,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손님은 잔잔하던 모녀의 삶에 찾아와 - 아마도 - 인생의 전반에 남을 추억이 되었다. 우리 삶에서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인생 손님이 된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이 이야기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하고 또 그 뒷이야기를 궁금해한다. 그런 공통된 경험이 이 책이 탄생한 동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서로 연심을 갖고 있지만 사회적인 분위기로 인해 결국 어떤 시도도 해보지 못한 채 헤어지는 사랑손님과 어머니. 이들이 과거의 인물들이고 과거의 이야기였다면, 이어쓰기한 일곱 작품은 현대의 작가들이 숨결을 불어넣은 생생한 후일담이다. 덕분에 원작의 결말에 공감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당시의 독자들과 달리,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꼈을 현대의 독자들에게 『인생손님』은 색다른 만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작가 소개
원저 : 주요섭
대표작 《사랑방손님과 어머니》로 가장 잘 알려진 작가로 (1902년~1972년) 시인 주요한의 친동생이다. 1902년 평안남도 평양에서 태어났으며 숭실중학교 3학년 시절 도일하여 도쿄 아오야마학원 중학부에 편입했다. 3,1운동 후에 귀국하여 등사판 자하신문을 발간하다가 발각되어 약 십 개월간 옥고를 치르게된다. 그후 중국으로 망명한 그는 상하이 후장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다시 귀국하여 신동아 주간, 코리아 타임즈 주필, 경희대학교 교수,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위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그의 작가로서의 경력은 다음과 같다. 1921년 단편 「깨어진 항아리」를 매일신보에 발표하며 등단했다. 「사랑 손님과 어머니」「아네모네의 마담」「인력거꾼」등을 꾸준히 발표하였다. 초기에는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리얼리즘, 중기에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추구한 예술적 향취를 풍기는 자연주의적 경향, 다시 말기에는 사회고발적인 현실의식을 짙게 풍기는 작품들을 남겼다.
저로는『추운 밤』『인력거꾼』『구름을 잡으려고』『아네모네의 마담』『추물』『잡초』등이 있다. 8·15광복 후에는 다시 강렬한 현실의식을 반영하는 경향을 보이는 작품으로는 『눈은 눈으로』, 『대학교수와 모리배』, 『잡초』, 『망국노군상』, 『죽고싶어 하는 여인』등이 있다. 그 밖에 김유신 Kim Yu―Shin〉(1947)과 〈The Frost of the WhiteRock〉(1963) 등의 영문소설도 발표한 바 있다. 1972년 11월 14일 70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저 : 박성원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1994년 『문학과사회』 가을호에 단편소설 「유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때 16㎜ 필름 연구소 '專行’에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1996년 첫 소설집 『이상(異常) 이상(李箱) 이상(理想)』을 출간하였고, 이후 두번째 소설집 『나를 훔쳐라』를 2000년에 펴냈다. 2003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학부문)을 수상하였고, 2005년 세 번째 소설집 『우리는 달려간다』를 펴냈다. 현재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성원은 일상적이지 않은 소재와 등장 인물들을 통해 허구 속에서만 가능한 일들을 벌이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른 남자, 무늬도 색깔도 없는 하늘로 사라진 여자, 문명을 만난 원시인, 어릴 때 나를 골목길에서 만난 남자, 착각을 실제로 믿는 남자, 두 눈을 멀쩡히 뜨고 실종당한 남자, 컴퓨터로 사진을 조작하는 일이 직업인 사내, 점점 화석으로 변해가는 자신의 몸을 그냥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남자, 사기 행각에 이용당하는 복화술사, 사람이 된 벌레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에 위기를 느끼는 소설가…. 박성원의 단편집 『우리는 달려간다』와 『나를 훔쳐라』에 실린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이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상황, 인물들이 허구 속에서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이 속에서 현대의 요지경 세상이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가 드러난다. 또한 그의 최근작 『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에서는 철학적 사유와 시간론, 그것에 염세주의적 블랙유머가 절묘하게 아우러져 한층 다채롭고 폭넓은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펼처보기 닫기
저 : 조해진
趙海珍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아무도 보지 못한 숲』 『로기완을 만났다』 『여름을 지나가다』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무영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 : 이동하
李東河
작가 이동하는 1942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경북 경산에서 자랐으며,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와 건국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전쟁과 다람쥐」, 1967년 공보부 신인상에 단편 「겨울 비둘기」(후에 「인동」으로 발표), 같은 해 『현대문학』 제1회 장편소설 공모에 『우울한 귀향』이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소설집 『모래』 『바람의 집』 『저문 골짜기』 『폭력연구』 『삼학도』 『문 앞에서』 『우렁각시는 알까?』, 선집 「밝고 따뜻한 날」, 장편소설 『도시의 늪』 『냉혹한 혀』 『장난감 도시』 등이 있다. 한국창작문학상,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 : 신혜진
부마항쟁이 일어났던 1979년 초등학교에 입학해 2학년으로 올라간 이듬해엔, 박정희 대통령이 총에 맞아 살해됐다며 며칠 동안 텔레비전에서 국화꽃과 향로 그림만 보여 줬던 기억이 있습니다. 궁금증이 많은 아이여서 그랬는지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습니다. 어른이 되면 많은 것을 알게 될 거라고 기대했지만 세상은 이해 안 되는 일투성이였고 그런 세상에 질문하고 싶어서 글짓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2007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해 소설가가 되어 소설집 『퐁퐁 달리아』와 『벌레들』(공저)를 펴냈습니다.
저 : 정한아
1975년 경남 울산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현대시』로 등단했고, 시집으로 『어른스런 입맞춤』이 있다. ‘작란’ 동인이다.
저 : 조현
1969년생. 소설가. 소설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등.
저 : 박규민
1993년생. 소설가. 제15회 대산대학문학상 소설부문 수상.
목 차
풍금 … 이동하
사랑손님과 누님 … 박성원
봉선화 꽃물 들인 소녀 … 조현
어른중개사 … 신혜진
기차간 변사사건 관련 진술서 … 정한아
연애편지 … 조해진
인형놀이의 밤 … 박규민
해설|영향의 교환, 상상력의 축제 … 정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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