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생애 주기를 통해 만나는 한국인의 삶의 풍경들
저자 김찬호는 2009년 『생애의 발견』(인물과사상사)을 처음 펴낸 바 있고, 쇄를 거듭하며 당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10여 년 만에 문학과지성사에서 다시 출간된 개정판으로, 새로운 판형과 디자인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통계를 업데이트하고 시의성이 떨어지는 사례들을 교체했으며, 전반적으로 글을 새롭게 다듬어 펴냈다. 새로 개정판을 내기까지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저자의 문제의식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바로 “우리 인생에 삶이 없다”라는 것이 그것이다. 그에 따르면 “삶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다. 물리적인 시간과 생리적인 연명을 넘어 의미를 빚어내는 것이 삶이다.” 이 책은 오늘날 한국인이 불행한 까닭은 그러한 “삶의 부재” 때문이며, 시간에 쫓기고 거대한 체제에 의해 관리되는 생활 속에서, 그리고 불가해한 탐욕과 두려움에 끌려 다니면서 우리가 모든 ‘순간’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과연 인생에서 진정한 ‘살맛’을 느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 책에서 저자는 다름 아닌 “시간의 연속성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경험을 이야기로 빚어내고 그 의미가 타인에게 공명될 때, 인생은 살맛이 난다”라고 이야기한다. 유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는 인생 여정을 따라가면서 거기에서 만나게 되는 정황들을 추려내 되짚어보고 있는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성찰과 소통을 위해 씌었다.
특히 지금 한국인들이 통과하는 생애 경로는 비슷한 경로의 반복이 아니다. 다시 말해, 윗세대가 겪은 경험을 아랫세대가 따라가지 않는 것이다. 지금 모든 세대는 생애의 매 단계마다 윗세대가 경험하지 않았던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다. 산업의 성격, 인구구조, 정치 지형, 행정 시스템, 지역사회, 소비 감수성, 미디어 환경 등 모든 것이 급변하는 가운데, 계속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거나 적응해야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다른 세대나 성性의 경험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그로써 자신의 실존을 비춰볼 수 있다. 그러한 공감과 이입을 통해 여러 간극을 가로질러 공통의 문화가 형성될 수 있고, 자기를 해석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비로소 생겨날 수 있으며, 서로의 삶을 가치 있게 격상시켜주는 이야기들로 풍요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구성
이 책 『생애의 발견』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 김찬호는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이야기를 위해 생애의 매 단계를 크게 열다섯 장면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먼저, 1부에서는 유년기부터 30대까지를 「성장과 자립」이라는 측면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마음껏 뛰어놀 유년기가 사라지고, 입시에 온전히 인생을 저당 잡힌 청소년기가 지나면 뒤늦은 사춘기를 보내다가 높은 취업 시장의 진입 장벽으로 인해 청춘을 박탈당한 20대에 이른다. 그러다 30대가 되면 삶은 바빠지고 일상은 덧없어지되 여전히 꿈과 진로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삶의 모습이 생생한 언어로 전해진다.
2부 「남과 여」는 ‘연애’ ‘싱글’ ‘결혼식’ ‘부부’ ‘외도’라는 다섯 장면으로 구성된다. 연애도 어렵고 혼자 살기는 더욱 어렵고, 결혼을 해도 삶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특히 이 부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과 그 절정, 그 이후의 상실감과 파괴적인 감정까지 남녀 간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감정의 스펙트럼을 흥미진진하고 탁월하게 짚어낸다.
3부 「양육과 노화」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한국의 40대를 비롯한 중?장년에게는 제2의 인생, 즉 인생의 이모작을 준비하라는 말이 쏟아지지만, 정작 현실은 미래의 삶을 준비하기는커녕 지금의 삶을 유지하기에도 벅차다. 어디 그뿐인가. 공동체 문화가 사라진 우리 사회에서 인생의 황혼기를 준비해야 할 노년기는 생활고와 외로움이라는 이중고에 허덕이고 시달린다.
이렇듯 우리 삶, 특히 한국인의 삶은 고달프다. 그러나 “누구나 현재 안에 생애의 모든 단계를 함축하고” 있듯, 각자의 생애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고 그 발견이 다른 세대, 다른 성별, 다른 이의 삶으로까지 확장될 때, 그것은 모두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그 의미들이 커질수록 각각의 삶은 더욱 풍성해지고 ‘살맛’을 느끼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그러한 생애의 발견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작가 소개
저 : 김찬호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초빙교수. 1962년 대전 출생으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신학으로 시야를 넓히면서 사람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동체의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기독학생운동에도 참여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석사 논문으로는 이러한 그의 생각이 잘 드러난 고(故) 제정구 의원이 도시 빈민들과 함께 경기도 시흥에 일궈낸 공동체 복음자리 마을을 현지 조사하여 1986년에 '철거민 정착 공동체의 형성과 유지에 관한 연구' 라는 논문을 썼다. 그 후 일본 오사카 대학의 객원연구원으로 재직하였다.
서울시대안교육센터 부센터장을 지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 문화사회학, 남성학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서울 YMCA' '녹색소비자연대' 등의 사회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사회를 보는 논리』, 『여백의 질서』『일본 대중 문화론』이 있고, 번역서로 『작은 인간』,『이런 마을에서 살고 싶다』, 『경계에서 말한다』, 『학교와 계급재생산』등이 있다.
목 차
들어가며―우리 인생에 삶이 없다
1부 성장과 자립
유년, 마음껏 뒹굴고 싶다
다시 우량아 선발 대회를? / 놀이가 사라진 유년 / 어른의 질서, 아이의 무질서 / 신체의 격을 높여주는 스포츠 / 씩씩함이 자라나는 터전
사춘기, 길 찾기의 어려움과 즐거움
남남으로 단절되어가는 세대 / 자폐적인 응집의 기제들 / 마을에서 자란다는 것 / 어른들 앞에 데뷔하는 아이들 / 아이들의 마음을 빚는 어른의 예지
공부, 지성이 자라나는 뿌듯함
높은 점수, 낮은 자신감 / 물고기 잡는 방법보다 더 중요한 것 / 실물 감각을 키워라 / 확신이 없어도 괜찮아 / 평가와 경쟁을 넘어
20대, 동지를 만나고 일거리를 만들고
청년은 잉여 인간인가 / 백수의 일상은 난감하다 /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 이런 역할은 어떨까 / 삶의 고비용 구조를 조정해야 / 암중모색에 갈채와 지원을
30대, 생애의 속살을 엿보다
청춘은 덧없이 지나갔는데 / 삶의 모습이 천차만별로 분화되는 때 / 어른을 키우는 사회 / 지위나 성취로 환원되지 않는 ‘나’의 정체 / 느림과 빠름의 역설을 위하여
2부 남과 여
연애, 또 다른 행성으로의 모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 서로에게 절대자가 된다는 것 / 열망, 살아 있다는 증거 / 연애 감정의 모순들 / 완전한 합일을 향하여 / 자율과 성찰의 소우주
싱글, 마음과 대화하는 자유 시간
노처녀에서 골드미스로? / 독신이 늘어나는 까닭 / 한비야와 「섹스 앤 더 시티」 그리고…… /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 삶의 다양한 존재 가능성
결혼식, 경건한 어울림의 예악
사회 재생산의 핵심 기제 / 유일한 사회적 의례? / 결혼 산업과 위세 경쟁 / 예의 없는 의례 / 축하는 쉬워도 축복은 어렵다 / 인간의 긍지를 빚어내는 생의 향연
부부, 사소한 것들의 중요함을 배운다
그이의 본색이 드러날 때 / 부부는 친밀한 적대 관계? / 표현과 공감의 생태학 / 듣고 말하고 드러내자 / 군자의 길로 정진하는 수행의 동반자
외도, 바깥의 길은 어디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 짜릿함 / 비밀을 공유하기에 돈독해지는 유대감 / 「자유부인」에서 「바람난 가족」까지 / 모순과 자기 분열의 굴레 / 욕망과 감정의 모호한 신호 / 바깥의 길은 다시 안으로
3부 양육과 노화
어머니, 자궁의 힘은 무엇인가
숭고함과 물신숭배 사이에서 / 인간의 성장과 모성의 역할 / 모권과 자궁 가족 / 강박과 무기력의 악순환 / 체험적 모성과 돌봄 사회
아버지, 그 침묵이 말하는 것
아버지 됨의 어려움 / 집 안에 자리가 없는 가장 / 조폭에게도 애틋한 가족애가 있나니 /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어도 / 아버지는 저절로 되지 않는다 / 세대 간 소통은 삶의 만남에서 / 함께 있다는 것의 소중함
중년 여성, 갱년을 어떻게 할까
‘왈순 아지매’에서 몸짱 아줌마로 / 초경에서 폐경까지 / 아줌마는 힘이 세다. 하지만…… / 수다, 경험이 이야기될 때 / 갱년기는 인생의 갱신기
중년 남성, 이모작의 갈림길
안개 속에 사라지는 이정표 / 신사를 찾습니다 / 감정이 늙기 시작하면? / 수정하고 결단해야 할 때 / 즐거운 인생은 어디에
노년, 무無를 위한 정진
사회의 짐이 되어버린 노인들 / 늙음을 바라보는 시선 / 노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도전과 개척으로 삶의 활력을 / 초라한 퇴장? 우아한 격상! / 죽음이 말을 걸어올 때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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