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68혁명 50주년”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을 통해 68혁명의 전체 모습을 조망하다
올해로 발발 50주년을 맞는 68혁명은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그 여파가 미친 사회적 격변으로서 오늘날까지 우리는 68혁명이 우리의 일상과 사회 문화적 영역에 직간접적으로 미친 깊고 강렬한 여파와 더불어 살고 있다. 실패한 혁명 혹은 무책임한 젊은 세대의 광기였다는 일부의 평가를 뒤로하고 68혁명은 한 시대를 새롭게 구성한 예외적 사건으로서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인 미완의 혁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68혁명을 특징짓고 규정하는 수많은 해석이 있지만 현대 프랑스 철학에서 68혁명이 가지는 독특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격변의 시기에 철학자들은 무엇을 하였는가? 이 책은 68혁명 50주년을 기념하여 현대 프랑스 철학을 연구하는 국내의 학자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68혁명과 관련된 철학자들의 사유와 행적을 서술한 글들을 실음으로써 다각도에서 68혁명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추구하고 있으며, 철학 외에도 역사학과 여성주의의 관점에서 쓴 두 편의 글을 더 실어 68혁명의 전체 모습을 조망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혁명의 단순한 전개와 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한 추상적이고 평면적인 분석을 접하기보다는 68혁명의 흐름과 관련된 역동적인 변화의 과정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상상력에 권력을!”
68혁명, 새로운 사유의 길을 창조하다
68혁명에는 늘 따라붙는 평가가 있다. 실패한 혁명이라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볼 때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애매하듯이 성공한 혁명이란 것도 마찬가지다. 헤아릴 수 없는 욕망들이 중첩되고, 정확히 무엇으로부터인지도 모를 해방에 대한 기대가 팽배하며, 여기에 뒤틀린 발산에 대한 욕구가 가세한다. 권력의 쟁취나 제도의 변혁만으로도 불가능한 지점들이 있는 것이다. 미성숙해 보이는 반항들과 무질서해 보이는 저항들은 때로는 광기로, 때로는 축제로 나타나고 우발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극대화되며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기에 이른다. 이리하여 “상상력에 권력을!”이라고 부르짖었던 68혁명의 구호가 의미 있는 것이 된다. 이 상상력의 힘을 표상화하고 언어로 드러내는 일은 분명 철학자들의 몫이다.
68혁명은 프랑스 내부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인 저항운동으로 이어져 한 시대를 새롭게 구성하였고, 당대의 프랑스 철학자들은 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철학을 직조해나갔다. 68혁명은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로 하여금 현상에 무관심하거나 현상을 해석하는 데만 머물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현실에 참여하도록 이끈 예외적 사건이다. 사르트르는 세대를 가로질러 전방에 서서 노년의 정열을 불태웠고 프랑스 페미니즘 운동은 전례 없는 힘을 보여주었으며 푸코와 들뢰즈, 바디우는 자신들의 세대를 대표하여 새로운 사유로 새 시대를 직조하기 시작했다. 알튀세르, 라캉, 데리다는 각각 자신의 자리에서 소임을 다했다. 구조는 출렁이기 시작하고, 시대는 혼돈을 창조하고 혼돈은 새로운 사유의 길을 창조해냈다.
지난 해 우리는 평화적 저항운동을 통해 정권 교체라는 역사적 변혁을 이루어냈다. 68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재조명은 아직도 진행 중인 우리 삶의 변화 속에서 그 방향을 가늠하기 위한 유익한 논의를 제공해줄 것이다.
사르트르부터 라캉, 푸코, 알튀세르, 데리다, 들뢰즈를 거쳐 바디우에 이르기까지,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에게 68혁명은 무엇인가?
이 책의 첫 번째 글인 「프랑스와 독일 68혁명의 결정적 사건과 5월의 폭발」(정대성)은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본 68혁명의 전개의 상세한 맥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도움을 준다. 이 글은 68혁명이 단지 프랑스에 국한된 사건이 아니라 국제적 현상이라는 데 주목하여 저항의 시작이자 중심부였던 독일과 프랑스에서 사건의 전개 과정을 좇으면서 이를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해줄 뿐 아니라 사건이 일어난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68혁명을 대하는 지식인들과 언론의 태도를 낱낱이 보여준다.
「사르트르와 68혁명: 사르트르의 반격」(변광배)은 사르트르와 68혁명의 관계를 탄탄한 학문적 기초를 토대로 역동적으로 서술함으로써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사르트르는 68혁명이 제일 먼저 소환한 철학자로, 68혁명은 사르트르의 명성이 퇴조해가던 시기에 일어나 그의 철학을 극적으로 회생시켰다. 사르트르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지지했고 그들 사이에 오간 교감은 사르트르를 혁명의 철학적 아이콘으로 부상하게 만들었다. 사르트르가 68혁명을 예언했는지 아니면 68혁명이 사르트르를 재평가하게 만들었는지는 분명히 단언할 수 없으나 이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사건을 철학적 사건으로 만든 첫 번째 사상가가 사르트르임은 부정할 수 없다.
「구조는 거리로 나와 어떻게 되었나?: 68혁명과 라캉」(최원)은 68을 계기로 나타난 라캉의 태도 변화를 살핀다. 라캉의 이론적 틀의 급선회는 68 이후 전개된 두 번째 물결의 페미니즘 운동의 도전을 계기로 일어난다. 특히 그의 이론의 가부장적 성격, 팔루스 중심주의적 성격에 대한 여성 분석가들의 비판에 답하기 위해 라캉은 팔루스를 넘어서는, 즉 담론을 넘어서는 여성의 주이상스를 인정한다. 이 글에 의하면 라캉의 보수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론적 변화는 모든 형태의 혁명에서 정체성의 정치가 배제의 정치로 변질될 위험을 경고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참조점을 제공해준다.
프랑스에서 여성해방운동이 구체화한 일상의 변화는 68혁명의 명백한 결실이자 성과로 현대인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여성과 청년의 성을 대하는 당시 사회의 태도는 68의 주역들이 분쇄하고자 했던 권위주의적 위계질서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 “여성해방운동”의 발전과 왜곡 과정: 1970년대와 1980년대 초 사이의 상황을 중심으로」(강초롱)는 많은 사람이 68을 이야기할 때 놓치는 핵심적인 지점을 정확히 짚어준다. 68혁명으로 인해 촉발된 프랑스여성해방운동(MLF)은 가부장제의 해체라는 동일한 목표 아래 정당이나 단체의 조직적 운동 형태가 아니라 “다양한 모임이 공존과 연대를 통해 만들어내는 거대한 투쟁의 흐름”의 형태를 띠고 성 역할로부터 남녀 모두를 해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 글은 이 운동이 비록 신세대의 새로운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으나, 멀리는 대혁명 시기의 여성들의 집단적 투쟁과, 가까이는 보부아르가
작가 소개
: 프랑스 철학에 관심이 있는 국내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2005년 5월 창립했다. 프랑스 철학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이래 연구가 상당히 두텁게 쌓이면서, 연구자들은 그 성과를 정리해 확산할 필요를 느꼈다. 현재 정기적인 학술대회와 저술 활동을 통해 프랑스 철학의 국내 연구기반을 다지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 프랑스 철학사』는 『프랑스 철학과 문학비평』(문학과지성사 2008)에 이어 기획한 두번째 책이다.
목 차
책머리에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에게 68혁명은 무엇인가
프랑스와 독일 68혁명의 결정적 사건과 5월의 폭발
정대성
사르트르와 68혁명
사르트르의 반격
변광배
구조는 거리로 나와 어떻게 되었나?
68혁명과 라캉
최원
프랑스 “여성해방운동”의 발전과 왜곡 과정
1970년대와 1980년대 초 사이의 상황을 중심으로
강초롱
루이 알튀세르와 68
혁명의 과소결정?
진태원
데리다
혁명의 탈-구축
주재형
푸코와 68혁명
사건이 아닌 경험, 신화가 아닌 비판으로서의 혁명
도승연
무의식을 생산하라
들뢰즈의 정치철학
김재인
바디우와 ‘붉은 시대’
‘비제도적 정치’와 ‘파괴’ 개념을 중심으로
장태순
지은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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