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부모은중경은 부모와 자식을 동시에 교육시키는 훌륭한 교과서"
안성에 있는 천년고찰 석남사의 고승 정무스님은 주지를 맡는 절마다 경내에 '부모은중경 탑'을 세우고 절을 찾는 사람들에게 거기 담긴 뜻을 강조해 오고 있습니다. 스님은 최근 어느 지면에서 그 까닭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즘 모두들 부모님 은혜를 모르니 가정이 망가지고, 인성이 파괴되는 거여. 효도를 알면 가정이 평화롭고, 가출하는 청소년이 안 나와요. 효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실이야. 부모은중경은 부모와 자식을 동시에 교육시키는 훌륭한 교과서라구."
"이 한 몸이 태어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연과 은혜가 있었는지..."
얼핏 케케묵은 과거의 윤리관을 내세우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이어지는 말을 듣어보면 크게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윤회를 말하는 불교의 입장은 일체중생이 다 과거세의 내 부모이고 형제라는 거여. 이 한 몸이 태어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연과 은혜가 있었는지를 알아야 해요... 은혜를 아는 데서 불쌍한 사람 보면 자비심을 내고, 부정한 것을 보면 정직한 마음을 내고, 어리석은 것을 보면 지혜를 내는 마음이 연을 따라 자꾸 나타나는 것이지."
어린이와 어른 누구나 쉽게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쓰고 그린 '모든 이의 고전'
새고 보면 그 말은, '부모은중경'이 단지 부모의 은혜를 알고 효도할 것을 설파하는 한 종교의 경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나'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하여 나를 소중히 여기고 부모를 소중히 여기며 나아가 모든 사람을 소중히 여기도록 해 주는, '모든 이의 고전'이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이 책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는 그러한 부모은중경의 내용을 어린이와 어른 누구나 쉽게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쓰고 그린 작품입니다.
부모님께 바치는 그림책, 자녀들과 나누는 그림책
이 책은 초로를 지난 중견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인 화가 곽영권이 평생 행상을 하며 자식 뒷바라지를 해온 팔순의 노모께 바치는 선물에서 비롯하였습니다. 화가는 부모은중경에 부모님이 주신 자신의 재능을 담은 그림을 붙여 어머니께 드림으로써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한 것이지요. 손으로 제본한, 그 몇 권 안 되는 그림책이 어린이책 작가이자 시인인 이상희를 만나 자녀들과 나누는 그림책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다소 고풍스럽고 어려운 글을 누구나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간결하고도 서정적인 글로 풀어 써서 어린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 것입니다.
부모와 자녀를, 나와 만인을 잇는 사랑과 소통의 책이 되기를...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의 자식이면서, 또한 누군가의 부모가 됩니다. 자식이 아닌 부모가 없고 부모가 안 될 자식이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부모와 자식은 서로의 마음을 몰라주기 일쑤입니다. 수직의 질서가 강조되었던 전통 사회에서는 '은혜'와 '효성'으로써 그 간극을 메우고자 하였습니다만, 수평적 교류가 존중되는 현대사회에서 그것은 종종 낡은 가치로 치부되곤 합니다. 그러나 '은혜'와 '효성'은 곧 '사랑'과 다른 말이 아니지요.
이 책은 바로 그 사랑을 말하는 그림책입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깨닫고, 그럼으로써 자식의 부모에 대한 사랑을 생각게 하는... 부모의 한없는 사랑을 깨닫는 것은 또한 자신이 그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남들 또한 소중하다는 것도 알게 되겠지요. 이 작은 그림책이 그러한 깨달음의 도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작가 소개
글 : 이상희
1960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시와 그림책 글을 쓰고 번역하며 그림책 전문 어린이 도서관 ‘패랭이꽃 그림책 버스’와 이상희의 그림책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외래교수이며, 사회적협동조합 그림책이사장, KBBY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시집 『잘 가라 내 청춘』, 『벼락무늬』, 어른을 위한 동화 『깡통』, 그림책 『이야기 귀신』, 『빙빙 돌아라』와 『그림책 쓰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이 작은 책을 펼쳐 봐』, 『네가 만약』, 『까만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등이 있다.
그림 : 곽영권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책 작가로 아트디렉터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시립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시사 그림책 『80년대 이야기』와 다큐멘터리 그림책 『꽃동네 이야기』가, 그린 책으로 『사물놀이 이야기』, 『사자개 삽사리』,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등이 있으며, 글을 쓴 책으로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선생님과 함께 만든 『비움 Room in the heart, Bium』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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