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런던을 문학의 도시라고 한다면 파리는 낭만의 도시다. 파리가 이런 이름과 이미지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훌륭한 미술과 건축, 도시경관, 공원, 강변, 카페와 노천식당, 교회에서 울려퍼지는 쇼팽의 음악, 지하클럽에서 연주되는 재즈 때문일까? 아니면 파리지앵들의 개성있는 패션과 문화, 라이프스타일이나 푸치니의 오페라, 플로베르와 빅토르 위고의 소설, 카르티에 브레송의 낭만적인 사진들 때문일까? 또는 우수, 흑백영화나 사진 같은 어둠에 대한 사랑, 열렬히 사랑할 권리에 대한 지지, 불행할 때 오히려 행복을 느낀다는 파리지앵의 역설적 행복론 때문일까? 사실 이 모든 것들이 파리를 낭만의 도시로 불리게 하는 이유가 된다. 파리의 분위기 있는 강변과 부두, 낭만적인 거리와 오래된 건물들은 어느 것 하나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없다. 즉 낭만적인 파리는 파리지앵들의 손에 의해 수세대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파리는 이미 오래전에 낭만주의가 싹트고 꽃핀 곳이며 낭만주의자들의 삶과 사랑과 투쟁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빛의 도시이기도 한 파리의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과 낭만적인 분위기는 그래서 더 강렬하고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지도 모른다.
역사와 여행과 회고록이 어우러져 있는 이 책은 총 8개의 파트, 4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가 파리로 건너와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페르 라셰즈 묘지를 방문하고 파리와 파리의 낭만주의자들에 대한 탐색에 나서는 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어 빅토르 위고가 살았던 보주 광장의 마레지구, 보들레르가 정착했던 생 루이 섬, 빅토르 위고와 깊은 관련이 있는 시테 섬의 노트르담 대성당과 그가 묻힌 팡테옹, 조르주 상드와 그의 연인들, 들라크루아가 즐겨 찾았던 뤽상부르 공원, 랭보와 베를렌, 뒤마의 라틴지구, 발자크를 위시해 수많은 예술가, 문인들이 깃들었던 볼테르 부두, 뒤마의 색다른 파티 이후 예술지구로 지정된 신아테네와 피카소, 모딜리아니 등이 머물렀던 몽마르트르, 발자크와 고티에의 자취를 엿볼 수 있는 파시지구로 저자의 순례는 이어진다. 이야기의 중심축은 낭만주의자들의 삶과 사랑과 배신, 복수 그리고 낭만주의 운동과 문화혁명 등에 관한 것이다. 또한 이들의 뮤즈 또는 지배자였던 연인들이 그들의 작품세계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 보여준다. 또다른 축은 파리가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게 되고 빛의 도시가 된 파리 정비와 도시계획에 관한 정치와 역사의 씁쓸한 이면에 관한 것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미국에서 태어나 파리의 매력에 빠져 이주해온 독특한 이력의 저자는, 마치 날실과 씨실을 엮듯 위대한 낭만주의자들의 삶과 사랑을 자신의 삶과 사랑과 엮으면서 이 도시의 세속적이고 낭만적인 곳들을 순례하고, 파리가 오늘날과 같은 면모를 갖추게 된 역사, 정치적인 배경도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화려하고 그럴듯한 파리의 겉모습보다 더 새롭고 솔직하고 흥미로우며 깊이 있는 파리의 진면목을 알게 되고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
다른 도시에 비해 유독 예술과 낭만의 도시로 기억되는 파리. 아름다운 건축물과 교회들, 광장과 개선문, 센 강변과 섬들, 부두, 멋진 다리, 세계적인 박물관들이 곳곳에 있는 파리. 그래선지 파리로 떠나 그곳의 자유롭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고 그만큼 파리에 관한 여행서들은 많다. 이 책은 일반 여행서가 아니라 프랑스 문학, 미술, 음악, 연극, 사진계를 주름잡던 낭만주의 시대 인물들의 삶이 녹아 있는 장소들에 대한 일종의 기행문이며 순례기라 할 수 있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와 추천의 말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가 알지 못했던, 혹은 그냥 지나쳤던 파리의 속살을, 진짜 얼굴을 저자 특유의 재치있고 솔직한 필체로 보여준다.
저자는 오노레 드 발자크, 샤를 보들레르, 프레데릭 쇼팽, 외젠 들라크루아, 앵그르, 알렉상드르 뒤마, 귀스타브 플로베르, 테오필 고티에, 빅토르 위고, 마르셀 프루스트, 알퐁스 카, 프란츠 리스트, 프로스페르 메리메, 앙리 뮈르제, 알프레드 드 뮈세, 펠릭스 나다르, 제라르 드 네르발, 샤를 노디에, 자메 프라디에, 샤를 오귀스탱 생트뵈브, 가스통 르루, 조르주 상드, 모딜리아니, 피카소 등 세계적인 문학가, 예술가들이 깃들어 있던 곳들을 직접 찾아가보고 감상하고 탐구하고 그들의 사랑과 인생, 해프닝, 작품세계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파리지앵들의 '신기혐오증'이나 우울함과 우수, 열렬히 사랑할 권리에 대한 비호뿐 아니라 현재의 파리가 있기까지 중요한 문화, 역사, 정치적인 사건들을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곳들은 대부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곳들ㅡ몽마르트르 언덕, 노트르담 대성당과 시테 섬, 바스티유 광장, 팡테옹, 몽파르나스 타워, 뤽상부르 공원, 콩코르드 광장, 페르 라셰즈 묘지, 상젤리제 거리, 리볼리 거리, 퐁네프나 퐁데자르 다리ㅡ이지만, 마레지구, 라틴지구, 파시지구, 볼테르 부두, 생 루이 섬 등 관광코스로는 다소 낯선 장소들도 등장한다. 낭만주의 작가들, 화가들, 연인들이 즐겨 찾던 많은 카페들, 한때 귀족이나 세력가들의 저택이었던 카르나발레 박물관, 발자크 박물관, 낭만주의 박물관, 모로 박물관 등의 개인 박물관이나 하우스 박물관, 낭만주의자들의 아지트였던 아스날 도서관 등을 조명한 것도 새롭다.
100여 컷의 역사적이거나 현대적인 사진이나 스케치, 그림들은 저자의 생동감 넘치는 글을 보완하고 더 빛나게 하며, '사연이 있는' 조각상들과 공원, 부두와 섬과 언덕과 교회에 가 있는 것 같은 실감이 나게 해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파리를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단순히 많은 관광명소를 가진 세계적인 여행지가 아니라, 화려한 이면에 드리워진 우수와 반항과 낭만과 사랑의 도시라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그런 '스토리' 때문에 아마 파리가 더욱 매혹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빛의 도시이기도 한 파리의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과 낭만적인 분위기는 낭만주의 시대의 체제 전복적인 문학과 미술, 음악이라는 어두운 근원을 바탕으로 자라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기 바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데이비드 다우니
샌프란시스코 출신으로 뉴욕,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덴스, 로마, 밀라노에서 살다가 1980년대 중반에 파리로 이주했다. 그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오가며 살고 있다. 여행과 예술에 관한 그의 글은 전 세계적으로 50여 편이 넘는 출판물에 소개되었다. 그는 아내 알리슨 해리스Alison Harris와 함께 파리, 버건디, 로마, 이탈리안 리비에라의 맞춤형 도보여행 전문 여행사인 파리, 파리 투어Paris, Paris Tours의 공동 소유주다. 그는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은 《파리, 파리Paris, Paris》와 베스트셀러 《파리에서 피레네까지Paris to Pyrenees》의 저자다.
옮긴이 : 김수진
이화여자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후 공공기관에서 통번역 활동을 해 왔어요.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자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옮긴 책으로는 『하이디』 『우리아이 첫 과학백과: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프랑스 라루스 과학백과』 『레오나르도 다빈치』 『과학 원리로 재밌게 풀어 본 건축물의 구조 이야기』 『나쁜 말 먹는 괴물』 등이 있어요.
목 차
*감사의 말
part 1 하녀의 다락방에서 낭만적으로 만나다
1 기구를 타고 머리 위를 날다/ 02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파리를 해독하다/ 03 페르 라셰즈 묘지로 가는 증기선
part 2 첫번째 위대한 낭만주의 서클을 발견하다 - 마레지구, 생 루이 섬
04 프랑스 혁명 기념일/ 05 게스트의 출현/ 06 반항의 낭만/ 07 정의할 수 없는 것을 정의하다:낭만주의/ 08 시詩라는 무기를 보관하고 있는 무기고/ 09 빅토르, 아델, 생트뵈브의 삼각관계/ 10 에르나니 전투/ 11 로미오, 줄리엣을 찾다/ 12 빅토르에게 정복당하다/ 13 템플 기사단/ 14 역사적인 선물/ 15 발자크의 마레지구
part 3 보들레르의 섬
16 기쁜 슬픔 혹은 낭만적인 불행/ 17 성性, 마약 그리고 멋진 포즈/ 18 꿈속의 섬
part 4 위대한 남성(그리고 여성)을 숭배하다- 노트르담 대성당, 팡테옹
19 낭만의 건축/ 20 반反낭만주의자/ 21 죽은 자들의 아카데미 프랑세즈
part 5 낭만적인 유희 - 뤽상부르 공원, 라틴지구, 생 제르맹 데 프레
22 녹음이 우거진 낭만의 팡테옹/ 23 상드의 자리/ 24 나비 수집가/ 25 회전목마와 사연을 품은 조각상들/ 26 슬며시 보헤미안이 되다/ 27 물 마시는 사람들/ 28 정답은 모뮈스/ 29 색이냐 선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30 술 취한 배, 배고픈 작가, 커다란 클라리넷 두 개/31 들라크루아의 마지막 저항
part 6 볼테르 부두
32 센 강변의 무대/ 33 달타냥과 아몬틸라도의 술통/ 34 뒤마, 들라크루아에게 퇴짜 맞다
part 7 낭만주의의 전성기부터 모더니즘의 탄생까지 - 신아테네와 몽마르트르
35 들라크루아의 수명이 짧은 작품, 길이 남다/ 36 파리의 아크로폴리스/ 37 쇼팽의 손 / 38 언덕 중의 언덕/ 39 악마가 보살펴 주리니/40 빈민가에 출입한 부유한 문인 스타인과 피카소의 푸른 장미/ 41 돌 안에 깃든 영혼
part 8 열린 결말
42 길고도 험난한 길/ 43 파시지구의 고요한 나날들/ 44 SMS를 보내며: 발자크가 사랑을 담아서
*주요 사건 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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