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첫사랑과 사춘기!
어린이문학의 영원한 화두를 탐구한 동시집
김륭 시인의 동시집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이 출간되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 정신으로 새로운 시 세계를 펼쳐 온 시인은, 어린이들의 ‘첫사랑’과 ‘사춘기’에 관한 신선하고 재미있는 동시를 선보인다. 눈에 보일 듯이 선명하게 시적 상황을 보여 주면서도 간명하게 요약할 수 없는 알쏭달쏭한 메시지를 담아낸 작품들이 동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모든 첫사랑은 두더지와 함께
-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어린이의 마음
대담하고 신선한 비유와 긴장을 머금은 리듬감으로 동시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온 김륭 시인의 동시집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은 제목에서 드러나다시피, 어린이들이 겪는 첫사랑의 감정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사실감 있게 표현한다. 어두운 땅속에서 굴을 파고 다니는 두더지를 통해 누군가를 몰래 좋아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표현하고(「모든 첫사랑은 두더지와 함께」), 좋아하는 아이만 보면 심장이 두근두근 뛰어서 마치 하늘의 달 위까지 뛰어오를 것 같은 마음을 그린다(「소녀 무사 나홍주」). 사랑은 독감처럼 예방 주사를 맞는다고 안 오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어린이의 모습도 있다(「독감」). 좋아하는 아이의 손을 우연찮게 잡아 보았던 경험을 소중하게 기억하는 모습은 자연스레 미소를 불러일으킨다.
내가 무슨 말만 하면 / 발그레 얼굴이 달아오르고 / 꽥 소리라도 지르면 / 눈을 핑글 / 눈물부터 돌리는 / 그 애 앙증맞은 손을 / 신발 벗겨져 넘어졌을 때 / 딱 한 번 잡아 보았던 / 손을 신발이랑 같이 몰래 / 잡아 와서 / 우리 집에서 / 키운다 _「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 4?금붕어」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에는 남몰래 짝사랑하는 어린이들만 있는 건 아니다. 복면을 쓴 자객처럼 나타나서 “한눈팔면 죽어!”라고 이야기하며 당차게 연애하는 어린이도 있고(「자객」), 자기의 뇌와 심장을 좋아하는 상대에게 모두 빼앗겼다며 “사랑에 빠진 나는 이제 끝났다”라고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어린이도 있다(「인형의 시간-사랑의 시작」). 이제 자기도 어엿하게 사랑을 할 나이가 되었다고 고백하는 목소리는 특히나 눈길을 끈다.
걔가 약속, 하고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 나도 약속, 하고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 마침내 찾았다 / 서로의 말을 걸어 둘 / 곳! // 어릴 땐 코만 파던 새끼손가락에 / 약속을 걸고 사랑을 걸었다 _「새끼손가락」
사랑은 어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김륭 시인은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이해하기 때문에 어른의 눈높이에서 어린이들의 사랑을 귀여워하거나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어린이의 첫사랑과 연애 감정을 온전한 사랑으로 받아들인다. 어린이 독자들은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을 읽으며 누군가를 좋아하고 또 누군가와 연애를 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정말 소중한 경험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네가 가고 싶은 길로 가라
- 사춘기를 겪으며 성장하는 어린이들
사춘기는 몸의 변화에 따라 마음도 이리저리 변화하는 시기이다. 김륭 시인은 사춘기를 시작하는 어린이들이 좌충우돌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실감 나게 그려 낸다. 괜히 욕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꽃 이름을 자꾸 되뇌이는 아이의 모습을 그리고(「개불알꽃」), 선생님을 미워해서 놀려 주고 싶은 마음도 그린다(「호랑말코와 회전목마」). 자기도 모르게 자꾸 비밀이 생겨나는 어린이의 마음속 풍경을 담은 동시도 있다(「거짓말 상자」). 어른들의 온갖 간섭에 힘겨워하는 어린이가 이제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겠다고 선언하는 동시는 몹시 인상적이다.
엄마가 현관문 앞에 세워 둔 / 쓰레기봉투 속에 처박힌 내 낡은 / 신발을 구했다 // 공원 산책로에서 / 좀 멀리 떨어진 풀숲에 가만히 / 갖다 놓았다 // 나홍주! 지금부터는 / 마음대로 가라 네가 가고 싶은 / 길로 가라 _「나홍주 신발 구하기」
많은 사람들이 사춘기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감정이 오락가락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에는 감정의 폭이 커지는 게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시인은 사춘기 어린이가 감정이 풍부해짐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의 고통과 슬픔을 공감하는 데까지 나아가면서 차츰 성장해 가는 모습을 담아낸다.
엄마가 아픕니다 / 나는 가만히 엄마 곁에 / 앉아 있습니다 / 엄마가 슬픈 날에도 / 그렇습니다 공부를 하거나 / 나가서 놀다 오라고 해도 / 그냥 곁에 있습니다 / 많이 아프거나 슬퍼 보이면 / 서 있을 때도 있습니다 / 울고 싶어도 참습니다 / 자꾸 귀찮게 한다고 / 혼이 나더라도 / 그냥 가만히 / 나보다 먼저 울고 있을 / 엄마의 마음 지붕이 되어 줍니다 _「마음 지붕」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되는 실험 정신
김륭 시인은 2010년대를 대표하는 동시인으로 그동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줄곧 동시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왔다.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에서도 도저한 실험 정신은 꾸준히 유지된다. 시인은 해설 없이 80편의 시를 담았고, 그 가운데 왕따 문제를 비장하면서도 마법이라는 낯선 소재를 통해 풀어낸 「장풍」은 60행이 넘는 긴 시다. 일상의 답답함을 이겨 내기 위해 우주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담은 「우주 만화 5-손바닥 왕국에서 인디언 왕국까지」는 무려 80행이 넘게 이어진다. 어린이들이 긴 동시를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이유로 장시를 삼가는 경우가 많지만, 김륭 시인은 발랄한 상상력과 속도감 있는 문체로 어린이들 곁으로 육박해 간다. 길이만이 아니다. 「우주 만화 3-눈물 반지」는 동시 속에 또 한 편의 동시가 그림엽서 형태로 들어간, 일종의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 있다. 「명언」 「산책」처럼 유명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유쾌하게 뒤집어 버리는 장면도 김륭 동시의 특별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안 시인의 추천사처럼 “김륭 동시를 통해 아이들의 일상과 내면은 재발견되고 해묵은 동심과 동시는 새롭게 해석되고 발명된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륭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동시집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 『별에 다녀오겠습니다』 『엄마의 법칙』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 시집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원숭이의 원숭이』를 냈습니다.
그림 : 설찌 설지혜
1990년 제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해피 매직 북』 『물들이다, 제주』 『오늘의 기록』 등을 출간했고, 『옷장 위 배낭을 꺼낼 만큼 키가 크면』 『코끼리를 타면 안 돼요?』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 차
머리말|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어른이 있다
제1부 모든 첫사랑은 두더지와 함께
새끼손가락
모든 첫사랑은 두더지와 함께
세상에 단 한 마리뿐인 물고기
자객
소녀 무사 나홍주
물방울 이야기 1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 1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 2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 3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 4
물방울 이야기 2
사춘기 미술관
독감
연애 공부
달과 돼지
인형의 시간
제2부 사춘기의 시작
사춘기의 시작
가자미이거나 넙치이거나
개불알꽃
지구의 심장
돼지가 돼지꿈을 꿀 때
참 다행이다
사춘기
거짓말 상자
내가 나에게
나홍주 신발 구하기
복어
낙지
땡감
낮잠
진짜
산책
제3부 우주 만화
우주 만화 1
우주 만화 2
우주 만화 3
우주 만화 4
우주 만화 5
냉장고에서 코끼리를 꺼내는 저녁
있음 없음
나무 위에 올라간 코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버찌 이야기
의자 날다
개미 눈곱
시끄러운 생일 파티
물고기 극장 1
물고기 극장 2
긴팔원숭이
제4부 새가 머리에 똥을 싸는 순간
달걀 일기
초콜릿
염소 여행사
메뚜기
잠자리 안경
하품
호랑말코와 회전목마
꼴통 세트
새가 머리에 똥을 싸는 순간
복숭아 할머니7
고양이 작가님께서
궁리
장풍
추석
누렁이 빵 생각
물꿩
제5부 엄마가 좀 크다
얼음
물의 가방
바보 우산
명언
사과
시간 놀이
옛날에
홍시
엄마가 좀 크다
짜증왕
마음 지붕
하품
콩나물 조심해
닭과 도둑
뚱뚱한 선풍기
호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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