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위대한 약자, 길 위의 동물!
낮은 곳에서 들려오는 공존의 목소리
『괭이부리말 아이들』 『모두 깜언』의 작가 김중미의 신작 동화집 『꽃섬 고양이』가 출간되었다. 계간 『창비어린이』(2017년 여름호)에 발표된 뒤 “몽실 언니를 길고양이의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라는 평가를 받은 표제작 「꽃섬 고양이」를 포함해 수록된 네 편의 동화가 도시 빈민을 넘어 길 위의 동물들에게까지 연대의 범주를 넓힌다.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보다 더 취약한 위치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동물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독자들에게 공존의 메시지를 절실하게 전한다.
힘 있는 서사 속에서 마주하는 동물들의 목소리
『꽃섬 고양이』에 수록된 네 편의 동화 「꽃섬 고양이」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안녕, 백곰」 「장군이가 간다」는 모두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고양이와 개가 주인공이다. 주인공들은 인간의 입장을 대변하는 수동적인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길 위에서 살아가는 자신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희망을 저마다의 목소리로 표출한다. 특히 표제작 「꽃섬 고양이」의 주인공인 길고양이 노랑이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주변을 향한 연대의 끈을 놓지 않는 캐릭터로서, “2000년대 이후 우리 아동문학에서 잠시 자취를 감췄던 위대한 약자 주인공의 도래”(『창비어린이』 2018년 여름호)라고 할 만하다.
“노랑이 같은 고양이가 또 있을까요?”
“그러게요. 저도 노랑이를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해요. 세 발로 저렇게 당당하게 대장 노릇을 하고, 할머니 노릇까지 해내는 걸 보면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_본문 41면
네 편의 동화는 우리가 길을 오가며 한 번쯤은 마주쳤을 법한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익숙하면서도 묵직한 존재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특히 저자는 재개발 지역과 강화도 교량 건설 현장, 인천의 골목길 등 현실감 넘치는 공간 속으로 독자들을 이끌어, 동화 속 메시지가 생생한 힘을 지니도록 하였다. 힘 있는 서사 속에서 마주하는 길고양와 유기견의 삶은 지금 우리가 현실 속에서 바로 보고 응답해야 할 책임감을 느끼도록 한다.
사회적 약자와 길 위의 동물, 낮은 곳에서 손을 맞잡다
김중미 작가는 독자들을 길 위의 동물들 곁으로 데려가 우리 사회의 풍경을 날것 그대로 전한다.
“백곰, 우리 동네가 철거될 거래. 큰엄마네도 봄이 오면 이사 갈 거래. 그때까지 아빠가 데리러 오지 않으면 나는 보육원으로 가야 해. 그러면 너랑 나랑은 헤어질 거야. 아빠가 와야 너랑 같이 갈 수 있는데…….” _본문 119면
이야기 속 동물들은 저마다 외롭고 슬픈 사연을 간직한 사람들과 함께한다. 「꽃섬 고양이」의 노랑이는 무료 급식소 앞에 쓰러진 노숙자 최 씨의 목숨을 살리고,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에서는 입양과 파양이라는 가슴 아픈 기억 때문에 불안에 빠진 수민이를 커다란 개 하양이가 보듬어 준다. 「안녕, 백곰」에서는 시베리아허스키 아빠와 백구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개 백곰이 피부색이 다른 엄마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미나의 속마음을 들어 준다. 「장군이가 간다」의 주인공 장군이 역시 폐지를 주우며 어렵게 살아가는 할머니의 유일한 버팀목이다. 『꽃섬 고양이』는 유기견과 길고양이의 애달픈 세상살이를 통해 위험에 내몰리는 생명들에 대한 관심을 요청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모든 약자에 대한 호소로 주제 의식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사회적 약자와 길 위의 동물이 서로 손을 맞잡음으로써 공존과 연대라는 사회적 의식이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김중미 작가의 역량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혐오의 시대에 절실하게 전하는 연대의 메시지
약자를 향한 혐오와 폭력이 점차 전 사회적인 문제로 가시화되는 요즈음, 어린이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메시지를 어떻게 전할 것인가는 교육 현장의 큰 숙제다. 탄생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약자의 편이어야 하는 것이 아동문학이라면, 『꽃섬 고양이』는 사회적 강자가 시혜적인 태도로 약자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가 동등하게 눈높이를 맞추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아동문학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사회적 약자와 그보다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인 동물들이 연대하는 모습은 오늘날 왜 우리가 서로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위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비정한 사회 현실을 가감 없이 전하면서도 끝내 인간을 향한 믿음과 사랑을 잃지 않도록 이끄는 김중미 작가의 시선과 목소리가 오늘날 더욱 미덥다.
작가 소개
글 : 김중미
1963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1987년부터 인천 만석동에서 ‘기차길옆공부방’을 꾸려 왔으며, 지금은 강화로 터전을 옮겨 농사를 짓고 인천과 강화를 오가며 ‘기차길옆작은학교’의 큰이모로 살고 있다. 가난한 아이들과 이웃들의 삶을 녹여낸 장편동화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동화 작가가 되었고, 깊은 고민과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들로 세상에 감동을 전하고 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동화 『종이밥』 『내 동생 아영이』 『똥바다에 게가 산다』, 그림책 『6번 길을 지켜라 뚝딱』, 청소년 소설 『조커와 나』 『모두 깜언』 , 에세이 『꽃은 많을수록 좋다』 등이 있다.
그림 : 이윤엽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노동자, 농민 등 일하고 저항하는 사람들의 삶과 목소리를 목판화에 담아 왔습니다. 『나는 농부란다』를 쓰고 그렸으며, 『장기려, 우리 곁에 살다 간 성자』 『놀아 선생님』 『신들이 사는 숲 속에서』 『프란치스코와 프란치스코』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 차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안녕, 백곰
장군이가 간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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