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등운암에서 적석사에 이르기까지
젊은 날의 방황과 출가,
그리고 진리를 향한 구도의 여정
계룡산이 품고 있는 절집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등운암. 세상보다 하늘이 더 가까운 그곳에 묵언수행을 즐기는 산승이 살았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데다 양철지붕을 올린 허술한 법당 하나가 전부인 초라한 살림이었다. 행자 수업을 마치고 사미가 된 지 겨우 2년 만에 등운암의 살림을 맡게 된 제민 스님은 이곳을 수행처로 하여 진리를 향한 오직 한길을 떠난다.
이 책은 저자가 세상에 처음 내놓는 에세이로, 젊은 날의 방황과 출가, 그리고 20여 년에 이르는 구도의 여정을 담고 있다. 계룡산 등운암을 지키던 시절부터 부여 무량사를 거쳐 강화도 적석사에 이르기까지 출가 수행자로 살아오며 맞닥뜨렸던 질문들과 일상에서 얻은 소소한 깨달음에 대해 들려준다. 삶과 죽음, 행복, 관계, 욕망, 수행, 자연에 관한 생각들도 아우른다.
삶의 문턱에서 좌절하는 인생들에게
“살다가 가끔씩 넘어지는 게 인생이다.”
출가 수행자로 살기 전, 그 역시 누군가의 아들이자 연인이었다. 사회적으로는 인정받는 엔지니어였고, 원대한 포부를 지닌 청년 사업가였다. 세상의 문턱에 걸려 넘어져 폐인이나 다름없이 살던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뜻밖에도 불교였다. 불교에 귀의하기 전까지 부처가 뭔지, 삼보가 뭔지도 모르던 그에게 놀라운 세계가 펼쳐졌다. 그렇게 운명처럼 시작된 구도의 길에서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스스로 깨친 것들을 이 책에 오롯이 담아냈다.
“살다가 가끔씩 넘어지는 게 인생이다.”
삶의 문턱에 걸려 넘어질 때마다 저자가 떠올리는 은사 스님의 말씀이다. 넘어진 그 자리에서 툭툭 털고 일어나 부처님에게로 가는 오직 한길을 뚜벅뚜벅 걷는 저자는 천생 수행자다. 밝히기 부끄러운 경험조차 담담하게 들려주는데, 이야기의 행간에서 치열한 수행의 증거를 발견할 수 있다. 아울러 경전에 실린 지혜의 말씀도 소개하며 불교의 참뜻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전달한다. 저물녘 산사에 은은히 울리는 종소리처럼 잠든 영혼을 깨우고 지친 마음에 쉼표를 그려주는 책이다.
“일생에 가장 잘한 일은 입산 출가한 것”
진솔하게 써내려간 출세간의 삶과 깨달음의 순간들
출가 수행자라 해서 괴롭지 않고,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그 역시 뜨거운 피가 흐르고, 마음의 경계에 부딪히면 좋고 싫은 감정이 솟구쳐 올라오는 인간이다. 다만 그 경계에 끄달리지 않으며, 바로 알아차리고 돌이키기에 우리는 그를 수행자라 부른다. 저자는 자신이 경험했던 인간적 고뇌를 솔직하게 들려줌으로써 번뇌에 휘둘리지 않고 그것을 녹여내는 법을 보여준다. 그래서 수행이라는 것이 고매한 스님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현실세계에 발 딛고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함을 에둘러 말한다.
이 밖에 산중 암자에 사는 동안 저자가 겪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도 뭉클하고 가슴 찡한 여운을 남긴다. 출가 전에 만났던 여인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일, 아들이 추위에 떨까 봐 무거운 담요를 이고 산을 올라온 어머니의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당황하고 번민하는 저자의 모습이 실로 인간적이다.
“내심 반갑기도 했지만 딱히 말할 수 없는 아픔 같은 것이 가슴 한쪽을 아련하게 찔렀습니다. (…) 불현듯 찾아온 그 여인의 눈빛을 보자 제 마음이 흔들리는 걸 느꼈습니다.”(p.55)
“내가 아프면 누가 대신 앓아주나요?
내가 배고프면 누가 대신 밥을 먹어주나요?
나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
저자는 산사의 사계를 오롯이 느끼며 매순간 살아 있음을 자각한다. 말없이 큰 가르침을 들려주는 자연은 그에게 또 하나의 크나큰 스승이다.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른 채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경전의 경구를 들려준다.
“물이 흐리거나, 뜨거운 불에 끓고 있거나, 이끼로 덮여 있다면, 자신의 얼굴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p. 64)
물이 흐리거나 불에 끓고 있거나 이끼로 덮여 있다면, 우리는 그 물에 자기 얼굴을 비춰볼 수 없다. 이것은 마음이 고요하지 못하고 늘 허둥대는 상태, 즉 끊임없이 번뇌에 빠지는 것을 비유한다. 번뇌에 휘둘리는 삶, 누구에게 기대는 삶이 아니라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걸림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숨을 고를 사이도 없이 앞만 보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이 자기를 비춰보게 해주는 맑은 물이자 삶의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내가 아프면 누가 대신 앓아주나요? 내가 배고프면 누가 대신 밥을 먹어주나요?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고,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입니다.” (p.138)
작가 소개
30대 중반에 입산 출가한 늦깎이 스님이다. 출가 전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큰 포부를 안고 베트남으로 건너가 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2년여 뒤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고 귀국해 운명처럼 불가와 인연을 맺었다. 그때까지도 불교에 대해 무지했으나 난생처음 1만 배 기도를 올리고 비로소 다시 살아갈 이유를 발견했다.
이후 계룡산 신원사로 정식 출가해 행자 수업을 받았다. 사미가 된 지 얼마 안 돼 계룡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등운암의 주지 소임을 맡아 5년여 동안 정진했다. 당시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옹색한 암자를 신심과 원력으로 일궈 수승한 수행처로 변모시켰다. 많은 불자들의 신심을 불러일으키며 불사를 마친 뒤 천년고찰 부여 무량사 주지를 지냈고, 2017년 가을부터 강화도의 낙조대 적석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제민 스님은 계룡산 신원사에서 법전 대종사를 은사로 득도 수계했으며, 남국선원과 태화선원 등지에서 안거했다.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과 공주대 문화유산대학원에서 각각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의원이다.
목 차
책을 내며
1부 구름 위의 암자 이야기 _계룡산 등운암에서
등운암의 새벽 / 홀로 산다는 것은 / 삼보일배로 시작한 불사 / 뉴질랜드인의 보시 / 너를 위해 기도하겠다 / 산승의 공부 /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 어머니의 전기담요 / 암자를 찾아온 여인 / 마음으로 짓는 감옥 / 인생에 대해 한 말씀만 / 물이 흐리거나 끓고 있다면
2부 그대에게 가는 오직 한길 _만수산 무량사에서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 1만 배의 기도 / 행자 수업 / 유한한 삶에서 깨달아야 할 것은 / 나의 스승, 벽암 큰스님 / 그대에게 가는 오직 한길 / 몸은 산중에, 마음은 세상에 / 산사에 폭설이 내릴 때 / 일 없음이 오히려 내가 할 일 / 어떤 청년의 출가 / 덧셈과 뺄셈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 / 휴대폰에 관한 명상 / 마음의 병, 육신의 병
3부 하늘 아래 가장 소중한 당신 _마음의 경계에서
번뇌와 깨달음은 하나 / 삶의 속도를 늦추며 / 존재하는 것은 모두 사라지나니 / 지혜로써 궁극에 이른다 / 숙맥같이, 아이같이 / 천 일 동안 무일푼으로 / 몸에 지닌 것이 많으면 / 토끼에게서 배운 삶의 자세 / 사형수 실험 / 이 숲에서 나무와 새들이 사라진다면 / 자비의 두레박 / 부처의 씨앗 / 하늘 아래 가장 소중한 당신
4부 사랑의 느낌으로 살다 _낙조대 적석사에서
적석사의 봄 / 극락과 지옥을 보여주마 / 불난 집에서 무얼 하나요? / 욕심이 많으면 번뇌도 많다 / 서양의 지성들이 불교를 주목한 까닭 / 혼이 담기지 않은 탱화 / 정업은 난면이라 / 사랑의 느낌으로 살다 / 온돌 같은 사람으로 / 스님과 외제차 / 중생이 아프니 보살이 아프다 / 욕망은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는가? /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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