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왕 풀어읽기

고객평점
저자소포클레스
출판사항홍문각, 발행일:2018/08/20
형태사항p.191 국판:22
매장위치예술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88515066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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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고서실 서가에서 해묵은 텍스트 하나를 끄집어낸다. 거죽의 먼지를 툭툭 털고
무심히 책장을 열면 누런 종이 위에 박힌 옛 활자체 글자들이 시퍼런 섬광을 내며 일어선다.” 고전이 더러는 박물관 소장품으로 전시되거나 망각되고 또 더러는 소비자 취향에 따라 수익 상품으로 가공되어 문화시장에 유통되는 시대에 나는 이천 오백년이나 묵은 이 텍스트를 집어 들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 고전과 현대의 이중 언어 구사자로서 이 텍스트를 전달하고 뜻을 풀이하는 헤르메스(Hermes)의 역할을 자임해보지만, 화자와 청자 사이의 골 깊은 인식적 거리에 당혹해하는, 그리고 두 방언의 교차점에서 진정 자신의 모국어가 무엇인지를 회의하는 동시 통역사처럼 나는 내가 누구의 대변자인지를 확신하지 못한다.
해석자(inter-preter : 사이에서 말하는 자)의 또 다른 당혹감은 이 텍스트의 존재론적 이중성으로부터 온다. 활자매체로 책상 위에 놓인 이 옛 문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유고들과 함께 논리적 독서를 요청하거나 호머나 사포의 작품처럼 서사적·시적 상상력을 요구하는 문학텍스트인가? 아니면 옛 지중해 반도의 연극축제를 언어의 약호 아래 숨긴 그래서 암호의 해독을 통해 ‘몸’의 부활을 상상해야 하는 공연텍스트인가? 서재와 무대, 어느 한편에 자신의 머리를 두려 하지 않는 이 고의적 실향의 텍스트에게 문학과 연극, 어느 언어로 말을 걸어야할지 나는 망연자실해진다.
무엇보다 애초에, 해석자는 왜 이 텍스트를 선택하는가? 아니면 텍스트가 해석자를 선택한 것인가? 정녕 이 텍스트의 무엇이 그를 사로잡아 시간의 간극과 상이한 예술형태의 틈새 사이에 버둥대도록 묶어 두는가? 공포와 연민을 분출하는 이야기의 틀거리가 고대의 해석자 아리스토텔레스를 포박했고, 아폴로와 디오니소스가 벌이는 유혈 낭자한 투쟁이 현대의 해석자 니체를 매혹했다면, 포스트모던을 살아가는 오늘날 독자/관객의 대변자를 자임하는 해석자는 이 낡은 텍스트의 날선 섬광 속에 무엇을 발견하는가?
이러한 의문과 질문, 그리고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당혹과 기대로부터 이 책은 출발한다. 해석자에게 예정된 목적지는 없다. 해석자에게 주어진 이정표도 텍스트 안에 새겨지거나 감춰진 것 외에는 없다. 지금으로서는 빛바랜 그 이정표들 가운데 하나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오이디푸스의 질문이 적혀 있음을 간신히 식별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어느 박물관에서 만난 기원전 5세기의 항아리에 새겨진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의 대화를 떠올리고는 그 불가해한 퍼즐이 다시 한 번 궁금해질 뿐이다.
그리하여 해석자는 인간의 질문과 괴물의 퍼즐을 부여잡고, 이 텍스트를 - 희망컨대, 생산적으로 - 분열시키는 고전과 현실 그리고 문학과 연극 사이의 협곡이라는 험난한 지형을 섭렵하기 위해 유연한 상상을 허용하는 헤르메스의 넉넉한 날개에 편승할 뿐이다. 그 비행이 해석자를 잠시 내려놓는 곳, 그곳이 독자 여러분과 이 텍스트가 모국어로 만나는 고향이기를 바랄 뿐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소포클레스
고대 그리스 3대 비극작가의 한 사람으로, 아테나이 근교의 콜로노스에서 무기 제조업자인 소필로스의 아들로 태어났다. 15세에는 살라미스 해전의 승리를 감사드리는 찬신가를 선창했고, 초기에는 비극 작가겸 배우로도 활동했다.
기원전 468년, 28세 때 아이스퀼로스를 꺾고 처음 우승한 뒤로, 대 디오뉘소스 제의 비극경연대회에서 18번이나 우승하였다. 무대에 배경 그림을 도입하고 소도구를 채용하는 등 상연 형식을 연구했으며, 코로스를 종전의 12명에서 15명으로 늘리고, 또 배우도 종전의 두 명에서 세 명으로 늘리는 등 비극의 개혁에 힘써 그리스 비극의 완성자로 불린다. 그의 드라마는 세 명의 배우의 대화를 통해 각자의 성격을 생생하게 부각시키고 그들의 성격이 서로 충돌하고, 보복하고, 파멸로 치닫는 과정 속에 복선(伏線)을 배치해 최대한 비극적인 긴박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리하여 그의 최대 걸작으로 평가되는 『오이디푸스 왕』은 아리스토텔레스도 비극의 모든 요건을 갖춘 가장 짜임새 있는 드라마라고 극찬했다. 현존하는 7편을 연대 순으로 보면 『아이아스』 『안티고네』 『트라키스의 여인들』 『오이디푸스 왕』 『엘렉트라』 『필록테테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이다.

 

옮긴이 : 강태경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셰익스피어와 르네상스 연극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셰익스피어 당대 연극의 사회문화사 및 현대 셰익스피어 공연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왔으며, 최근에는 현대영미드라마에 대한 공연학적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드라마터그로서 국내 공연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2018년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두 차례에 걸쳐 강의우수교수로 선정되었다. 동교 통역번역대학원장과 언어교육원장을 역임했고, 한국연극학회 학술이사와 셰익스피어학회 공연이사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에쿠우스 리포트: 런던발 뉴욕행 1974』, 『브로드웨이의 유령: 한 연극학자의 뉴욕 방랑기』, 『연출적 상상력으로 읽는 <밤으로의 긴 여로>』, 『<오이디푸스 왕> 풀어 읽기』, 『현대 영어권 극작가 15인』(공저), 『셰익스피어/현대영미극의 지평』(공저), 역서로는 『안티고네』, 『만인/빌라도의 죽음』, 『햄릿』, 『리처드 3세』, 『리처드 2세』,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아테네의 타이먼』, 『에쿠우스』 및 『서양대표극작가선』(공역)이 있다. 무대 작업으로는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리처드 2세>(이상 국립극단), <꼽추 리처드>, <세일즈맨의 죽음>(이상 예술의 전당), <유리동물원>(명동예술극장) 등이 있다. 학술논문 “Enter Above: 셰익스피어 사극에 있어서 시민들의 자리”로 셰익스피어학회 우수논문상(2000년)을, “누가 나비부인을 두려워하랴: 브로드웨이의 ‘엠. 나비’ 수용 연구”로 재남우수논문상(2003년)을 수상했다.

목 차

감사의 말 | 서문 : 헤르메스의 날개 | <오이디푸스 왕> 미리보기

텍스트와 해석적 주석

 서막 | 대화와 노래 1 | 대화와 노래 2 | 대화와 노래 3 | 대화와 노래 4 | 종막
 역저자 후기 : 부르튼 발로 디오니소스 극장을 나서며

부록 : 전경과 배경
 고대 그리스 연극 : “인간은 만물의 척도”
작품 해설 : 신화, 비극, 역사
 참고문헌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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