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전방위 아티스트 패티 스미스
글쓰기를 향한 그녀의 몰입과 헌신
‘펑크 록의 대모’이자 전미도서상 수상 작가인 패티 스미스. 1975년 첫 앨범 『호시스Horses』발표 이후 지금껏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는 명실상부한 ‘여성 로커의 아이콘’이다. 어느덧 일흔을 넘겼지만 그녀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올여름에도 북유럽 최대 축제인 핀란드 ‘플로 페스티벌(Flow Festival)’을 비롯해 독일,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등지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패티 스미스는 뮤지션이면서 화가, 음악평론가, 배우 등 다방면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전방위 아티스트’다. 하지만 앨범보다 시집을 먼저 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특히 시적인 언어가 돋보이는 산문 『M 트레인』, 전미도서상 수상작 『저스트 키즈』는 전미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몰입』은 『M 트레인』에 이어 마음산책이 두 번째로 펴내는 패티 스미스의 산문이다. 예일대학교가 설립한 윈드햄 캠벨 문학상 재단이 출간하고 있는 ‘나는 왜 글을 쓰는가(Why I Write)’ 시리즈 첫 번째 책으로, 글쓰기를 향한 패티 스미스의 헌신적인 마음이 담겼다. 마지막 장(「기차에서 쓴」)에는 저자의 손 글씨 원고 사진 10여 장도 수록됐다.
“추적할 수 없는 공기로부터 끌어온 은유”
찰나를 포착해 창작의 실마리를 발견하다
‘뭔가 다른 걸 찾다가 우연히.’ 책의 첫 번째 장(「마음이 작용하는 방식」)을 여는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는 『몰입』 전체를 요약하는 구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나 글감을 찾아 헤매는 패티 스미스는 우연한 일상에서 창작의 실마리를 건져 올린다. 그리고 이를 정교하게 꿰어내 하나의 작품으로 내놓는다.
두 번째 장(「헌신」)은 패티 스미스가 쓴 단편소설이다. ‘유지니아’라는 에스토니아 소녀가 주인공인 소설 「헌신」은 그녀가 스케이트에 몸과 마음을 온전히 바치는 이야기다. 첫 번째 장과 세 번째 장은 이 소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착상이 이뤄졌는지, 소설 속 소재들은 무엇에 영감을 받은 결과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순례의 여정을 패티 스미스가 미리 ‘계획’하지 않았다는 점은 중요하다. 갈리마르 출판사와 책을 홍보하러 떠나는 ‘사업적’ 여행을 떠나기 전날 우연히 맞닥뜨린 에스토니아의 영화 예고편, 영상에서 본 강렬한 이산離散의 이미지와 파트리크 모디아노의 막막한 그물망 같은 파리, 마지막 순간 우연찮게 집어 든 베유에 대한 논문, 카뮈가 거닐던 갈리마르의 정원과 베유의 무덤, 동생과의 여행을 회고하는 과거로의 순례, 그리고 카뮈의 자택까지. 우연이 모여 운명이 되고 그 운명이 패티 스미스를 자신의 창작물로 이끈다. ―「옮긴이의 말」에서
처음에는 그런 막막하고 불행한 이야기를 쓰게 된 기폭제가 뭘까 궁금했다. 외과의의 펜으로 해부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다시 읽어보니 이야기에 영감을 주고 틈입한 스치는 상념과 사건 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놀라웠다. 심지어 하찮고 무의미한 인용마저 하이라이트로 강조한 듯 똑똑히 눈에 들어왔다.
―42쪽
“그저 살기만 할 수가 없어서”
글쓰기, 그 순례의 여정
패티 스미스는 언어능력과 감수성이 뛰어난 예술가지만, 영감이 오기까지 마냥 기다리는 작가가 아니다. 우연한 발견을 운명으로 뒤바꿀 수 있는 건 글감이 될 만한 소재를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으려는 그녀의 의지 덕분이다. 패티 스미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땐 자연스레 흘려보내지만, 그때에도 창작의 씨앗은 희미하게나마 붙든 채 반복해서 상기한다.
그 굉장한 표현력에 사로잡힌 나머지 애초에 찾던 게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누워서 무자비하게 흩날리는 하얀 꽃잎 사이로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진 추방당한 인간 사슬을 서서히 수평 이동 촬영한 화면을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한다.
―17쪽
세 번째 장(「꿈은 꿈이 아니다」)에서 패티 스미스는 알베르 카뮈의 집에 머물며 그가 마지막까지 집필하던 미완성의 원고를 읽는다. 그녀는 ‘써야만 한다’는 강렬한 충동을 이때 다시금 느꼈음을 고백한다. 이 책의 원제는 ‘Devotion’이다. “우리말 번역본의 제목인 『몰입』도, 책의 두 번째 장에 실린 단편소설의 제목인 「헌신」도 모두 Devotion을 번역한 말”이다. 특히 프랑스어에서 이 단어는 “‘마음속으로 소리 없이 기도하는 행위(silent prayer)’와 ‘고요하게 집중해 깊이 생각하는 행위(meditation)’를 함께 아우르는 묵상”이기도 하다. 패티 스미스에게 글쓰기는 ‘기도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읽고 보는 모든 것들에 ‘몰입’하고 ‘헌신’하는 경건한 태도”가 글쓰기로 이행되는 것이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내 손가락이 촉침처럼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질문을 추적한다. 젊었을 때부터 내 앞에 놓인 익숙한 수수께끼. 언어의 허리띠를 졸라매고 놀이와 친구들과 사랑의 계곡에서 한 박자 바깥으로 물러서기.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합창이 터져 나온다.
그저 살기만 할 수가 없어서.
―129쪽
글쓰기를 향한 패티 스미스의 열정은 우리에게도 많은 걸 시사한다. 그녀는 창작을 위한 필요조건이 비단 재능에만 있지 않다는 걸 몸소 보여준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하는 것들이 특별해 보일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글을 쓰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패티 스미스
미국의 뮤지션. 작가이자 공연 예술가, 시각 예술가.
1970년대 시와 록을 혁명적으로 융합해 주목받았고, 총 12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데뷔 앨범인 '호시스Horses'는 '롤링스톤스'가 선정한 ‘역대 최고의 앨범 100’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1973년 고담 북 마트에서 처음 드로잉 전시회를 연 뒤 1978년부터 로버트 밀러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거래하고 있다. 2002년에는 앤디 워홀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2005년, 프랑스 문화부에서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영예인 예술문학훈장을 받았고 2007년에는 로큰롤 명예의전당에 입성했다. 2011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에 꼽혔으며 지금까지 여성 로커의 아이콘, 펑크의 대모로 평가받는다.
1980년 디트로이트에서 뮤지션 프레드 소닉 스미스와 결혼했으며 두 사람 슬하에는 아들 잭슨과 딸 제스가 있고, 현재 뉴욕 시에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M 트레인』 『저스트 키즈』 『산호 바다』 『순수의 신점』 『양털 줍기』 『바벨』 『위트』 등이 있다.
옮긴이 : 김선형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종대학교 초빙 교수를 지냈으며 2010년 유영번역상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 『M 트레인』 『수전 손택의 말』 『이노센트』 『미 비포 유』 『쿠쿠스 콜링』 『다시 태어나다』 『캐주얼 베이컨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빌러비드』 『어바웃 어 보이』 『시녀 이야기』 『재즈』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등이 있다.
목 차
헌신
꿈은 꿈이 아니다
옮긴이의 말
기차에서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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