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거장의 클래식도 사소한 기분에서 출발했다!
당신의 16가지 감정을 닮은 고전음악 이야기
“백 년쯤 된 것이 아니라면 안심할 수 없어요”
세상이 무섭게 변해도 마음은 한자리에 고여 있었기에
더 이상 클래식하지 않은 시대에도 여전히 클래식한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오랜 역사를 지나오면서도 꾸준히 사랑받은 곡들을 신뢰하고 그 단단함에 의지한다.
- 본문 중에서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이 살아온 한 감정이 존재했다. 그리고 감정이 있는 곳에는 음악이 흘렀다. 그렇게 전해진 음악 가운데 유난히 긴 세월을 살아남은 것들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클래식이라 부른다. 클래식을 만든 세기의 작곡가들은 흔히 ‘차원이 다른 천재’로 여겨지지만, 그들도 우리처럼, 도무지 마음대로 안 되는 ‘마음’을 어쩌지 못해 음악을 만들었다.
기쁨, 평화, 열정 같은 긍정적인 감정부터 우울, 불안,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까지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르내리는 마음의 격랑을 그들도 겪었다. 그들은 백 년쯤 어린 우리에게 속삭인다. 지금 네 기분이 실은 이 음악에 가깝지 않으냐고. 세상이 무섭게 변해왔어도 지금 네 마음은 그 옛날 누군가의 마음과 같다고. 16가지 감정에 얽힌 고전음악과 작곡가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왠지 클래식한, 당신의 ‘오늘’을 위로할 것이다.
공부하는 클래식이 아닌,
마음을 포개는 클래식
카페나 식당에서 음악이 흘러나와 옆 사람에게 ‘이 노래 뭔지 알아?’ 물어봤을 때, ‘마이클 잭슨’ ‘라디오헤드’ 같은 대중음악이라면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라는 대답이 돌아오면 ‘오, 대단한데?’라고 반응한다. 이것이 클래식에 대한 또 하나의 편견이다. 왠지 클래식 음악을 듣기 전에는 사전 지식이 있어야 할 것 같고, 작품번호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는 편견.
창작 뮤지컬 작곡가로 <줄리 앤 폴>, <붉은 정원> 등의 작품을 통해 ‘클래식하면서도 대중적인’ 음악의 접점을 고민해온 저자 김드리는 모차르트나 베토벤, 나아가 바그너 또는 말러와의 첫 만남이 두려운 독자들에게 말한다. 그저 편안하게 그들이 ‘어떤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을지 상상해보라고. 낙천적이었을지, 우울했을지, 부유했을지, 가난했을지, 생전에 명예를 누렸을지, 늘 고독했을지, 아픈 곳은 없었을지, 다툼은 없었을지. 그들 또한 지금 당신과 똑같은, 매일을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이었기에.
이 책은 그들과의 ‘첫 번째 만남’을 주선한다. 낯선 여행지에 갔을 때 꼭 역사적인 지식이 없어도 그저 예쁜 건물과 풍경 앞에서 즐겁게 사진을 찍듯, 클래식 음악도 유럽 어느 마을에 산책을 가듯이 만나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이 곡 저 곡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곡이 있으면 좀 앉아 머무르게 한다. 독자는 그 낡은 벤치에서 잠시 고된 일상을 잊고, 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마음을 포갤 수 있을 것이다.
하이든의 위트, 말러의 불안, 사티의 기행…
그들의 ‘어떤 마음’이 악보를 쓰게 했을까
《왠지 클래식한 사람》은 우리가 중.고등학교 음악시간에 고전파 또는 낭만파 등으로 구분 지으며 외웠던 작곡가들이 다만 ‘한 인간으로서’ 어떤 성향을 가졌으며, 생의 희로애락을 지나며 무엇을 느꼈는지에 우선 주목한다.
서글서글하고 유머러스했던 하이든은 그를 후원한 귀족이 여름 휴가지에까지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데리고 가 ‘초과 근무’를 시키자, 마지막 악장에서 단원들이 하나둘씩 연주를 멈추며 악기와 함께 퇴장하는 퍼포먼스를 음악에 넣었다. 강박적으로 완벽을 추구했으며 불안에 시달렸던 말러는 베토벤, 슈베르트, 드보르자크 등 선배 작곡가들이 교향곡을 9번까지 작곡한 후 사망한 것을 의식해, 자신의 9번째 교향곡의 제목을 ‘Symphony No.9’이라 붙이지 않고 다른 이름으로 발표했으나, 거짓말처럼 10번째 교향곡을 쓰다가 세상을 떠났다. 또 괴짜 중의 괴짜였던 에릭 사티는 한 짧은 피아노곡에 ‘840번 반복할 것’이라는 지시어를 적어놓고, 그걸 다 연주하면 무려 18시간이 걸리도록 했다.
저자 김드리는 흥미로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작곡가 선배들이 겪은 경험담을 전하듯, 지금 우리에게 남은 위대한 클래식 음악이 한 인간의 ‘어떤 마음’에서 출발했는지 조곤조곤 풀어낸다. 그리고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저마다의 이유로 감정의 부침을 겪을 때, 그 진폭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 그 옛날의 ‘마음들’에 가만히 기대어볼 수 있도록 다양한 작품을 소개한다. 저자의 안내에 따라 역사 속 음악가들이 지나갔던 감정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쏟아낼 곳 없어 위태로웠던 마음의 파도가 차츰 가라앉을 것이다. 그리고 유행하는 가요나 팝을 찾듯이 문득 협주곡과 교향곡, 오페라 아리아를 검색하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모던’하기가 여전히 어렵다. 나뭇결이 거칠고 옹이의 자국이 선명한 식탁에서 차를 마실 때까지는 행복한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온통 네모반듯한 건물뿐일 때 조금 울적해진다. 숙명여자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음악극 창작을 전공했다. 현재는 뮤지컬 음악을 만들며 〈줄리 앤 폴〉, 〈붉은 정원〉, 〈뱀파이어 아더〉 등을 무대에 올렸다. 디지털 사운드의 화려함보다는 낡은 피아노의 따뜻함을 좋아하고, 편리한 앱이 많아도 아직 수동식 메트로놈의 태엽을 감는다. 지은 책으로 《친절한 음악책》이 있다.
목 차
서문: 쇼팽의 뒷모습을 보다
01. 왠지 클래식한 기쁨
태어났으니 촛불을 불자
영광은 신과 함께
봄의 악보들
당신의 걸음에 축복을
사랑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02. 왠지 클래식한 즐거움
정말 이래도 안 들을래?
파파의 유머
천재의 코믹송
나만 고양이 없을 때 듣는 음악
씹고 뜯고 듣고 즐기고
03. 왠지 클래식한 흥겨움
리듬이 있고, 움직이고 싶다
숨어서 춘 탭댄스
무도장은 오늘도 성업 중
예측할 수 없기에 짜릿한 선율
흥을 싣고 떠나는 기차
04. 왠지 클래식한 열정
52만5600분간의 열정
청춘이여, ‘배틀’하라
악마와 계약한 음악가
‘쎈 언니’의 욕망은 멈추지 않는다
마지막이 된 첫사랑
05. 왠지 클래식한 평화
치과에는 뉴에이지가 흐른다
북유럽식 평화
가장 화려하고 가장 차분한 바이올린
해석하지 않아도 됩니다
푹신한 소파에서 빠져드는 단잠같이
06. 왠지 클래식한 위로
영국 삼촌들의 속 깊은 노래
어머니는 기도하신다
걱정 말고 편히 자요
차라리 낯선 것이 위로가 될 때
결국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
07. 왠지 클래식한 몽환
강물만이 알고 있다
무중력의 음표들
귓가에 뿌려진 짙은 향수
최면을 거는 리듬의 마술
오리엔탈 판타지
08. 왠지 클래식한 슬픔
클래식보다 오래된 슬픔
엘레지를 아시나요
폐허 위의 발라드
젊은 브람스의 슬픔
웃음 속의 눈물 한 방울
반도네온, 애수의 주름
09. 왠지 클래식한 우울
죽음을 부르는 멜로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한평생의 우울
낙천가라고 해서 우울을 모르겠는가
우울 속의 카타르시스
10. 왠지 클래식한 불안
한순간 타올라 재가 되더라도
음정불안 위에서
9번 교향곡의 저주
전쟁 속의 예술
나는 다른 혹성의 대기를 느낀다
11. 왠지 클래식한 그리움
가슴에 묻은 그리움
말로 할 수 있다면 왜 굳이 작곡하겠는가
뻥 뚫린 마음 그대로 두고
너무 먼 당신
친구를 잃은 그해 가을에
나의 브라질 오렌지나무
12. 왠지 클래식한 고통
은퇴를 선언하는 지친 목소리
어떻게 하면 삶을 견딜 수 있죠?
손을 다쳤던 연주자들
고통보다 괴로운 고통
예술이라는 자갈길 위에서
840번 반복할 것
13. 왠지 클래식한 고독
이방인의 독백
풍요 속 고독
겨울 나그네의 발자국을 따라가면
언어를 잃고도 남은 시간
죽음보다 고독이 무서웠던 여인
14. 왠지 클래식한 분노
미친 시인의 노래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모든 것이 내 탓이오
오케스트라의 싸움
15. 왠지 클래식한 공포
익숙하지 않은 소리
무서운 이야기 해주세요
롤러코스터 못 타는 사람?
왜 하필 저게 ‘나’란 말인가
진화하는 공포
16. 왠지 클래식한 감사
살아 있는 동안, 빛나라
따뜻한 말 한마디
고마워요, 질문하게 해줘서
이제 슈베르트보다 늙어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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