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신문 서평
아이야 달려라, 이 가을 가기전에
뭉게구름 피어나는 하늘을 날고 있는 잠자리들이 아이가 힘껏 쳐든 잠자리채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가을도 함께 그 속으로 걸려들어 버릴 것만 같다. 강아지가 아이를 따르다가 저녁의 황금빛 들판을 내쳐 달리고, 아이는 손등 위에 앉은 고추잠자리를 보느라 잠자리채를 팽개쳤다. 낙엽은 아이의 머리를 막 스쳐 지나간다.
단풍이 들었는가 싶으면 금세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것처럼 가을은 서둘러 아이의 곁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머물렀다 가라고 해도, 가을은 할 일을 어서 마쳐야 한다는 듯 길을 재촉한다. 산아래 들녘을 황금빛으로 물들인 가을은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산비탈 사과 밭에 덜 익은 사과 알들을 익혀주고, 밤나무의 밤톨을 나무 아래로 떨어뜨린다.
밤에는 귀뚜라미와 풀벌레 악단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는 가을의 그림자는 아이와 너울너울 춤을 추고는 ‘잘 쉬었다’고 인사하며 달빛 깔린 길로 멀어져간다. 그렇게 가을은 붙잡아 둘 새도 없이 바삐도 가버린다.
도시의 삭막한 가을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이 한권의 그림책으로 진짜 가을과 만나게 해주면 어떨까. 가을이 너무 멀리 가버리기 전에….[2002.10.12 경향신문 이무경 기자]
가을의 냄새·색깔·느낌은 요런 거
‘내 옆에서/ 가을이/ 함께 들길 걷고 있었어요./ 가을은/ 마른 감잎처럼/ 바스락거리며/ 햇살에 후끈 단/ 모과 냄새를 훅 퍼뜨렸어요./ 가을은/ 선물이라며 내 손등에/ 고추잠자리를 얹어 주었어요.’
가을이 오고 있다. 이미 낙엽으로, 햇살로, 향기로, 고추잠자리로 온 전령사들은 마음 가득 가을을 안겨주고 있다.
『가을을 만났어요』는 가라앉은 초록에서 따듯한 겨자색으로, 짙은 주황색에서 회갈색으로 바뀌며 점차 깊어가는 가을이 한수임씨의 그림 속에 향기롭게 담겨있다. 글쓴이 이미애씨는 경북 영천시 화북면 정각리 산골마을에 살면서 쓴 시로 가을을 갈무리했다.
들판을 쏘다니며 잠자리를 잡던 아이가 문득 이상한 기미를 느낀다. 어제까지도 익숙하던 풍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간다. 논이며 들판이며 숲의 모습에 가을색이 완연해진다. 아이는 어느덧 무구한 감성으로 가을을 전한다.
‘어둠 속에서는/ 귀뚜라미 방울벌레/ 풀벌레 악단이/ 귀뚜르르 찌리링 리이리이/ 노래를 불러 주었어요./ 나는/ 가을과 그림자와 함께/ 너울너울 춤을 추었어요.’[2002.10.14 한겨레신문 조연현 기자]
아이야 달려라, 이 가을 가기전에
뭉게구름 피어나는 하늘을 날고 있는 잠자리들이 아이가 힘껏 쳐든 잠자리채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가을도 함께 그 속으로 걸려들어 버릴 것만 같다. 강아지가 아이를 따르다가 저녁의 황금빛 들판을 내쳐 달리고, 아이는 손등 위에 앉은 고추잠자리를 보느라 잠자리채를 팽개쳤다. 낙엽은 아이의 머리를 막 스쳐 지나간다.
단풍이 들었는가 싶으면 금세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것처럼 가을은 서둘러 아이의 곁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머물렀다 가라고 해도, 가을은 할 일을 어서 마쳐야 한다는 듯 길을 재촉한다. 산아래 들녘을 황금빛으로 물들인 가을은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산비탈 사과 밭에 덜 익은 사과 알들을 익혀주고, 밤나무의 밤톨을 나무 아래로 떨어뜨린다.
밤에는 귀뚜라미와 풀벌레 악단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는 가을의 그림자는 아이와 너울너울 춤을 추고는 ‘잘 쉬었다’고 인사하며 달빛 깔린 길로 멀어져간다. 그렇게 가을은 붙잡아 둘 새도 없이 바삐도 가버린다.
도시의 삭막한 가을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이 한권의 그림책으로 진짜 가을과 만나게 해주면 어떨까. 가을이 너무 멀리 가버리기 전에….[2002.10.12 경향신문 이무경 기자]
가을의 냄새·색깔·느낌은 요런 거
‘내 옆에서/ 가을이/ 함께 들길 걷고 있었어요./ 가을은/ 마른 감잎처럼/ 바스락거리며/ 햇살에 후끈 단/ 모과 냄새를 훅 퍼뜨렸어요./ 가을은/ 선물이라며 내 손등에/ 고추잠자리를 얹어 주었어요.’
가을이 오고 있다. 이미 낙엽으로, 햇살로, 향기로, 고추잠자리로 온 전령사들은 마음 가득 가을을 안겨주고 있다.
『가을을 만났어요』는 가라앉은 초록에서 따듯한 겨자색으로, 짙은 주황색에서 회갈색으로 바뀌며 점차 깊어가는 가을이 한수임씨의 그림 속에 향기롭게 담겨있다. 글쓴이 이미애씨는 경북 영천시 화북면 정각리 산골마을에 살면서 쓴 시로 가을을 갈무리했다.
들판을 쏘다니며 잠자리를 잡던 아이가 문득 이상한 기미를 느낀다. 어제까지도 익숙하던 풍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간다. 논이며 들판이며 숲의 모습에 가을색이 완연해진다. 아이는 어느덧 무구한 감성으로 가을을 전한다.
‘어둠 속에서는/ 귀뚜라미 방울벌레/ 풀벌레 악단이/ 귀뚜르르 찌리링 리이리이/ 노래를 불러 주었어요./ 나는/ 가을과 그림자와 함께/ 너울너울 춤을 추었어요.’[2002.10.14 한겨레신문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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