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그냥 모퉁이를 돌았을 뿐인데, 위안을 얻을 때가 있다.”
―유머와 위안이 가득한 산책 중독자의 즐거운 소요(逍遙)기와 필름 카메라가 포착한 일상의 풍경들!
《아보카도를 만지며 산책을 합니다》는 여행보다 산책을 더 좋아하는 산책 중독자가 일본 여행을 가서도 명소 대신 동네를, 관광 대신 산책을 택해 목적 없이 소요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일본의 동네를 하릴없이 돌아다니다 문득 떠오른 자유로운 상념들과 필름 카메라로 포착한 일상의 풍경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작가의 남다른 시선과 특유의 언어감각이 빚어낸 유쾌한 문장들과 필름 카메라 특유의 정서적 감응을 불러일으키는 사진들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일본의 고즈넉한 동네를 함께 거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어딘가로 가던 중 갑자기 마음이 동해 내린 정거장, 그저 하던 일을 하고 있을 뿐인 사람들, 길에서 마주친 고양이와 새들, 비슷한 듯 다른 일본의 동네와 길과 건물들을 바라보며 떠올린 상상과 상념들은, 작정하지 않고 마주한 풍경들처럼 때로는 예기치 않은 위안과 평온을, 때로는 깔깔거리게 하는 유머와 위트를, 때로는 삶에 대한 통찰로 공감과 위로를 전해준다. 작가의 말대로 “그냥 모퉁이를 돌았을 뿐인데” 거기서 마주친 위안의 풍경들이 독자들에게도 생생하게 전달될 것이다. 당장 산책중독자의 유쾌한 산책기가 독자들의 산책 유발 지수를 팍팍 높여줄 것이다.
일상을 바라보는 저자만의 독특한 시선과 상상이, 시적이기도 하고 산문적이기도 한 개성 넘치는 문장들과 만나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무심한 듯 세심하게 촬영된 필름 카메라 사진은 보는 것만으로도 평화롭고 아름답다. 독자들을 산책의 매력 속으로, 그런 산책길에 문득 찾아오는 순간의 미학 속으로 끌어들이는 책이다.
“산책을 나서기 전에 가끔 주머니에 잘 넣고 다니지 않는 것들을
일부러 챙겨 넣고 집을 나서곤 합니다.
브로콜리나 고양이 캔이나 아보카도 같은, 뭐 그런.
기분전환이 됩니다.”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순간순간을 만끽하는 최고의 기분전환 방법, 산책!
이 책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그저 이렇게 한갓지게 걸으며 자신만의 생각에 몰두하는 산책의 묘미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오로지 목적을 향해 달려 결과를 내야만 하는 현대인의 일상에 대한 의심이 우리 사회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소확행이나 워라벨 같은 말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심지어 여행을 가서도 관광명소에서 인증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에 빠진 이들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이 보여주는 여행법(산책)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하릴없이 거닐며 삶에 편재한 일상적인 순간들을 마주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감동적인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름 카메라로 담아낸 일본 주택가의 일상과 삶의 편린들, 평범한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섬세하게 엮어낸 문장들, 문득 걸음을 멈추게 하는 무심결에 떠오른 길모퉁이의 사색들을 통해, 저자는 그저 가만히 거니는 것만으로도 삶의 상처들이 치유되고 에너지가 충전되는 경험들을 들려준다. 이 책에서 작가가 시도하는 그 하릴없는 소요(逍遙)는, 비단 일본이 아니라도, 혹은 여행 중이 아니어도, 삶 속에서 언제든 가능한 충전의 비법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산책 중독자의 보행법은 이렇다. 첫째, 마음 가는 대로 걷는다. 둘째, 평범한 풍경을 무심히 바라본다. 셋째, 마음이 동하면 필름 카메라에 담는다. 넷째, 문득 떠오른 상념에 잠긴다. 그저 그것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아보카도나 고양이 캔을 주머니에 넣고 거닐면 한결 기분이 좋아지더라는 것은, 저자만의 팁이다. 기분전환이 필요하다면, 아보카도를 만지작거리며 동네를 걸어보시길 적극 권장하는 책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선재서
음악과 영화를 좋아했지만, 그렇게 열심히 몰두하지는 않았다. 잘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서 최후의 보루를 사수하듯 지금껏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교대역 근처 합주실에서 연습을 마치고 충동적으로 도보 여행을 떠났던 어느 해 늦여름, 파출소 숙짓고에서 자고 버스 정류장에서 자고 대형 트럭 바퀴 옆에서 자고 해변에서 자고 포도밭에서 잔 적이 있다. 한번 오랫동안 걷는 재미를 경험하고 났더니 자연스럽게 산책을 다니는 생활 습관을 갖게 되었다.
영화과 조교 시절 퇴근길에 메모해두었던 글을 슬쩍 읽다가 같이 걷던 친구가 보여달라고 해서 황급히 구겨버린 적이 있다. 그 시절 서럽게 우는 일이 잦았던 친구를 삐치게 한 대가를 치르려고 구겨버린 메모지의 글들이 모여 책으로 엮인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요즘은 스케이드보드를 연습하고 있다. 역시나 제대로 잘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인생을 살아온 사람답게 가장 중요한 기술인 알리(Ollie)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때때로 된통 넘어져 저절로 낙법 비슷하게 멋지게 뒹구는 게 마음에 들 때가 있다. 다정하지만 말수가 적은 사람이 어쩌다 던지는 망한 유머를 좋아한다.
목 차
산책 1 사세보[佐世保]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에게 잊힌 사람이니까
● 산책의 행간―종점 ㆍ 문학소년 ㆍ 나비
산책 2 삿포로[札幌]
외롭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견디지 못했겠지
● 산책의 행간―도서관 ㆍ 가방 ㆍ 언덕
산책 3 세타가야[世田谷]
애서가의 걸음걸이처럼
● 산책의 행간―독서 ㆍ 재
산책 4 도쿄[東京]
정처 없는 배회자에서 평범한 보행자로
● 산책의 행간―길 ㆍ 공원 ㆍ 취미
산책 5 가와사키[川崎]
요통을 참으며 걸어 다닙니다
● 산책의 행간―만독가 ㆍ 허공 ㆍ 나무
산책 6 다가와고토지[田川後藤寺]
미끄럼틀은 스베리DIE
● 산책의 행간―민들레 ㆍ 차임벨
산책 7 즈시[逗子]
바닷가 마을 슈퍼마켓 앞 코카콜라 벤치를 만나면
● 산책의 행간―편지 ㆍ 연주회
산책 8 교토[京都]
빗물에 젖은 튤립과 눈높이를 맞추며
● 산책의 행간―아침 ㆍ 날씨 ㆍ 주머니 ㆍ 영화 ㆍ 잠버릇 ㆍ 햇빛
산책 9 가나자와[金澤]
아무 데서나 되짚어 아무렇게나
● 산책의 행간―이별 ㆍ 눈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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