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미국 남서부 인디언들이 남긴 삶의 흔적을 사진과 글로 만나다
Native Americans, Amerindians, American Indians, Indians, Indigenous Americans. 위의 명칭은 전부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을 일컫는 말이지만, 우리에게는 ‘인디언’이라는 명칭이 훨씬 익숙하다. 현재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과 역사는 불투명한 미지의 세계로 남겨져 있다. 고고학자들의 연구와 탐사, 얼마 남지 않은 인디언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기록이 있고 그들이 살던 터전은 보호구역과 국립공원 등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으나, 우리가 인디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알려면 그들이 세상에 남긴 흔적을 찾아보고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는지를 상상해 보는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책에 실린 각 유적을 적게는 두 번, 많게는 다섯 번 정도를 여행했다. 각 지역의 간단한 여행 정보와 저자가 직접 찍은 유적지의 사진을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저자의 풍부한 상상력과 날카로운 통찰력, 그리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써내려간 이 답사기는 여태까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미국 남서부 인디언의 세계로 이끌어 줄 것이다.
조금은 알 듯, 그러나 사실은 잘 모르는 미국 인디언들의 이야기
피부가 붉다고 해서 홍안(紅顔)이라고 불리는 그들은 사실 거무스름한 피부를 가졌다. 추장의 모자는 깃털로 화려하게 장식했으며, 손과 입을 사용해서 내는 독특한 구호 소리로 동료들을 부른다. 암각지와 초원을 안식처로 삼은 그들은 땅 위로 드리워진 근사한 분홍빛 하늘을 바라보며 자연에 감사한다.
이런 점들은 우리가 인디언 하면 어렴풋하게나마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떤 역사를 겪어서 오늘날 극소수만이 살아남았는지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한국에서뿐만이 아니라 원래 인디언들이 살았던 북아메리카 대륙과 멕시코 등지에 현재 살고 있는 이들조차 마찬가지이다.
침략의 역사, 눈물겨운 오늘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시작으로 아메리카 대륙의 평화는 깨졌다.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있는 힘껏 노력했지만 신식무기를 들고 물밀듯이 쳐들어오는 이방인들의 맹공을 견딜 수는 없었고, 마침내 1890년 운디드 니 학살로 인디언들의 보금자리는 폐허가 되고 말았다. 전쟁에서 진 나바호 인디언들은 상대편 지도자 키트 카슨 장군의 명령으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제공하겠다는 미명하에 ‘보호구역’으로 쫓겨났다. 갑작스러운 이주명령으로 억지로 고향을 떠난 탓에 많은 인디언들은 새로운 환경과 규칙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고, 병에 걸려서 목숨을 잃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어떻게든 고향으로 돌아간 이들도 있었으나 그토록 애를 쓰고 돌아간 고향의 모습도 예전의 것이 아니었다. 땅의 주인이었던 그들이 도리어 이방인이 되고 만 셈이다. 그렇게 삶의 한 귀퉁이로 내몰려버린 인디언들은 온전한 역사의 주인이 아니라 은둔자가 되어버렸다.
당신이 아는 인디언의 모습은?
지난 2세기가 넘는 동안 현대 사회에서 인디언의 이미지는 소비되어 왔다. 20세기 초중반에 나온 서부영화에서는 종종 극악한 악당으로 묘사되었고, 이후에도 사회적 소수자, 혹은 모든 대자연의 흐름을 이해하고 평화를 소망하는 현자의 상징과 같은 메타포처럼 사용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실제 인디언들의 삶은 퍽 달랐다.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했던 인디언들 중 현재 보호구역에서 사는 이들은 생활이 팍팍하다 보니 관광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폭리를 취하거나 술과 마약에 찌들어 사는 등 불안정한 삶을 이어간다. 아직도 인디언들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가운데 사회적으로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허나 과거에 대지의 힘을 신봉하고, 한편으로는 가보지 못했어도 공감각적으로 느끼는 바다와 같은 자연을 이해하려 하며, 모든 것은 자연과 아이들에게서 빌려왔다고 말하던 그들의 욕심 없는 마음은 거짓이 아니었을 것이다. 자연의 자유로움과 관대함을 추구했던 그들이 고된 생활을 겪게 된 건 스스로의 잘못만이라고 몰아세울 수는 없기에, 무조건적인 연민과 이해심으로 그들을 감싸지는 못해도 일방적인 비난만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디언들이 남겼던 흔적을 발로 좇다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족적을 그대로 따라가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들 한다. 2011년 출판된 『우리는 모두 인디언이다』의 개정증보판인 이번 책은 저자 강영길의 숱한 답사를 통해 완성되었다. 저자는 서두르지 않고 지긋이, 그리고 고집스럽게 인디언들의 거취를 찾았다. 인상 깊었던 장소는 몇 번이고 다시 방문하고 그들의 발자취를 좇았다. 언뜻 보기엔 지루할 수도 있는 여행이지만, 여행 자체를 음미하고 원주민의 삶을 떠올려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때로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때로는 풍부한 상상력과 애정을 담아 써내려간 저자의 답사기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미국 남서부 인디언의 세계로 이끌어 줄 것이다.
작가 소개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국민일보 주최 ‘국민문예상’에서 중편소설 《자유의 운명》으로 등단하여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한때 공교육 현장에서 국어를 가르치다가 유명 수험 강사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가 펜을 든 것은 하늘로부터 주어지는 영감을 세상에 전하기 위함이다. 말씀의 진리를 글로 풀어내는 일에 소명을 품은 그는 일명 ‘묵상하는 소설가’로 살아가고 있으며, 현재 ‘내 인생 쓰기 학교’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간의 저작으로 소설 《낙숫물이 바위를》(민예당), 시집 《책상 위의 칼자국》(문학의 전당), 여행 에세이 《우리는 모두 인디언이다》(프로네시스), 학습서 《국어 공부 10회로 승부하기》(한권의 책), 그리고 제31회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신앙일반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밥보다 예수》(홍성사)가 있다.
목 차
프롤로그
1.참으로 아름답구나
-캐니언 드 셰이 내셔널 모뉴먼트(Canyon de Chelly National Monument)
2.별들이 땅으로 떨어지리
-모뉴먼트 밸리 나바호 트라이벌 파크(Monument Valley Navajo Tribal Park)
3.나와 연결되지 않은 것은 없다
-캐니언랜즈 국립공원(Canyonlands National Park)
4.그들도 바다를 그리워했을까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
5.이름으로 우주를 만들다
-뉴스페이퍼 록(Newspaper Rock)
6.바람이 달리는 길
-모아브 록 아트 사이트(Moab Rock Art Sites)
7.자유롭고 행복하게 거닐 수 있다면
-다이노소어 내셔널 모뉴먼트(Dinosaur National Monument)
8. 우리는 다시 살 것이다
-드라이 포크 캐니언(Dry Fork Canyon Rock Art Site)
9. 용서하고 사랑할 시간
-나인마일 캐니언(Nine Mile Canyon Petroglyphs)
10.자연은 인간보다 위대하다
-캐피털리프 국립공원(Capitol Reef National Park)
11.바람만이 답을 아네
-내추럴 브릿지스 내셔널 모뉴먼트(Natural Bridges National Monument)
12.바람 속의 먼지처럼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Grand Canyon National Park)
13.땅이 가르치는 것처럼
-우팟키 내셔널 모뉴먼트(Wupatki National Monument)
14.그 방향으로 나아가라
-월넛 캐니언 내셔널 모뉴먼트(Walnut Canyon National Monument)
15.돈을 먹고 살 수 없다
-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 국립공원(Petrified Forest National Park)
16.산의 그림자로 만든 집
-반델리어 내셔널 모뉴먼트(Bandelier National Monument)
17.땅이 음식을 먹다.
-차코 컬처 내셔널 히스토릭 파크(Chaco Culture National Historic Park)
18.우리는 삶에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아즈텍 루인스 내셔널 모뉴먼트(Aztec Ruins National Monument)
19.일어나
-메사버디 국립공원((Mesa Verde National Park))
20.네 막대는 어느 쪽으로 떠가느냐
-호벤위프 내셔널 모뉴먼트(Hovenweep National Monument)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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