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주인공 김창준. 33년간 한 우물만 파다 몇 년 전 퇴직한 공무원입니다.
국보나 보물 같은 문화재를 다루는 문화재청에서만 줄곧 일했습니다.
이전에는 문화재관리국이었죠. 소위 펜대 잡는 행정직이 아니라 문화재 보수현장을 챙기는 기술직으로 30년 넘게 일했습니다.
이 글은 ‘김창준의 문화재 에피소드’라고 할까요, 아니면 ‘김창준의 눈으로 본 문화재 다큐’라고 할까요, 그가 직접 만지고 다루면서, 몸소 느꼈던 바를 구술형식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119 소방대원이라면 감동과 눈물의 드라마 같은 얘기일 수도 있지만, 문화재만 다루었던 이야기라 별다른 재미는 없습니다. 주제도 낯설고 용어도 어렵습니다. 내용도 좀 고리타분해 끝까지 읽을 독자도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비극으로 시작해 비극으로 끝났다는 숭례문 복구공사, 해법이 있는데도 그 답을 찾지 않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 앞으로도 수십 년은 더 복원해야만 옛 모습을 찾을 경복궁, 우리 소나무가 왜 좋고, 전통기와가 현대기와보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문화재를 다루는 법률과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런 일들을 누가 어찌 했는지… 들여다볼 만한 대목도 있습니다.
허나 첫발을 떼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공무원은 비밀준수라는 법적 의무를 지켜야 하고, 공직사회의 보수적 문화도 입을 무겁게 합니다. 철밥통이라는 부정적 시각 때문에 공직을 떠나도 움츠러듭니다. 그 결과, 나름 최선을 다했던 소중한 경험과 지적 정보가 소리 없이 사장됩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그 많은 기억과 애증을 자기 머리와 가슴에만 담아두는 건 좋지 않다고요. 그래서 반쯤은 억지로 입을 열게 했죠. 대전과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면서 긴 시간 구술작업이 이어졌습니다. 일에서 비켜난 지도 꽤 되었고, 인생 육십을 넘긴 터라, 구술은 담담하게 계속되었습니다. 감정 변화도 별로 없었죠. 그래서 녹음을 풀었더니 바로 글이 되었습니다. 별다른 손질이 필요 없었죠. 구술이 끝난 다음 가졌던 뒤풀이도 늘 유쾌하고 좋았습니다.
한 나라 역사를 상징하고 실증하는 데 문화재만 한 건 없습니다. 가치가 유일무이하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보존관리나 후대전승의 당위성에 별다른 설명을 요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세월의 풍파에다 인간이 저지른 횡포 때문에 온전한 게 별로 없습니다.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문화재가 상당합니다.
이처럼 그의 구술은 30년 넘게 병들고 다친 문화재를 직접 치료하고 간호해왔던 현장 이야기라 들어봄직도 합니다. 온전한 회복을 위해 애썼던 손길이었지만 보이지 않았을 수 있고, 이 책으로 드러내지 않았다면 영원히 잊힐 기록도 있을 수 있습니다.
글은 부드럽고 슴슴합니다만, 행간의 의미는 꽤나 뜨겁고 날카롭습니다. 막 소리치고 있습니다. 문화재를 대하는 관심과 애정이 활화산 같습니다. 문화재 행정은 단 한 번의 실패도 용납 못한다고 준엄하게 경고합니다.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힘주어 얘기합니다.
문화재를 다루는 일은 도도히 흐르는 강물 같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치적 이념과 이해가 문화재를 감싸도 안 되고, 정권 눈치를 봐서도 안된다고 소리 없이 얘기합니다. 그냥 묵묵히 정도를 지키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문화재 정석(定石)’ 같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이하 생략 -
- 본문 [먼저 이 책을 간략히 소개합니다] 중에서 발췌
국보나 보물 같은 문화재를 다루는 문화재청에서만 줄곧 일했습니다.
이전에는 문화재관리국이었죠. 소위 펜대 잡는 행정직이 아니라 문화재 보수현장을 챙기는 기술직으로 30년 넘게 일했습니다.
이 글은 ‘김창준의 문화재 에피소드’라고 할까요, 아니면 ‘김창준의 눈으로 본 문화재 다큐’라고 할까요, 그가 직접 만지고 다루면서, 몸소 느꼈던 바를 구술형식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119 소방대원이라면 감동과 눈물의 드라마 같은 얘기일 수도 있지만, 문화재만 다루었던 이야기라 별다른 재미는 없습니다. 주제도 낯설고 용어도 어렵습니다. 내용도 좀 고리타분해 끝까지 읽을 독자도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비극으로 시작해 비극으로 끝났다는 숭례문 복구공사, 해법이 있는데도 그 답을 찾지 않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 앞으로도 수십 년은 더 복원해야만 옛 모습을 찾을 경복궁, 우리 소나무가 왜 좋고, 전통기와가 현대기와보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문화재를 다루는 법률과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런 일들을 누가 어찌 했는지… 들여다볼 만한 대목도 있습니다.
허나 첫발을 떼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공무원은 비밀준수라는 법적 의무를 지켜야 하고, 공직사회의 보수적 문화도 입을 무겁게 합니다. 철밥통이라는 부정적 시각 때문에 공직을 떠나도 움츠러듭니다. 그 결과, 나름 최선을 다했던 소중한 경험과 지적 정보가 소리 없이 사장됩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그 많은 기억과 애증을 자기 머리와 가슴에만 담아두는 건 좋지 않다고요. 그래서 반쯤은 억지로 입을 열게 했죠. 대전과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면서 긴 시간 구술작업이 이어졌습니다. 일에서 비켜난 지도 꽤 되었고, 인생 육십을 넘긴 터라, 구술은 담담하게 계속되었습니다. 감정 변화도 별로 없었죠. 그래서 녹음을 풀었더니 바로 글이 되었습니다. 별다른 손질이 필요 없었죠. 구술이 끝난 다음 가졌던 뒤풀이도 늘 유쾌하고 좋았습니다.
한 나라 역사를 상징하고 실증하는 데 문화재만 한 건 없습니다. 가치가 유일무이하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보존관리나 후대전승의 당위성에 별다른 설명을 요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세월의 풍파에다 인간이 저지른 횡포 때문에 온전한 게 별로 없습니다.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문화재가 상당합니다.
이처럼 그의 구술은 30년 넘게 병들고 다친 문화재를 직접 치료하고 간호해왔던 현장 이야기라 들어봄직도 합니다. 온전한 회복을 위해 애썼던 손길이었지만 보이지 않았을 수 있고, 이 책으로 드러내지 않았다면 영원히 잊힐 기록도 있을 수 있습니다.
글은 부드럽고 슴슴합니다만, 행간의 의미는 꽤나 뜨겁고 날카롭습니다. 막 소리치고 있습니다. 문화재를 대하는 관심과 애정이 활화산 같습니다. 문화재 행정은 단 한 번의 실패도 용납 못한다고 준엄하게 경고합니다.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힘주어 얘기합니다.
문화재를 다루는 일은 도도히 흐르는 강물 같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치적 이념과 이해가 문화재를 감싸도 안 되고, 정권 눈치를 봐서도 안된다고 소리 없이 얘기합니다. 그냥 묵묵히 정도를 지키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문화재 정석(定石)’ 같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이하 생략 -
- 본문 [먼저 이 책을 간략히 소개합니다] 중에서 발췌
작가 소개
편 : 이성원
●제23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 입문
●문화부 문화정책국장을 비롯한 여러 부서 근무
●YS 시절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도 근무
●문화재청 차장으로 공직 마감
●『예술원 사람들』(I, II), 『내가 꿈꾸는 제대로 된 나라』 출간
목 차
먼저 이 책을 간략히 소개합니다 · 이성원 _ 4
저도 김창준의 문화재 X-파일이 궁금했습니다 · 유진룡 _ 7
오늘은 어떤 사내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합니다 · 김석희 _ 9
“봄밤 석어당 살구꽃 보러 가시지요!” · 이광표 _ 11
남대문 ‘진주집’에서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 최영창 _ 16
제1부 불이 나고 10년, 숭례문을 이야기합니다
비극으로 시작해 비극으로 끝난 숭례문 공사 _ 24
숭례문과 흥천사, 정념스님과 이 사장 _ 86
제 후임 복구단장이 최종덕 국장입니다 _ 97
숭례문요? 숭례문은 제 청춘입니다 _ 119
문화재 방재의 왕도는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겁니다 _ 136
제2부 문화재라는 한 우물 파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문화재와 첫 인연, 이렇게 맺었습니다 _ 152
제가 과장 때 욕 참 많이 얻어 먹었습니다 _ 163
문화재 족보, DB는 이런 필요가 있어 만들었습니다 _ 178
문화재수리법과 시방서, 이렇게 다듬었습니다 _ 182
묵은 일을 덜어내니 근대문화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_ 186
과장님도 열심히 해서 문화재전문위원 되세요 _ 189
반구대 암각화는 해결책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_ 194
궁궐 복원은 경복궁이 아닌 창경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_ 204
공사현장 이야기입니다(1) 가설덧집과 나무 _ 227
공사현장 이야기입니다(2) 기와 _ 250
공사현장 이야기입니다(3) 제주에서 시작한 짧은 얘기 _ 267
부재보관소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_ 270
제가 상대방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주는 편입니다 _ 274
제3부 이상필 선배를 기억합니다
우리나라 조경은 자연을 숭상하고 존중했습니다 _ 284
서울시대를 덕수궁에서 마감했습니다 _ 308
부산 영도다리도 철거될 뻔했습니다 _ 323
저도 김창준의 문화재 X-파일이 궁금했습니다 · 유진룡 _ 7
오늘은 어떤 사내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합니다 · 김석희 _ 9
“봄밤 석어당 살구꽃 보러 가시지요!” · 이광표 _ 11
남대문 ‘진주집’에서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 최영창 _ 16
제1부 불이 나고 10년, 숭례문을 이야기합니다
비극으로 시작해 비극으로 끝난 숭례문 공사 _ 24
숭례문과 흥천사, 정념스님과 이 사장 _ 86
제 후임 복구단장이 최종덕 국장입니다 _ 97
숭례문요? 숭례문은 제 청춘입니다 _ 119
문화재 방재의 왕도는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겁니다 _ 136
제2부 문화재라는 한 우물 파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문화재와 첫 인연, 이렇게 맺었습니다 _ 152
제가 과장 때 욕 참 많이 얻어 먹었습니다 _ 163
문화재 족보, DB는 이런 필요가 있어 만들었습니다 _ 178
문화재수리법과 시방서, 이렇게 다듬었습니다 _ 182
묵은 일을 덜어내니 근대문화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_ 186
과장님도 열심히 해서 문화재전문위원 되세요 _ 189
반구대 암각화는 해결책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_ 194
궁궐 복원은 경복궁이 아닌 창경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_ 204
공사현장 이야기입니다(1) 가설덧집과 나무 _ 227
공사현장 이야기입니다(2) 기와 _ 250
공사현장 이야기입니다(3) 제주에서 시작한 짧은 얘기 _ 267
부재보관소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_ 270
제가 상대방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주는 편입니다 _ 274
제3부 이상필 선배를 기억합니다
우리나라 조경은 자연을 숭상하고 존중했습니다 _ 284
서울시대를 덕수궁에서 마감했습니다 _ 308
부산 영도다리도 철거될 뻔했습니다 _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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