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아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 줄 수 있는 엄마,
하지만 성장하는 존재의 숙명대로 아이의 눈길은 바깥으로 향하고……
언제까지나 그대로 품 안에 있을 수 있을까요?
“아이는 어떻게 성장할까? 그 곁에서 또 엄마는?”
“엄마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아이 덕분에 엄마로 만들어지는 것!”
우리 시대 모성에 대하여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모든 엄마들의 필독서!
신화적인 판타지, 상처받고 고립된 여성, 힘과 공포, 오래된 상징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 작가 ‘키티 크라우더’의 걸작.
“너는 나의 진주야. 내가 너의 조가비가 되어 줄게.”
무엇이 엄마를 만들까요?
아이 덕분에 메두사 엄마는 두려움을 이기고 세상 밖으로 나와요.
보름달 빛이 유난히 밝은 밤. 두 산파가 메두사의 집으로 바쁘게 향해요. 바야흐로 새 생명이 태어나는 엄청난 일이 시작되었거든요! 산파는 살아 움직이는 메두사의 기다란 머리칼과 실랑이하며 출산을 도왔어요. 마침내 메두사는 딸 이리제를 낳았지요.
이리제의 생활은 모두, 밥을 먹는 일도 첫 발을 내딛는 일도 다 메두사 엄마의 머리칼 속에서 이루어져요. 메두사 엄마는 이리제를 자신의 머리칼 속에 꼭꼭 품어 두지요.
‘이리제. 너는 나의 진주야.’
하지만 이리제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은데……. 이리제는 학교에 갈 수 있을까요?
메두사 엄마는 이리제와 떨어질 수 있을까요?
■ 아이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어른과
그 성 안에서 견고한 보호막으로 둘러싸인 아이들,
모두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그림책.
머리카락 속에 자신을 가두고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메두사 엄마. 이리제가 태어나면서 그 견고한 세계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지요. 산파들의 도움으로 출산한 데 이어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는 마을 사람들에 둘러싸이니까요.
메두사에게 이리제는 고귀한 진주입니다. 자신은 그 진주를 지키는 조가비, 겉껍데기이지요. 사람 속으로 섞여 들어가는 일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메두사에게 이리제는 가장 큰 불안 요소입니다. 지켜볼 수 없는 곳으로 이리제를 보내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지요.
“부모와 자녀의 만남 역시 다른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두 우주가 만나는 일이다.
한 우주가 다른 쪽을 잡아먹어선 안 된다.” _키티 크라우더
아이가 글을 읽을 때도, 놀이를 할 때도, 언제나 함께해야 마음이 놓이는 메두사는 자녀 주위를 맴돌며 일거수일투족을 이끌어 가려는 ‘헬리콥터맘’이나 아이 앞의 장애물을 먼저 나서서 제거하려는 ‘잔디깎기맘’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아이의 숙제부터 시작해서 대학 생활, 사회생활까지 모두 끌어안고 관리하려는 지나친 모성애를 일컫지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오히려 무엇엔가 결핍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타자와의 소통도 즐기지 못하고, 자기 욕구를 조절하는 법도 알기 어렵다고요.
양육은 늘 어렵고 정답이 없는 길이라지만, 아이는 집이라는 울타리 밖에서도 혼자 설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부족하진 않을까, 잘못하고 있지는 않을까…… 늘 불안해하는 어른들.
현명하게도 메두사 엄마는 이리제를 위해 마음을 좀 놓아 보기로 합니다. 이리제를 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한 거예요. 품에서 떠나보낸 아이를 그저 지켜보는 일이 엄마에게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불안을 애써 다스리며 내 아이를 믿어 주는 일 또한 지극한 사랑이라고 이 작품은 말해 줍니다.
■ 외로운 섬처럼 자신을 가둬 두던 메두사,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성장하다!
《메두사 엄마》는 어린이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다른 책과는 다르게 엄마의, 어른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사람에 대한 심리적 방어막과 두려움 속에 자신을 꼭꼭 가두고 살아온 메두사. 키보다 더 길고 마법처럼 살아 움직이는 메두사의 ‘뱀 머리’는 혼자서 모든 세파를 감당해 온 그간의 외로운 시간을 한눈에 보여 주는 듯합니다. 산파들을 문 밖으로 밀어 내고, 이웃들에게서 이리제를 갑옷처럼 감싸 지키는 머리칼. 내가 원할 때, 언제나 나를 지켜준 머리칼.
하지만 이리제가 학교에 가는 첫날, 그 머리칼은 뜻밖의 장애물이 됩니다. “엄마를 보면 아이들이 무서워한다”며 따라오지 말라니! 내 시야 안에 아이를 둘 수도 없는데, 다른 가족처럼 아이를 데리러 갈 수도 없다니!
수업이 모두 끝나고, 이리제는 혼자 쓸쓸히 집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반가운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메두사 엄마가 두터운 장막을 걷어 내고 세상으로 나온 것이지요.
아이는 엄마를 통해 자라지만 거꾸로 엄마 또한 아이 덕분에 차츰차츰 성장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리제는 메두사 엄마가 조가비처럼 덮어 지켜야 할 진주이기도 하지만, 사실 엄마의 여린 속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잘려 나온 후 따뜻한 바다를 헤엄쳐 작가 어머니의 고향이 있다는 북쪽으로 향하는 뱀 머리카락들은 그 해답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환상의 세계를 아름답게 그려 내는 일러스트레이터,
흡입력 넘치는 이야기를 창조하는 이야기꾼,
유럽 현대 그림책의 장인, ‘키티 크라우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수상 작가인 키티 크라우더는 따뜻한 선, 아기자기하고 화사한 색감, 개성이 제각각 다른 살아 있는 인물 표현 등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그림으로 주목받는 작가입니다. 크라우더 작품 세계의 중요한 축 중 하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이야기’이지요.
키티 크라우더는 어렸을 적 난청을 앓았는데 그때 소리로 알지 못하는 여러 정보를 관찰하고 상상하며 사람들과 소통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크라우더의 작품에는 중요한 맥락을 암시하는 재미난 상징들이 가득합니다.
《메두사 엄마》에는 면지부터 본문 곳곳에 해파리 이미지가 그려 있습니다. 프랑스어 ‘메두사(méduse)’가 해파리로도 해석된다는 점에서 착안했는데, 작가는 어렸을 적 해안가로 밀려온 해파리를 바다로 돌려보내려다 쏘인 경험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숱 많은 머리카락을 풀지도 못하고 그 안에서 세상과 거리를 두며 살아가는 메두사와 해파리가 어딘가 닮았다고요.
“나는 이야기들이 결코 죽지 않는다는 것을 믿어요.
이야기들은 돌아와서 다른 옷을 입고 있지만, 뿌리는 같아요.” _키티 크라우더
신화 속 메두사는 얼굴을 마주한 사람을 돌로 만들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존재입니다. 본래는 아름다운 여성이었지만 여신 아테나의 분노를 사 흉측한 괴물로 변해 버린 존재, 하지만 죽어 가는 순간 페가수스와 크리사오르를 탄생시킨 존재!
상처받고 고립된 여성, 힘과 공포, 그 껍질 안에 깃든 아름다움과 경이로운 생명력…….
오래된 상징과 신화 속의 인물은 작가의 세심한 연출을 빌려 입고 오늘 우리에게 ‘모성’과, 아이와 어른을 통틀어,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성장’에 관한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보기에 아름다운 작품’ 이상의 강렬한 매력을 지닌 키티 크라우더의 ‘읽는 이야기’는 우리 자신을 위로하고 치유하며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줍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키티 크라우더
현대 그림책 장인으로 평가받는 어린이책 작가이자 화가. 1970년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영국인 아빠와 스웨덴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청각 장애로 다섯 살이 넘어서야 말을 했는데, 어린 시절부터 새, 꽃, 돌 들을 좋아하고 장소의 아름다움에 민감했으며 책 속 세상에 빠져들었다. 1994년 첫 그림책을 출간한 이래 수십 권의 어린이책을 펴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수상했다. “나는 시간을 초월한 이야기를 만들려고 해요. 전화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어요. 오직 사람들과 하늘, 땅, 그리고 자라고, 걷고, 날아다니는 모든 것들만 있죠.”라는 크라우더의 세계는 분명치 않은 것, 마법, 보이지 않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상으로 이루어지며, 근본적인 감정들을 다루고 있다.
옮긴이 : 김영미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외대 동시통역대학원 한불과를 졸업했습니다. 서울 올림픽 조직위원회 전문직 번역사로 근무했고, 헤드헌터로도 일했습니다. 지금은 충남 내포에서 좋아하는 두 가지 일, 어린이·청소년 책 번역과 오카리나 연주를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영어책, 《열아홉의 프리킥》 《양 헤는 밤》 《꼬마 생쥐 줄리아》 《리 루저》 등과 불어책, 《토마토》 《감자》 《생플》 《열여섯 살 베이비시터》 《나무 위 고아 소녀》 《책 바이러스 LIV3, 책의 죽음》 등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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