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반지의 제왕>에서 <어벤져스>까지
사람들은 왜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열광하는가
우주 최강의 망치를 휘두르는 토르, 계략이라면 따라올 자가 없는 로키, 신들의 세상 아스가르드... 어느덧 우리 곁으로 다가온 새로운 이름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기원인 북유럽 신화에 대해서는?
‘신화’ 하면 아직 그리스 신화를 떠올리기 쉽지만, 각종 문화콘텐츠의 아이디어 원천으로 북유럽 신화가 자리 잡은 지는 이미 꽤 되었다. <반지의 제왕>이나 <왕좌의 게임> 같은 영화와 드라마를 비롯하여 각종 게임의 배경에서까지 북유럽 신화의 모티브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북유럽 신화의 세계가 낯설기만 한 당신을 위해 《처음 만나는 북유럽 신화》가 출간되었다.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신화》 《신화 읽어주는 남자》 《우리 곁에서 만나는 동서양 신화》 《신화, 우리 시대의 거울》 등으로 신화의 세계를 대중적으로 소개해온 저자의 흥미로운 안내를 따라 북유럽 신화의 매력에 빠져보자.
토르·로키·오딘에서 라그나뢰크까지
이제는 북유럽 신화의 시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 <어벤져스>, <토르> 등을 본 적이 있다면 토르와 로키, 오딘, 아스가르드, 묠니르 등의 이름이 친숙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작가의 상상에만 의지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북유럽 신화에서 차용한 것들이다. 다소 순박하지만 엄청난 힘을 가진 토르와 그의 망치 묠니르, 계략을 일삼지만 마냥 미워할 수 없는 로키, 그들이 사는 아스가르드, 그리고 아스가르드 최고의 신 오딘 등의 설정은 북유럽 신화의 내용 그대로다. <토르> 시리즈 중 한 편의 제목이기도 한 ‘라그나로크’는 만화와 게임으로도 유명한데, ‘신들의 황혼’이라는 뜻의 북유럽 신화 종말 이야기 ‘라그나뢰크’에서 그 이름과 설정을 가져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화화되어 큰 인기를 누린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나 인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그 원작인 《얼음과 불의 노래》 역시 북유럽 신화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최근 들어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야기의 원형에는 다름 아닌 북유럽 신화가 자리 잡고 있다.
방대한 북유럽 신화 이해를 위해
꼭 필요한 열두 편의 이야기
북유럽 신화에 일단 관심을 갖게 되어도 그 방대한 신화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낯선 이름들과 그 복잡한 관계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책은 《처음 만나는 북유럽 신화》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북유럽 신화 초심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이야기를 전하는 것에 집중했다.
첫 장은 북유럽 신화가 태어난 얼음과 불꽃 사이의 텅 빈 세계 ‘긴눙가가프’에서부터 북유럽 신화의 세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우주나무 ‘이그드라실’까지 거대한 이야기를 떠받치고 있는 배경을 간단히 소개한다.
2장부터는 북유럽 신화의 주요 인물들을 살핀다. 로키와 그의 자식들, 최고신 오딘, 전쟁의 신 토르는 물론이고, 화요일의 신 티르, 금요일의 기원이 된 미의 여신 프레이야, 신들의 젊음을 약속하는 여신 이둔까지 주요 신들을 살펴본 후에는, 북유럽 신화가 갖는 독특한 존재인 서리거인과 난쟁이, 그리고 북유럽 세계의 천국 발할라와 영웅들을 발할라로 안내하는 요정 발키리에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렇게 주요 인물과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쌓인 후에는 북유럽 신화와 관련해서 빼놓을 수 없는 탐욕의 대서사시 ‘니벨룽겐의 반지’와 북유럽 신화의 종말 이야기 ‘라그나뢰크’를 전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니벨룽겐의 반지나 라그나뢰크의 경우 그 복잡하고 거대한 이야기 구조 때문에 이해하기가 만만치 않은데, 단숨에 그 핵심을 파악할 수 있게 안내한다는 게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이다.
토르 vs 로키 vs 오딘
북유럽 신화의 진짜 주인공은?
이 책이 복잡한 북유럽 신화의 세계를 알기 쉽게 전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주인공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이다.
북유럽 신화의 주인공은 누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를 떠올리듯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게 최고신 오딘이다. 최근 할리우드 마블 시리즈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토르의 매력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북유럽 신화의 진짜 주인공으로 ‘로키’를 꼽는다. 북유럽 신화의 결정적인 장면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태도와 행동을 보이며 사건을 엉뚱한 곳으로 끌고 가는 게 로키다. 하지만 그 엉뚱한 전개는 결국 이야기의 본질을 꿰뚫고 나간다.
신들의 세계인 아스가르드를 지키는 튼튼한 성벽은 로키가 아니었으면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고,(28쪽 ‘아스가르드의 성벽 쌓기’ 참조) 토르를 상징하는 망치 묠니르도 로키가 일을 벌이지 않았다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33쪽 ‘난쟁이의 선물’ 참조) 그리고 신들의 황혼 라그나뢰크도 그 출발점은 역시 로키였다.(192쪽 ‘발데르의 죽음’ 참조) “북유럽 신화 자체가 거대한 활이라면 로키는 그 본질을 관통하는 예리하고도 날카로운 화살이다.”(27쪽)
지혜로운 왕 오딘과 싸움의 최강자 토르만으로는 북유럽 신화의 묘미를 모두 이야기할 수 없다. 바로 이 사이의 빈 공간에 로키가 등장하면서 북유럽 신화는 한층 매력적인 이야기로 거듭난다.
왜 지금 북유럽 신화인가?
-‘운명’에서 ‘모험’으로,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이야기를 원한다
저자는 이제 그리스 신화의 시대가 가고 북유럽 신화의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풍요로운 지중해 지역에서 태어난 그리스 신화가 르네상스 이후 수세기 동안 다듬어지면서 단정한 느낌을 주는 모범생 이미지를 갖게 된 반면, 북유럽의 척박한 토양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얼음 밑에서 잠자고 있던 북유럽 신화는 거친 불량학생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스 신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그리스 비극들이 주로 피해갈 수 없는 ‘운명’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북유럽 신화는 최고신 오딘마저도 더 큰 지혜를 얻기 위해 스스로를 내던지는 모험과 도전의 세계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여러 담론에서도 느낄 수 있듯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했고, 그에 따라 새로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삶의 자세가 필요해졌다. 모범생보다는 거칠고 삐딱한 학생이 필요해진 시대, 주어진 운명적인 삶을 거부하고 도전과 모험에 나서는 삶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진 시대 상황과 북유럽 신화의 열풍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경덕
문화인류학 박사. 저술가 및 번역가. 한양대 철학과를 졸업했고, 그 후 한양대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학에서 아시아 문화, 종교 문화, 신화와 축제 등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신화 읽어주는 남자』 『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 『신화, 우리 시대의 거울』 『우리 곁에서 만나는 동서양 신화』 『그리스와 놀자』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신화』 『황금과 교역의 나라 페르시아』 『인문학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등이 있다. 주요 번역서로는 시오노 나나미의 『그리스인 이야기』(전 3권)를 비롯하여, 『유목민의 눈으로 본 세계사』 『살아남은 로마, 비잔틴제국』 『결코 사라지지 않는 로마, 신성로마제국』 『고민하는 힘』 『주술의 사상』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등이 있다.
목 차
1. 북유럽 신화의 세계
2. 북유럽 신화의 진짜 주인공, 로키
3. 불길한 로키의 아이들
4. 죽음으로 삶을 바꾼 오딘
5. 북유럽 세계의 해결사, 토르
6. 요일을 결정한 신들
7. 영원한 젊음을 약속하는 여신, 이둔
8. 거칠고 황량한 존재들, 서리거인
9. 풍요로운 약자들, 난쟁이
10. 영웅들의 안식처, 발할라
11. 탐욕의 서사시, 니벨룽겐의 반지
12. 신들의 황혼, 라그나뢰크
맺음말을 대신하여: 왜 지금 북유럽 신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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